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소위 삼성"비리"를 접하고 “이런 식이었는데도 어떻게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단 말인가”란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던데요.. 지금 이 사태를 납득하기 힘든 건 상당 부분 공식 제도교육을 통해 내면화한 "상식"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다.

물론, 그렇다 쳐도 삼성그룹의 행태 자체에 도저히 "쿨"할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만요. 이런 것들이 "능력주의"와 "전문가주의" 등을 무기로 인민-대중들에 대한 체계적인 삥듣기와 농간에 앞장서온 걸 생각하면 열불이 터져버릴 지경일 겜다.

제가 보건대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중반 이후 소위 "세계화 체제"의 도래라는 맥락에서 제대로 이해하자면, 삼성그룹이 “이런 식이었는데도”가 아니라, "이런 식이었던 덕에"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단 시각이 유용하지 싶네요. 이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요.


비아냥이 절대 아님다. 외려, 지구적 구도에서 이뤄져온 역사적 자본축적의 정치경제를 “리얼”하게 바라보자는 얘기죠. 요컨대, 한국 같은 반주변부 기업법인의 휘황함이 중심부 독점자본과의 글로벌한 경쟁 구도 속에서 내적으론 그만큼 과두제스런 추잡함으로 뒤엉킬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하잖겠냔 검다.

다른 측면서 보자면 한국 기업의 더러움과 구미권 기업의 깨끗함을 대비해가며 구미권의 "선진성"을 배워야 한단 식의 접근법에 이젠 굵은 서체로 물음표를 던져야 할 때가 되잖았냔 얘기기도 함다.

글로벌한 경쟁 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축적 압력이 중심부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빡센 만큼, (반)주변부 자본권력은 합법-탈법을 넘나드는 각종 국가장치와의 사회적 커넥션들을 통해 이런 압력을 "합리적으로" 낮춰왔단 데 주목해야 함다. 때문에, 향후 일국 차원에서 불가결한 정책적 개입도 진정 글로벌한 시각이 깔리지 않으면 "국내"문제의 "해결"조차 헐리웃액션으로 귀착하기 십상 아니겠냔 거고요.


삼성그룹이 벌여왔다는 커넥션의 스케일과 추잡함의 농도로 봤을 때, 대한민국 대기업집단의 패악질을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부재/결핍 탓으로 돌렸던 자유주의 경제학적 인식은 (제도적 기반의 탄탄함관 별개로) 파산에 가까우리만치 운신의 폭이 좁아지잖을까 싶은데요.. 주류 경제학회 회원들 사이에서, 아니면 경제학원론 시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용 및 중간-기말고사용으로나 먹힐까.

물론 보다 적극적으론 이런 흐름을 좌파적 시각에서 재인식케 해줄 지적 작업이 본격화해야겠죠. 퉁쳐말해, 삼성그룹의 축전전략은 핵심부 독점자본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보면 "정상적인" 축적 양태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달까요..

사실, 구미권 기업법인들이라고 삼성그룹보다 더 낫냐면 딱히 갈라칠 만큼 낫다고 하긴 영 껄끄럽단 말이죠. 나오미 클라인이나 그렉 팔라스트가 <노 로고>나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의>에서 집요하게 밝혔듯, 구미권소재 기업들의 자기이미지관리가 수월한 건 내적 통합을 위해 자본축적 본연의 게걸스럼을 밖으로 전이할 수단과 관리역량이 더 크기 때문이지 삼성보다 더 "클린"해서라고 보긴 어렵거든요.


전이할 "(식민주의적) 외부-20세기 중반경까진 근대식민지, 그 이후엔 따라잡기식 근대화 노선을 좆았던 탈식민지 주권국가들-"가 빈약한 한국소재 자본법인들로선 그때문에 내부식민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쏠리기 십상인 셈임다. 이 와중에 불거졌던 각종 대형부패와 비리도 이같은 축적메커니즘의 “합리적 선택지”로서 봐야잖나 싶어요.


거지같은 사회체제를 폐지할 "합리적 사회전환"에 관한 중지衆智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잖나 함다.

주류-반공-근대화 세력들이야 흔히들 지정학적 조건상 자본주의 안 했음 그럼 어쩌란 거냔 식의 주장을 해왔지만, 지금 얘기대로라면 바로 동일한 이유로 자본주의는 특히나 한반도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결코 바람직한 경제원리이자 사회조직의 근간이 될 수 없다는 결론도 가능할 거구요.



물론 합리적 사회전환이 "한 방"에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리 되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님은 두말함 잔소릴 검다. 중요한 건, 일단 가랑비에 옷 적시듯이, 합리적 사회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대중적으로 전염시킬 매력적인 밑그림(들)을 잡아가는 일일 테니까요.


안 그래도 자본주의적 생산이 초래한 생태적 재앙으로다 역사적 체제의 수명이 오락가락한다는 판에, 이같은 움직임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게 없다고 봐요. 살짝 오바하는 건진 몰겠지만서도, 현존 체제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빠져나올 방략이 뭘지, 바로 지금부터가 아니면 이미 늦잖겠냔 얘기기도 하구요..;


도대체 이 따위 꼬라지들을 언제까지, (국민경제의) 발전과 번영이란 이름 아래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수수방관해야 할까요.. 식민주의-반공-근대화 세력이 주춧돌을 놓고, "민주화세력"이라 스스로 불렀던 부류들의 알량한 허영으로 한층 더 강화돼버린 "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 놀음에, 이제는 좀 그만 놀아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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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2:31 2008/03/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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