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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auteuils d'orchestre>

스토리는 다감하지만 친절하지 않으며

이야기는 달콤하지만 전개는 엉성하기만 하다

또, 잔잔히 미소짓게 하지만 극적 긴장은 영 없으니 옆에서 누가 졸더라도 참아줄 것!

 

얘기는 이렇다.

 



 

극장이 열린다.

 

한 무대에선, 영화'배우'이고 싶은, 드라마'스타'가 시덥지 않은 배역에 낄낄대고

또 다른 무대에선 유명 피아니스트가 갑갑한 턱시도를 다 벗어젖힌채 런닝바람으로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어느 노 미술품 수집가와 장성한 아들간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 이리 저리 얽혀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한 아가씨가 끼어든다.

 

극장 맞은편 까페에서 써빙을 시작한 이 시골출신의 아가씨는

살짝 벌어진 앞니 사이로 시종 '효효-' 웃음을 선사하며

극장 사람들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 노래를 불러주기도 또 오랜 친구인양 속갚은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무 멀지도 또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위치한 오케스트라의 좌석이 필요해요"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아멜리에류의 이 아가씨는,

 

하지만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다.

목 뻐근하지만 맨 앞자리가 주는 생생한 감동과

시야가 가려진대도 맨 뒷자리만이 누릴 수 있는 내 맘대로 자세의 편안함을.

그래서, 솔직해지면 사랑도 인생도 쉬워진다고 말할테지만,

 

또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둥바둥하면 사랑도 인생도 복잡해질테지만

그것이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한 중년들의 선택이며

그들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거부 미술품 수집가는 마흔살도 훨씬 넘게 차이날 젊은 아가씨의 '봉'일지언정 그녀와의 연애에 올인하고

유명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속시키고자 무대를 내려올 각오를 하고

드라마 스타는 '배우' 다운 배우가 한 번 되보고자 감독 앞에서 온갖 쑈를 하고.

 

아, 물론!

이렇게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리를 고수하던

이 아가씨도 결국 사랑앞에선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된다는 사실.

영화처럼 생긴(!) 애인을, 그또한 영화처럼 어느 까페에서 만난 그들은, 여느 연인과 다를바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 속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거보라구!

적당한 거리라는건 애초부터 불가능한거 아니던가.

어떤 위치에 앉아야 무대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무대와 더더더더 가까워지기 위해

결국에는 자신이 그 무대의 주인공인듯 빠져들기 위해

너무 가까이 목을 세워 쳐다보느라 나중에는 뒷골이 다 핑핑도는걸 알면서도

또 다시, 오케스트라의 시작을 알리는 잠깐의 적막이 찾아오면 쏜살같이 앞으로 가 앉게 된다는 것.

누구나 그렇다는 것. 

* 이 영화에서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몇 가지,

등장인물들의 살아움직이는 캐릭터!

몽테뉴거리의 풍경들

거기에, 주인공 아가씨의 애인역으로 나와주시는 바로, 이 분! 므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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