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64, Sept. 1, 2009


다가오는 불의 폭풍

("The Firestorm Ahead")






지금 중동에선 미합중국 정부와 미국 대중 그 어느 쪽도 준비가 안 된 불의 폭풍이 일고 있다. 이들 정부/대중은 저 폭풍이 얼마나 코앞에 닥쳐 있는지, 혹은 그 폭풍이 얼마나 격렬할지 좀체 모르는 듯싶다. 미국 행정부는 (그리고 자국 행정부와 논리상 거의 불가피하게 엮여 있는 대중까지), 스스로 천명한 개입지역들 관련 상황을 다룰 능력에 대해 엄청난 자기기만을 저지르는 중이다. 폭풍은 이라크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거쳐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표현을 빌자면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다”.


이라크부터 짚어보도록 하자. 미합중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된 주이라크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이라크와 체결했다. 국내 치안 업무를 이라크 행정부에게 이양하고, 본질적으로는 이론상 미군의 활동반경을 주둔지로 한정하며 이라크군 훈련에서 차지하는 미군의 역할을 상당 정도 제한하는 게 골자였다. 이 협정 조항 중 상당수는 그 의미가 모호하다. 일부러들 그런 건데, 안 그럴 경우 양측 간 협정체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협정이 발효된 지 불과 몇 달인데도 그 동안의 협정이행 상황은 몹시 안 좋다. 이라크군은, 합동 순찰은 물론 미군이 이라크 정부의 세부적인 사전 양해 없이 취하는 그 어떤 일방적 행동도 공식으로 금지한 가운데 협정문을 아주 엄격하게 해석해왔다. 요컨대 이라크군은 미군이 낮 시간대에 보급품을 주둔지 안으로 들이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셈이다.


미군은 잔뜩 약이 오른 상태다. 미군 쪽에선 같은 구절이 자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라크군 쪽보다 훨씬 더 느슨한 해석을 하려 했다. 미군은 이라크 내의 폭력적 동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결국 이는 암묵적으로 이라크군에겐 질서유지 능력이 없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주이라크 미군 총사령관 레이 오디에르노는 누가 봐도 아주 언짢은 상태인데, 미국의 직접적인 역할을 되찾아올 구실 찾기에 내놓고 골몰하고 있다. 오디에르노는 최근 알 말라키 이라크 총리와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과 회동했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모술 지역과 그 외 이라크 북부에서 이라크와 쿠르드 미합중국으로 구성된 3개국 합동 순찰을 펼쳐 폭력을 막거나 최소화하자며 설득에 나섰다. 이라크와 쿠르드 수반은 정중히 미군 총사령관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 오디에르노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그가 제안한 계획이 성사되려면 SOFA의 공식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원래, 7월 초에는 SOFA에 대해 대중의 동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미국은 이 투표로 SOFA가 무효화될 수 있음을 두려워했는데, 부결될 경우 주이라크 미군은 2010년 12월 31일까지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SOFA 협정문상으로 명기돼 있는 시기보다 꽉 채운 1년을 앞당겨서 말이다.


미합중국으로선 국민투표가 2010년 1월로 미뤄지도록 알 말라키를 설득한 게 아주 현명한 일이라 판단했다. 이제 국민투표는 이라크 총선거와 맞물려 실시될 참이다. 총선에서 입후보자들은 모두 표를 얻는 데 온 힘을 쏟을 게다.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라고 유세활동에 나설 후보자는 아무도 없을 거다. 이 점이 못내 미심쩍은지, 알 말라키 총리는 의회에 “반대”표가 과만만 넘어도 SOFA를 파기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려는 중이다. “반대”표가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오디에르노는 이제 짐 쌀 준비를 해야 한다. 짐작컨대, 그는 아직도 불의 폭풍이 시작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단 지금으로선, 현 시점부터 총선이 있을 내년 1월 사이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알 말라키가 총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알 말라키는 이라크 민족주의의 정점에 서서 이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그가 협상에 나서는 건 이러한 기반 위에서다. 이 때 말하는 이라크 민족주의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이스라엘이나 러시아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그게 뜻하는 바인즉슨 무엇보다도 광범한 미국 식민주의 통치의 흔적으로부터 이라크를 해방시키는 일로, 식민주의 통치는 지난 2003년 이후부터 거의 모든 이라크인들이 각기 겪어온 삶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라크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까? 오디에르노와 다른 이들의 예상보다는 덜하겠지만, 확실히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냐고? 이라크 “해방”, 다시 말해 중동 전역에서 국민투표의 “반대”표가 뜻하는 바라고 번역될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에 즉각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럴 것이다. 이라크인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이라크 쪽 상황하고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선거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 보라. 우리(미국인들)에겐 탈리반을 봉쇄, 파괴하고자 집권한 특정 정부가 있다. 바로 그 탈리반은 이제껏 그 누군가가 바라 마지않던 것 이상으로 완강하며, 군사적으로 효율적인 조직으로 밝혀졌다. 이 점은 강경한 현지 지휘관으로 알려진 스탠리 맥크리스탈조차 인정한 바 있다. 지금 미 군부는 한 10년 정도면 (탈리반 소탕에) “성공”할 거라고 떠드는 중이다. 반란 세력과의 전쟁에 10년이 걸린다고 여기는 군인들이라면, 군사사軍事史에 관한 책이라곤 읽어본 적도 없는 게 분명하다.


