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69, Nov. 15, 2009


오바마와 부시,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쿠데타

("Obama, Bush, and Latin American Coups")





라틴 아메리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에 라틴 아메리카 권역의 우파들은, 지난 8년 동안 같은 권역에서 세력화한 대중과는 완전히 척진 채 극우파 정권을 이끈 조지 W. 부시 때보다도 좀더 제대로 해보겠다는 태세다. 반면 오바마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종언을 알리는 한 방법으로 앞서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제창한 바 있는 “선린정책”을 본뜨려는 중도주의 정권의 수반이다. 


부시 재임중 미합중국의 지원하에 일어난 의미심장한 쿠데타로는 2002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을 상대로 한 게 유일한데, 이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그 이후로 라틴 아메리카와 캐리비안 군도를 통털어 치러진 일련의 선거에서는 중도 좌파 후보들이 거의 대부분 승리를 거뒀다. 이런 흐름은 2008년 브라질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점을 이뤘는데, 미국은 초청받지 못한 이 회의에서 쿠바 수반 라울 카스트로는 사실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 온두라스에서 성공적인 쿠데타가 일어났다. 오바마가 이 쿠데타를 비난했는데도 불구하고 미합중국의 정책적 대응은 모호한 가운데, 쿠데타 주모자들은 차기 대통령 선거 때까지 권력을 장악한다는 데 건 패로 재미를 보는 중이다. 파라과이에서는 좌파 가톨릭계 대통령인 페르난도 루고가 쿠데타 위기를 막 넘겼다. 그러나 부통령이자 우파인 페데리코 프랑코는, 루고에 적대적인 국회에서 일종의 탄핵 형태로 쿠데타를 관철해내려 수를 짜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군부는 줄지어 날선 이빨을 드러내 보이려는 참이다.


이렇듯 명백히 상궤를 벗어난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미국의 내부 정치를, 그리고 이 정치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예전, 그렇다고 그리 오래 되진 않은 시절, 미합중국의 두 주류 정당은 사회적으로 상호중첩돼 있는 세력 간 연합을 대변했는데, 공화당의 중도 우파 계열과 민주당의 중도 좌파 계열로써 이 연합의 내적 균형이 이뤄지는 형태였다.


이처럼 노선상 서로 중첩돼 있었기 때문에, 선거는 이제껏 대선 후보들을 상당 정도 중도 성향으로 강제하는 경향을 뗬다. 중도 성향 안에서도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독립파” 유권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모으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민주당은 이제껏 그래온 것과 마찬가지로 광범한 세력 간 연합에 기반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훨씬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공화당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협소해졌다는 얘기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공화파는 선거상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익히 보아왔다시피, 실제로는 꽤나 그렇지가 않다.


공화당을 이끄는 극우세력은 동기부여가 확실하며 대단히 공격적이다. 이들 세력은 공화계 정치인이 자기네 스스로 판단하기에 너무 “온건”한 경우에는 그게 누구든 모두 축출하려 하고, 국회 내 공화계 의원들에게는 민주계, 그 중에서도 특히 재임중인 오바마가 제안할 법한 법안에 대해선 그게 뭐든 모두 일사불란하게 반대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저런 정치적 타협은 이제 더 이상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게 된다.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한다. 공화계 인사들은, 전장의 선두에 선 고수를 따르듯, 당당하게 치고 나가라는 압력을 받는다.


이러는 사이, 민주당은 늘 해오던 대로 움직이고 있다. 광범한 연합의 스펙트럼은 좌파에서부터 중도 우파까지를 아우른다. 국회에서 민주계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에너지를 대부분 (특정 법안 상정을 놓고) 서로 협의하는 데 쓴다. 현행 의료구조를 개혁하려는 작금의 시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아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 이런 상황이 라틴 아메리카(와 현 자본주의 세계의 여타 지역)에 대해 함의하는 바는 뭘까? 부시는 집권 이후 6년 동안 확고한 다수파였던 국회 내 공화계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거의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진정한 논쟁이라 부를 만한 건, 기본적으로 부통령인 체니가 주도하는 가운데 부시의 참모진 내부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부시 정권이 200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을 때, 체니의 영향력은 줄어들었고 경미한 정책상의 변화가 일어났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기 동안 이라크, 그리고 그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여타 중동 지역에 대한 강박을 드러냈다. 그 외의 여력은 중국과 서유럽을 다루는 데 주어졌다. 라틴 아메리카는 마치 배경처럼 부시 정권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좌절스럽게도, 라틴 아메리카 우파는 과거에 미합중국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이 늘상 바라고 원했던 우호적 밀월관계를 누리지 못했다.


오바마는 이와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그에겐 부시와는 전혀 다른 지지기반과 야심찬 의제가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굳건한 중도주의자의 입지와 온건한 중도 좌파적 몸짓 사이에서 시계추마냥 움직이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그의 정치적 입지는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오바마는 대선 때 자신에게 몰린 좌파 유권자들에게 환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오바마에게서 이탈해 정치적 지지를 철회하는 중이다. 중도적인 독립파 유권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공황 때문에 점증하는 국가 채무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에게서 발을 빼려는 중이다.


오바마에게 라틴 아메리카란, 부시가 그랬듯이, 그 스스로 상정해둔 우선순위에서 비껴나 있다. 하지만 (부시와는 달리) 오바마는 정치적 수면 위로 머리를 고정시키고자 무던히도 분투 중이다. 그에게 2010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는 큰 걱정거리다. 그리고 이런 걱정은 불합리한 게 아니다. 그의 대외정책 기조는 양대 선거에 잠재적으로 미칠 파급효과로부터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


지금 라틴 아메리카 우파들이 하고 있거나 하려는 건, 오바마가 빼도박도 못하도록 그 자신이 내적으로 겪고 있는 정치적 어려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오바마가 자기네를 훼방할 만한 정치적 여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더욱이, 세계경제 상황은 현 집권세력들에게 족쇄가 될 경향이 있다. 그리고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집권 중인 여당은 중도 좌파 정당들이다.


향후 2년에 걸쳐 오바마가 희박한 공산이나마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성공을 거둔다면, 라틴 아메리카 우파의 귀환은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둔탁한 양상을 띨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성공을 그가 거둘 수 있을까?

 

 

 

이매뉴얼 월러스틴

 

 

 

 

 

원문출처 http://fbc.binghamton.edu/269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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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8:55 2009/11/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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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스코프스키 2009/11/21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몇 곳으로 가져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