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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7/02/21 11:55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23일날 드뎌 길고 긴 공식적 학생 신분이 끝나는 날이다.

 

(그나마 유치원을 안 다녔기에 망정이지 인턴시절 1년을 제외하고 학생신분으로 살아온게 자그만치 23년이다. 헉... ㅠㅠ)

 

학부 졸업때는 공로상인지 뭔지 받는라고 피치못하게(?) 졸업식에 참석했었고, 석사때는 현장에 내려가느라 졸업식을 제껴 친구가 졸업장을 대신 받아다 주었다. 사실 박사 졸업식도 그냥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나...

 

딸내미 장하게 생각하시는(ㅡ.,ㅜ) 엄마와 대학 입학때 등록금 대주시고 어렸을 때 우리집에 생활비 보태주시던 이모를 생각해서 졸업식에 참석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점심이라도 맛나게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보통 귀찮은게 아니다.

 

심지어 박사는 가운도 따로 빌리라고 해서 용산까지 가서 가운을 거금 10만원이나 주고 빌려와야 하고, 점심 먹을 만한데 예약도 해야 하고, 교통편 마련을 위해 이것저것 어레인지를 해야 한다. (가운과 사각모를 안 빌리는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울 엄마와 교수님의 '절대 그러면 안된다'는 성화에 그냥 빌리기로 하였다. ㅠㅠ) 

 

게다가 병원 일정은 병원일정대로 있는지라 이런 저런 조정이 필요하다.

 

거기에 교실 교수님들과 연구원 및 의국원들과 사진도 한방 찍자고 하고, 조만간 교실 사람들에게 밥이라도 한끼 사야할것 같다. (성격이 급해 학위를 빨리 따다보니 아직 학교병원에 있음서 학위따는게 내가 처음인지라 무슨 동네 잔치 하자는 분위기다. ㅠㅠ)

 

여기에 내일은 '사회복지와 노동 포럼'의 발제를 해야하고(아~~ 민망해. ㅠㅠ) 23일 졸업식이 끝난 오후에는 '왜 취약 노동자는 불건강한 행동을 하는가?'라는 모호하고 쉬운듯 하면서도 아카데믹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로 45분(!) 간이나 발표를 해야 한다. (왜 취약노동자는 불건강한가?'로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임.)

 

그게 끝나면 산업의학 전공의들의 연수강좌에 참석해 밤을 보내고 토욜날 아침에 '산업의학 수련, 이렇게 합시다!'류의 역시 애매모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철학적 강의를 해야한다. 

 

이런 발표 파일들의 마감은 속속 도래하고 있건만...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이런 애매한 철학적이고 어찌보면 경험적인 주제를 소위 '객관적'이라는 과학적 사실과 논리로서 풀자니... 급한 성격에 답답증이 도진다.

 

여기에 졸업식 준비까지 겹치니 이래저래 귀찮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는 어제가 내 생일이라구 케잌 사들고 깜짝파티 해주는 연구원들도 귀찮게 느껴지고(미안해요 여러분~ ) 밤에 굳이 술자리에 앉혀놓고 한 이야기를 고장난 라디오처럼 하는 스탭 선생님들도 짜증이었다.

 

흑흑.. 이렇게 귀찮은 졸업식이라니... 완전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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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11:55 2007/02/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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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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