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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기 위한 몇가지 조건이 있다.

 

1. 방바닥에 퍼질러 누워 이리뒹굴 저리뒹굴.

2.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울 수 있어야 함.

3. 물이나 음료를 적당히 공급해 주어야 함.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 그것도 실외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읽어대는 꼬락서리라면?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일수 있다. 사실 무더위에 냉방기라고는 고작 선풍기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전부인 내가 시원한 카페에 앉아 책읽는 것이 좋을거라는 결심을 했으닌깐. 헌데 결심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산공원 앞에, 이름도 그럴싸한 '느리게 걷기'라는 카페는 널직한 공간에다가 편안한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를, 오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배치해 두었다. 시원하고 나른한 독서의 꿈은 '지붕이 없는 카페' 를 만나는 순간에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덥더라도 여기서 죽치고 앉아 책을 읽으면 좋겠구나.

 

  

어제 새벽에 읽다가 곯아 떨어져 버린

 

1.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레너드 믈로디노프, 세종서적, 2004/4/30

2. '자명한 산책' 황인숙, 문학과지성사, 2003/12/11

 

그 두권을 건물이 만들어주는 그늘 탁자에 앉아 이리뒤척 저리뒤척 혹은 졸다 먹다 마시다 피우면서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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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런데 위엔 왜 그 책이 없을꼬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를일이라서 간단히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미 1번의 책은 다 읽은 시점에 찍은 사진이라서 시점의 차이가 있다. 사진에서 나풀거리는 녀석은 '자명한 산책'이라는 황인숙님의 시집이다.

 

책 이름도 보이는 '지구환경보고서'는 내 친한 벗중에 하나인 남원석이 참여한 번역서이다. 지구환경보고서는 여러 주제 별로 짤막한 보고서를 담고 있는데, 이 책은 읽지 않더라도 가끔 지구상의 환경관련 통계를 참조하는 것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다. 현재로선 관심있는 몇꼭지를 읽었을 뿐이다. 물론 다 읽을 생각은 없으닌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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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1번의 책은 KBS 아침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KBS FM2 '황정민의 FM 대행진'에 사연을 올려 어제 받은 책이다. 프로그램에서 공짜로 책을 준다고 하길래, 자다가 KBS 홈페이지에 책달라고 게시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매주 토요일 FM2 89.1 MHz 7시 ~ 9시 사이의 프로그램의 '책소개 코너'를 듣고 흥미로울 것 같으면 열심히 사연을 써보시라.

 

이 책은 저자의 인생전환기에 이론물리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사람과의 인간적 교류 혹은 대화를 중심으로 엮어져 있다. 물론 저자도 이론물리학의 길을 가다가 작가로 업종변환을 한 사람이다. 이 업종전환의 계기에 파인만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 소재가 되어 이런 책의 출판을 도운 것 같다. 물론 노벨상을 받은 경력과 물리학사에 깊게 각인된 파인만의 인기가 출판사를 설득시켰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테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며 사는 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시도해 보시라. 나 또한 그런 공부를 하는 학생중에 하나였기에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입자 이론물리학에 대한 전문지식은 있으나 없으나 에세이를 굵은 맥락을 이해하는 아주 쉬울테다.

 

 

한번 더 각설하고, '느리게 걷기'라는 카페는 '책읽기'와 어울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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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책을 동시에 열어젖히기

무더운 여름, 그리고 바쁜 일상.

누구처럼 냉장고에 머리를 들이 넣어도, 시원치 않는 폭염이다.

물론 내 방의 냉동고에 내 머리가 들어가진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몇가지 추측도 가능하다.

 

1. 냉동고를 비롯해 냉장고 크기가 너무 작다.

2. 냉동고는 비록 자신이 작지만, 들어오려는 주인 머리통이 크다고 느낄꺼다.

3. 그리고 지금 당신도 냉동고에 머리 넣는 상상을 하고 있거나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바쁜 회사생활과 폭염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싸한 취미 하나를 얻었다.

언젠부턴가 텔레비전을 위한 케이블 - 케이블이야 말로 휴일을 방바닥에 뒹굴며 보내게 만드는, 나의 게으름의 원천이다 -  을 끊었고 그럴때면 조금씩 나의 조그만 방을 소설, 사진집, 시, 역사, 수필, 만화 그리고 맥주잔으로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다닐때부터 읽고 싶은 무거운 양장본의 책이 선을 보이다가,

어느 덧 너무 무거운 책을 잠시 물리고, 다시 얇고 가벼운 책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러다가 얇은 책 마지막 장을 읽고서는 또 올 여름 한권을 책을 던졌다는 흥분이 밀려온다.

여기엔 약간의 씁쓸한 후회도 있는데, '무협지'를 읽고 난후 느낀 분량과 감흥의 엇박자가

남기는 '빼앗긴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뒤섞이기 때문일거다.

 

아직 방에는 첫장을 펼치고 끝내지 못한 녀석들이 나뒹군다.

모두 표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읽고자 하는 책이라면 아마도 그 압박감에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

 

케이블을 끊어버렸다는 점에서 사악한 주문을 벗어버린 난, '해리'에 버금가는 마법사다. ^^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을 때에는, 살며시 케이블이 분기되는 박스를 열어 나의 텔레비전으로 곧장 뻗어 있는 동축케이블을 살며시 잇고 오곤 한다. 사실 국가대표 축구경기 정도라면 그 사악한 주문에 다시 걸리고 싶다.

 

회사생활 3년차에 찾아온 '책읽기' 습관에 스스로 대견해 하며, 난 오늘도 무거운 책 하나 읽다가 쓰러져 잘거다. 그리고 어제도 책 몇장 읽었음에 기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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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자명한 산책

황인숙이라는 시인과의 만남은 참 색다르다.

첫장을 넘기면서 '푸하하' 웃음을 만발케 하는 매력이란, 읽는 사람이 여성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는다. 1990년에 나온 그녀의 두번째 시집 - 문학과 지성 시인선 90, 슬픔이 나를 깨운다 - 의 첫 시는 아래 같이 시작했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그녀의 시는 일상을 절묘하게 뒤틀어 놓거나, 또다른 오감으로 표현함으로써 전혀 낯선 동네로 안내하곤 한다. 그 중에 하나는 앞의 것처럼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는 데 있다. 2~3년의 공백이 있어야만 슬그머니 꺼내놓는 그녀의 새 시집이 2003년 겨울에 나왔다.  그녀의 전작들을 읽을 때 느낀, 사랑에 대한 많은 소재가 '자명한 산책'에서는 어느덧, 사회적 시선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보여진다. [몇개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등단후 스무해가 지난 동안, 세상에 빚만 지고 살았다는 자평이 그녀의 또 하나의 시일지도.

'~ 빚을 까자!'는 문구가 청유형처럼 들리는 건, 나 또한 너무 많이 받고만 살아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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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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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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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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