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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 지하도

이주농성투쟁 1주년 투쟁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을지로3가 지하도.
이주농성투쟁으로 자주 걷던 그지하도를 오늘도 나는 걸었다.

저녁시간 집으로 가는 을지로 3가지하도는 노숙자들이 잠자리를 준비하거나 벌써 잠들어버린 노숙자 옆에서 몇몇노숙자들이 추위를이기기위해 깡소주를 한잔걸치면서 때아니게 붐비는 시공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그러한 노숙자들이 즐비한 지하도를 걸으며 지하철로 향하고있었다.
나는 늘 그곳을 지날때면 마음 한켠이 편하지가 않다.
솔직히 늦은시간 혼자걸을때면 한편으로는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오곤한다. 혹시나 나에게 무서운말을하면 어쩌나 그럴땐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고민한다. 이땅에 사는 여성으로서 자유롭지못하기에...

그리고 맘 한켠에는 노숙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그들을 거리로내쫓아버린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에 치를떨게된다.

또한편으로는 시선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난감해진다.
분면히도 난 그들을 동정하거나 혹은 이사회에 적응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지 않는다.
하기에 내가 그들과 시선을 마주쳤을때 행여나 그들이 그런 느낌들을 받을까봐 난 시선을 내 발등에 맞춘채 종종걸음도 그들에게 냉소적으로비출까봐 천천히 맞춘다.
그러는가운데 이러저런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생각들을 하면서 그지하도를 벗어나곤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지하도를 지나가고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사실에 나는 가슴이 무너짐을 느꼈다.
작년 이계절 노숙자 수보다 너무나 많은 노숙자가 있음을 발견했다.
언론에서 노숙자가 늘고 어쩌구저쩌구 하는 기사들을 직접 확인하게된것이다.
그것도 너무도 확연히 차이가남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도 슬픈 시대의 한장면을 마주하면서 나는 그동안 발등에만 맞춰진 시선을 노숙자들에게맞출수밖에없었다.

을지로3가 지하도 노숙자의 수만큼 이시대는, 우리를 빈곤의 나락으로 내쫓아버리고 삶에 대한 희망마저 박탈할만큼 야만적인것이다.
이야만적이고 비탄스런 시대에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는 너무도 덤덤할뿐이다.
본능적인 감정들이 교감하고 샘솟으며, 희망이 교차하고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들어야할 의무를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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