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68, Nov. 1, 2009


아프가니스탄: 엎어쳐도 지고, 메쳐도 지는

("Afghanistan: Heads You Lose, Tails You Lose")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합중국이나 오바마가 물불을 안 가리고 있는, 둘 다 패배하게 될 전쟁이다. 미국과 현 대통령은 파상풍에 제대로 걸린 상태다.


기본적인 상황을 고려하라. 카불 소재 아프간 행정부는 대다수의 아프간 인민들에 대해 아무런 정당성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명색에 걸맞은 군사력 또한 전혀 없다. 재정적인 기반도 전무하다. 어디가 됐든 군사적, 또는 개인적 안전을 확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현재, 2001년 (미국이 주축이던) 연합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빼앗긴 이후 꾸준히 세력을 강화해오면서 아프간 영토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게릴라 그룹 탈리반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탈리반은 “정부 전복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재정망을 운용중”인데, 이를 끊어내려는 미국 관료들의 고투는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명백한 부정선거로 최근 재선됐다. 미국 행정부는 이를 외면할 심산이었는데, 왜냐하면 유력 정치인 중 탈리반 지원의 종족적 거점인 파슈툰 출신으로는 카르자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탈리반의 상당수 내지 전체를 상대로 정치적 조정에 나서길 그나마 바랄 만한 정치인으로는 따라서 그가 유일한 셈이다. 미국 행정부는 선거 부정을 알고 난 뒤 공개적으로 당혹감을 표했고, 카르자이가 2차 결선투표를 수용하도록 압박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렸다. 선거 이후, 카르자이의 정치적 위상은 매우 취약할 것이다.


미국의 주요한 지정학적 동맹국이라 할 파키스탄은 명백히 탈리반과 공모 관계에 있는데, 대체로 체제 자체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주아프간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은 지금 당장 4만 명의 지상군이 추가 투입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때를 놓쳐 아프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맥크리스털이 암묵적으로 상정해 둔 시한에 맞춰, 그의 요구대로 병력이 증파된다거나 못해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을 듯하다. 많은 군사 관련 인사들은, 설사 지금 당장이라 해도 4만 명 증파로 상황이 달라지리라고 보는 맥크리스털의 판단에 대해 회의적이다.


어느 시점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해야 할 거라는 제언이 그렇게 터무니 없어 보이진 않는다. 철수 시점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질적으로 누가 권력을 장악하게 될지는 굉장히 불확정적인 문제다. 오랜 기간 내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미합중국 내에서, “패배한” 전쟁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갈릴 것이다. 공화계 우파에서 크게는 민주계, 그 중에서도 오바마가 저지른 매국적 배신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으리라는 건 분명한 듯싶다. 맥크리스털 장군은 2012년이 아니면 2016년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게 빤하다.


오바마는 이제 무슨 일을 하든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맥크리스털의 요구에 즉각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한들, 조치가 너무 굼뜨다는 공화파의 비난은 여전할 것이다. 동시에 그는 2008년 대선 당시 그를 지지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아녀도, 최소한 절반을 크게 분노케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제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 미합중국이 전쟁에서 ‘졌을’ 때, ‘패전’에 대한 책임은 다름 아닌 오바마의 몫이 될 것이다.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로) 오바마가 상당수의 의료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수년 내 미국과 세계경제 상황이 (회의적이지만) 설사 더 나아진다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의 재임기간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요소로서 그를 짙은 먹구름 드리우듯 두텁게 에워쌀 것이다.


오바마가 행여, 이를테면 탈리반과 조속히 정치적 협상에 나선다든가 전면 철군 조치를 내린다든가 하는 쪽으로 이같은 상황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가 이런 방향을 진지하게 숙고 중인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은 제쳐두고서라도, 미국 내 지지 여론이 오바마에게 이들 조치를 실효성 있는 정치적 선택지로 보이게 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이같은 극적 전환을 이끌어내는 데는 심지어 자기휘하인 행정부에서마저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다.


1년이나 2년 상간으로, 군사적·정치적 상황 일반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합중국과 오바마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합중국, 그리고 오바마에게는 엎어쳐도 지고, 메쳐도 지는 상황인 셈이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원문보기: fbc.binghamton.edu/268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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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1:54 2009/11/1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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