아프간의 정치인들을 눈여겨 보라. 현직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를 포함해 대선에 나선 세 주요 후보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내전 상황을 놓고서 TV 토론을 벌였다. 한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세 후보의 의견이 일치했다. 탈리반을 상대로 한 모종의 정치적 협상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세부사항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었다. 아프간 소재 미군(과 나토군)은 표면적으로 탈리반을 파괴할 계획으로 있다. 주요 아프간 정치인들은 그 탈리반과 어떻게 정치적 협상을 벌여야 할지를 놓고서 논쟁중이다. 현실 인식상, 그게 아니면 아마도 정치적 목표상 심각한 어긋남이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믿을 만한 여론조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인 다수가 나토군의 철수를 원하며, 미국인 다수도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라크인들이 투표로 미국한테다 이라크를 떠나라고 하게 될 2010년 1월로 앞질러 가보자. 기억해야 할 건, 탈리반에게 권력이 생기기 전까지, 아프가니스탄은 국가를 장악하고자 상이한 종족적 정체성에 바탕한 상이한 군벌들 간에 사납고 가차없는 쟁투가 벌어지던 곳이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은 파키스탄을 등에 업은 탈리반이 권력을 잡자 한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마침내 질서 회복을 이룬 셈이었으니.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탈리반이 (이슬람율법인) 샤리아sharia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당시 부상중이던 알 카에다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이 서유럽의 승인과 국제연합의 제재를 끼고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에 나섰던 건 바로 그래서였다. 잠시 동안, 탈리반은 권력에서 추방돼 있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프간인들은 탈리반이라는 분파 하나가 덤으로 추가된 가운데, 군벌들이 역겹도록 끝간 데 없이 벌여온 종족간 전쟁 상태로 회귀할 게 거의 확실하다. 아프간 전쟁(개입)에 대해 미국 대중이 보였던 관용은 완전히 증발해버릴 것이다. 모든 내부 (종족적) 분파들과 (러시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과 같이) 이웃한 국가 다수는 여러 이권을 둘러싼 타툼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3단계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도 그 나름대로 복합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곳 행위자들 그 어느 누구도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파키스탄 대중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압도적인 비율로 말이다. 전통적 주적인 인도는 미국에 크게 뒤졌다. 아프간이 전면적인 내전으로 부서져내릴 때, 파키스탄 군부는 탈리반을 지원하느라 아주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파키스탄 군부가 자국 내 탈리반과 싸우는 와중에 아프간 내 탈리반을 지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군부는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폭격을 가하는 미국 무인기를 더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어질 불의 폭풍 4단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다. 아랍 세계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미국이 추진하려던 계획들이 붕괴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미국이 추진하려는 계획은 양측간 평화협상이다. 이스라엘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기로는 이제, 특히나 앞서 언급한 불의 폭풍이 일고 난 이후에는 더더군다나,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결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서방권에 대해 유순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정치적 노선이 다른 두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 간 세력연합을 추구하라는 엄청난 압력이 형성될 거다. 이러한 압력은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를 어쩌면 문자 그대로라는 의미에서 송장으로 만드는 가운데 형성되지 않을까싶다.


오바마가 추진하려던 프로그램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공화당계 인사들은 불난 데 부채질을 해댈 것이다. 그네들은 중동에서 당한 미국의 패배를 “배신”이라 부를 텐데, 분명 이런 테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규모 그룹이 미국엔 있다.


