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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살아있는 느낌

그가 어제저녁 7시경에 전화를 했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집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웅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을텐데 그때의 스산함이 한동안 가슴에 남을테지라고 생각하는 찰나...그는 전화를 끊지않았다. 지금이라도 회의에 나오라는 말도 하지않았다.

그는 '오늘 회의때 무슨 안건들을 얘기해야하지?'라고 물었다.

앗....순간 '**이 안건지를 준비해온다고 하던데'라고 말할까 기냥 내가 말할까 망설이다가

차별금지법대응이랑, 유엔사회권규약관련 보고서랑, 푸제온이랑, 후원회랑...어쩌구저쩌구 논의해야돼.

그는 나중에 전화할께라고 덧붙이며 끊었다.

 

그가 오늘 3시쯤 전화가 왔다.

그가 전화한 것은 어제 회의결과나 과정을 알려주려고 전화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살아있는 느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지난주말부터 명동성당, 차별금지법 대응 기자회견 등에 참여하면서 나름! 강행군을 했다.

그는 몸이 피곤한게 아니라 상쾌하다며 '살아있는 느낌'에 대해 얘기했다.

그에게 '살아있는' , '살기위한' 느낌은 몸무림으로 때론 간절함으로 드러난다.

 

그와 그의 '살아있음' 혹은 '살고 싶음'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된건 1년여밖에 되지않는다.

그는 2006년 8월 국제에이즈회의를 참가하기위해 캐나다를 다녀온 직후 다리 힘을 쓸수없다했고.

종로에 의료기상에 가서 지팡이를 사기도 했는데 결국엔 입원을 했고, 의사한테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우는 걸 처음 봤다. 의사가 다른 약을 한번 써보자는 제안을 했고, 그 약은 보험이 안되어 약값이 어마어마했다. 그는 우리가 젤 먼저 돈 걱정을 할거란 생각을 했고, 자기 통장에 있는 돈을 쓰자고 했지. 맞다. 그 와중에 그가 어떤 마음일지를 아는 것보다 약값을 먼저 계산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너의 통장에 있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그 담에 드는 약값은 어떻게 할건데? 다른 방법을 찾아야해'라고 몰아치듯이 말했다. 그 일이 계속 맘에 남았었다. 미안해. 지금 생각해도 미안해.

그렇게 하루하루,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서 그에게 그가 싫어할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의 리퀘스트 얘기를 꺼내기도 했고(그가 스스로 거부하기를 바란 마음은 또 뭘까? 못된 년), 신약을 구해보자는 얘기도 했다. 며칠후 그가 담배를 피면서 그랬다. 더 우울해졌다고. 이젠 그만 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그의 몸과 마음이 이렇게 헤질동안 우리는 뭘 했고, 이것이 그냥 그의 몫이라고 놔둬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다. 생을 잘 정리한다는 것? 활동의 연장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것? 등등

 

그 겨울 그는 내내 병실에 있었다.

그에게 어느날(강곤기자가 인터뷰를 한 며칠후였던것 같다) 찾아갔을때

그가 그의 삶에 대해 얘기를 해주었다. 나는 용기를 낸답시고 그에게 '우리 이제 솔직하게 지내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솔직했었는데....

 

그는 그 후 후원회를 통해서 약값을 댔고, 희망이란 것을 새로이 찾아갔다.

희망이란 안겨주는 게 아니라 찾는것이다. 그를 보면 그렇다. http://blog.jinbo.net/Aspeople/

그는 작년 후원의 밤을 하면서 '내몸이 내몸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는 겸손하고 미안해했지만 함께 한다는것이 뭔지를 알고, 자신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알았다. 그로부터 1년 남짓 지났다.

그 시간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너에게는 연속이었다는 걸 알아. 그 연속선에서 너는 명동성당에서 여러 인권활동가들과 얼굴을 맛대고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 함께 있다는 것이 기뻤던 거지?

이제 슬슬 새로운 적응을 해야한다며, 마음이 가다듬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와서 몸이 한결 가볍다는 너의 말을 듣고 나는 눈물이 나. 그 이유는 너를 존중하기때문이고, 또 하나는 너에게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얼마전 너를 만나서 '네가 하고 싶다고 했던거 상황, 눈치보지말고 했음좋겠다'고 말했던거.

진심이긴 한데, 예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http://blog.jinbo.net/rmdal/?pid=14

나는 또 동굴에 들어앉아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해보니 결국 그거더라고.

2000년에도, 2004년에도 그랬는데...

어느순간 방어모드로 들어가서는 더 안가는거.

그래도 이번만큼은 회피하고 싶지않아.

 

 너의 목소리가 평온한척 하는 내마음을 들쑤시는구나.

너의 살아있는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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