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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3
    시간의 풍화작용- 전혜린
    엉망진창
  2. 2006/09/13
    귀차니스트의 남산배경 사진 몇 장(2)
    엉망진창

시간의 풍화작용- 전혜린

시간의 풍화작용

 

 

결별은 쉬운 일, 그러나 그 다음이 항상 문제인 것이다.
사고(思考)는 항상 사실적인 힘임을 믿고 있다.
끊겠다는 의지가 끊는 행위와 같은 것을 뜻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
한 미소나 한 눈동자, 한 목소리를 기억의 표면에서 말살해 버리는 것은
많은 국가와 시간의 풍화작용의 도움이 필요하다.
잊겠다는 의식만으로는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관념이 긍정한 행위를 우리의 감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또 하나의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듯이 완전한 자유의지는 아닌 것 같다.

- 1964년 1월  20일 -

 

 

 

 


암흑의 장막이 하늘을 덮고 비가 그칠 새 없이 창문을 두들긴다.
벽난로의 불은 꺼지고 말았다.
독서에 피곤해진 눈을 쉬게 하려고 책상 앞에 하염없이 앉았노라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절절한 고독감뿐.
이웃 방에서 도란도란 들려 오는 독일어도 나의 쓸쓸한 심정을 한층 북돋을 뿐이다.
마치 두더쥐가 땅속의 온기(溫器)를 탐내듯,
인간은 한 줌의 친절함과 인정(人情)의 필요를 느끼는 생물이었던가.
모든 것이 나에게 무관심하구나, 하는 생각은 아무래도 견디기 어려운 서러움이다.

따스함을, 이해를, 건강을 갖고 싶다.

살고 싶은 의욕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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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스트의 남산배경 사진 몇 장


 

생각해보면 서울 곳곳에 돌아다닐 만한 곳이 많다. (물론, 삶의 여유와 발품은 필수다.)

 2주일에 한번 쯤(몸이 찌뿌둥하고, 도서관도 마침 휴관해주는 날엔-.-;)  바깥 바람을 쐬려고  남산으로 향한다.

서울 도심에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꽤 매력적인 일이다.

 

버스가 이끌어주는 대로  남산타워까지 오르는 입구에 당도하면,

그 짧은 코스를 헉헉 거리며 오른다. 운동 부족? 맞다. 

그래도 나는 가파른 경사에 만족하며, 꼭대기에 올라서는

공자가 뭐시기 산을 오르며 느꼈을 호연지기를 상상해본다.

그래, 아등바등하지 말자.  

                                           그 순간, 늘 산통깨는 건 연인들.

'저기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뷁, 셀카질 하란 말이다.)

 

아이들이 햇빛 받으며 뛰어놀고, 가족과 함께 단란한 오후를 보낼 무렵.

난 그것도 등산이라고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꾹꾹 누르며,

모르는 애들 옆에서 맥주를 한 캔 마셔준다.

그리고 나선?

혹여 산책로를 따라 주욱 걸어 내려왔을 것을 상상했다면, 그건 섭섭.

난 그저 바람 좀 쐬려고 갔을 뿐이므로

 

그냥 버스타고 내려온다. 랄라~

 



p.s)

 

 

 

국립과학원 옆 114계단에서. 이 애들은 전혀 모르는 아이들 .^^;;

 

옛날에 이 계단이 전생, 현생, 내생의 삼세의 인생사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번민이라던 108번민을 상징하는 108계단이 아닐까란 상상을 해봤으나...

실제로 세어본 결과 114개의 계단이었다.

 

 

이 계단은 절대...네버...

내려는 가봤지만, 올라가 본 적은 없다.

더운 여름 이 계단을 오르는 건 자기학대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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