불의 폭풍을 바라 마지않으며 무언가 유익하다는 행동에 나서거나, 아니면 그 폭풍 속에서 싹쓸이 당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원문보기 http://fbc.binghamton.edu/264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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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05:14 2009/09/22 05:14

 

Commentary No. 262, August 1, 2009


세계 좌파와 이란 선거

("The World Left and the Iranian Elections")





최근 치러진 이란 총선과 더불어 이 선거의 정당성을 놓고서 벌어졌던 연이은 도전들로 인해 이란은 내적으로 엄청난 갈등에 휩싸였고,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겉보기엔 끝이 안 날 듯하면서 아직까진 상당 기간 헛돌 위험마저 있는 논쟁이 촉발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이 논쟁이 낳은 결과 중 굉장히 눈길을 끄는 건, 자신을 스스로 좌파라 여기던 이들 사이에 깊은 골이 패였다는 사실이다. 이들 좌파는 아흐마디자네드/하메네이 쪽 상황 분석에 사실상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들부터 무조건 반대나 다름없는 입장인 이들까지를 아우르는데, 이 두 극단 사이에 다양한 입장들이 포진해 있다. 이란의 현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건 세계 좌파들의 현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거나 진배 없을 듯싶다.

 

이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총선거가 치러졌다. 얼핏 보기에도 아주 대규모로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란 정부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를 공표했다. 나머지 세 후보의 지지자들은 선거 수치에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요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는데, 개표 작업이 비공개하에 졸속으로 이뤄졌고 여러 선거구의 개표 결과는 상당 부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란 권력의 정점이라 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개표 결과는 기본적으로 하자가 없고, 따라서 선거는 전적으로 정당한 것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선거 결과가 타당한 것임을 누구나 인정해야 하며 이 결과에 불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재검표 내지 재선거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항의가 점차 거세지자, 아흐마디네자드/하메네이는 갈수록 굉장히 억압적인 조치들로 대응했다. 혁명근위대와 이른바 (일종의 민병대라 할) ‘바시즈’는 시위자들을 거리에서 몰아내고자 상당한 물리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몇몇 시위자들은 사망하고 꽤나 많은 시위자들이 체포됐다. 

 

지금, 주요 반대 인물로 대통령 후보였던 미르 후세인 무사비,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두 핵심 인물인 전 대통령 악바르 하세미 라흐산자니와 무하마드 하타미는 줄기차게 선거에서 “정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점에선 무사비보다 득표에서 뒤졌던 다른 두 후보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들 주요 인물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들은 하나같이 (팔레비 왕정을 전복한) 1978-79년 혁명의 충실한 지지자임을 자임하면서 현 이란 공화국을 보전하는 데 헌신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건 체제 전환이 아니다. 반대로, 그들은 자신이 현 집권 세력보다 이란 혁명이 당초 추구했던 정신에 더 충실한 열성파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세계 좌파 진영에선 이 모든 걸 어떻게 해석해왔을까? 이란의 현 상황은 전혀 독특한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대규모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특정 시점 내지 또다른 시점에 이르러 발발해왔다. 세계 좌파 진영에서 이란 정세를 빗대는 데 쓸만 한 유사 경험들을 끝없이 끌어오는 건 바로 그래서다. 먼저, 1978~79년의 이란 혁명이 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천안문 사태와 1968년 수많은 나라에서 벌어졌던 혁명들, 최근의 예로 (2000년을 전후한 시기) 옛공산권 국가들에서 일어난 이른바 ‘색채 혁명’들과 여러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1995년 프랑스에서 펼쳐졌던 총파업이 있다. 원하기에 따라선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러시아 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거론할 수도 있겠다.

 

어떻게 정의하든, “세계 좌파” 사이에 이들 대중 저항 사례 대부분에 대한 통일된 관점이 부재한 건 확실하다. 정말이지, 현 세계 좌파의 주요 문제 중 하나가 단단히 갑옷을 둘러친 채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주목할 만한 대중 저항들에 대해 보이는 집단적인 불일치에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까닭은 세 겹을 이루고 있다. 첫째 이유로는, 대중 저항, 특히 지난 50년 사이에 펼쳐졌던 저항의 결과에 대한 오랜 환멸의 역사가 있다. 둘째, 대부분의 국가에서 펼쳐져온, 전통적인 좌파정치 운동이 객관적으로 처한 조직(화) 차원의 취약성이 있다. (오늘날 세계 좌파의 주요한 목소리들은 대부분 주로 무당파 지식인들이나 아주 소규모인 조직 소속 활동가들한테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셋째로는, 소위 좌파적 분석이라는 것들이 구체적 상황 분석으로부터 (분석 주체가 생각하건대) 무얼 봐야 하느냐를 놓고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있다.

 

본적으로 국가간 관계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지정학적으로, 특정 정권이 다른 지도자 부류로 대체된다거나, 더 나아가 하나의 통치체제가 다른 체제로 바뀌는 일은 어떤 함의를 가질까? 지금 이란의 경우,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미국과 대체로 강력한 갈등을 빚는 (한편 서유럽과는 그 정도가 비교적 덜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핵문제와 관련해서만큼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에 관해 정치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식으로 존재증명을 해온 이다. 그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모두 이번 대중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영국이 있으며, 이는 아흐마디네자드 대신 미국의 시각에 좀더 고분고분한 인물을 권좌에 앉히기 위해서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가 아흐마디네자드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해온 건 이같은 근거에서였다. 이 주장은 그럴 듯하긴 하나 상황을 제한된 방식에 따라 분석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미얀마의 체제 변환을 몹시도 원한다는 점을 근거로, 최근 불교 승려들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현 미얀마 정부에 지지를 보낼 좌파는 거의 없다.

 

이와는 달리, 차라리 이란 내부의 계급적 분할 상황을 더 눈여겨 볼 수도 있다. 세계 좌파 중 상당수 자가증명(소위 ‘자뻑’)에 능한 이들은, 아흐마디네자드가 기층 민중의 지지를 받는 데 반해 무사비 지지자들은 대체로 중간계급이자 부유층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들에 따르면 좌파는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지해야 한다. 다른 상당수 좌파들은 상황을 다르게 분석하는데, 이들에 따르면 현 상황은 그저 특권층 내의 두 변종 간 분파 투쟁일 뿐이며, 테헤란 빈민가에서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지하는 흐름은 대체로 하향식 대중추수주의populist(이거나 더 심하게 말하면 이탈리아 극우파 총리인 베를루스코니식 ‘빵과 눈요기’ 정치)의 결과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수 좌파는 근본적으로 교권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성직자가 통치의 핵심적 기초를 이루는 체제인 경우 그 어떤 정당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이란의 현 통치체제가 모든 비이슬람 좌파 정당들에 대해, 심지어는 샤 왕조의 폐지를 지지했던 정당들에 대해서조차 운신의 여지를 체계적으로 없앴다는 점을 환기한다. 이란 공산당인 투데Tudeh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비난하는 한편, 무사비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몇 가지 유보조항을 달며 조건부 지지를 보냈다.

 

어디서 일어나든 대중 봉기와 관련하여 언급해야 할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특정 정부를 상대로 정책상의 변화를 요구하고자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정부에선 그같은 요구들을 잠재우는 데 사용할 힘을 구비한 상태로, 상당수 정부는 이같은 힘을 쓰는 데 여타 정부에 비해 더 민첩하기까지하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 이를 그저 “외부세력/배후”의 개입 탓으로 결코 돌릴 수 없는 건 바로 그래서다. 미국 CIA가 1953년 이란 쿠데타에 개입했을 당시, 쿠데타는 이란 인민들의 거리 시위를 유도하는 식으로 일어난 게 아녔다. 그것은 CIA가 군부 장교들과 무대 뒷켠에서 작당해 벌인 일이었다. 우리는, 거리로 나서는 위험을 실제로 무릅쓴 그룹들이 지닌 정치적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상황을 외부 선동세력 탓으로 돌리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반면 또 하나 언급해야 할 것으로, 대중 봉기란 늘, 그리고 불가피하게 다수의 (정치적) 성분들로 엇물려 있다는 점이 있다. 시위자들 중 상당수는 특정한 당장의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다. 상당수는 지금 처한 개인적인 상황 변화를 겨냥할 뿐, 체제 따위가 바뀌길 바라진 않는다. 그리고 상당수는 체제를 바꾸고, 그러니까 전복하고 싶어한다. 대중 시위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일관된 개인들의 무리로 이뤄지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봉기란 보통,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엇물림 속에서 성공할 뿐이다. 그러나 이 말이 뜻하는 바인즉슨, 봉기 이후의 결과는 내재적으로 불확정적이라는 것이다. 세계 좌파가 대중 봉기에 도덕적-정치적인 지지를 표할 때 주도면밀해져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는 매우 혼돈스런 시대를 살고 있다. 서로 호흡이 맞는 세계 좌파 전략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러나 쉽진 않을 것이다. 여지껏 그것을 이룩한 적은 없다. 이란 내에서 진행중인 투쟁이 세계적으로 불러올 결과들이란, 마치 체로 거른 듯 투명한 게 아니다. 세계 좌파는 입 다물고 있어선 안 되겠지만, 빈틈을 보여서도 안 된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원문보기: http://fbc.binghamton.edu/262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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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4 08:19 2009/08/04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