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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끔찍한가

 "싸움의 전망이란 저절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작년 '작은 꽃' 동지의 싸움의 현장에서 들었던 말이 오늘 따라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 아니 이번 구조조정 싸움을 통해 죽어있는 강물같은 학교에 저항하고 강물을 거슬러보고자 시작해는데... 방학이라는 조건 탓, 학생회가 협조적이지 않다는 탓, 원래 뭐 우리가 하는게 그렇지, 우리 사람들이 다 그렇지 남을 탓하기에 바빴다. 그 시간에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얘기듣고 우리에 싸움을 알려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스무번째 쌍차 동지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이럴수가. 더 이상에 타살을 막아보고자 비록 힘들지만 우리 싸워봅시다 더 이상 죽지말자고 희망텐트도 시작했는데 우린 또 한 분에 노동자를 동지를 보내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차동지들은 여전히 야만적인 자본에 맞써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 남 탓, 좌절은 개나줘버려야겠다. 그래야 먼저 가신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구조조정 싸움으로 부당하게 퇴학을 당한 동지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있는 길일 것이다.

 

 무엇보다 매년 해를 거듭할 수록 우리학교는 원래 그렇지, 대학이 다 그렇지, 뭐 어쩔 수 있겠어, 좀 괜찮은 총학은 안나오나 이런 학내의 분위기를 바꿔내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무기력한 학생사회는 원래 우리 회사는 다 그렇지, 사회가 다 그렇지, 뭐 어쩔 수 있겠어 좀 괜찮은 국회의원 안나오나 생각하는 사람들을 재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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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어제는 메이데이 출판에서 한 달에 한번 갖는 독자모임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임을 시작하기 앞서 독자모임 구성원들이 한 달 동안 나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해 준 한 소설절에 대해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이 때 화자됐던 시다.

 

 대추 한 알... 그렇다 대추 한 알은 어쩌면 별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대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골 문 앞 나무에 열려있는 대추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한 입 베어물고 논두렁으로 버리던 나였다.

 

 그런데 어제 얘기되었던 대추 한 알 시를 듣는데... 참. 그래 내가 무시하고 버리고 하찮게 여겼던 저 대추도 저절로 익어서 붉어진게 아닌데. 온갖 풍파와 고독을 겪어낸 고귀한 결실일텐데...

 

 저들은 나처럼 대추의 의미를 모르듯 노동자, 소수자의 의미를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거나 알면서 외면한다. 왜냐고? 그냥 버려도 되는거다. 그 중 시뻘건 대추 몇몇은 '권리'를 주장하고 덤벼보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다. 일단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이 땅 어딘가에 버린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그 곳에 버리면 그만이다.

 

  학교의 학사 구조조정에 맞서서 싸우고자 하는 '나'도 '우리'도 대추 한 알처럼 여전히 소외받고 버려진다. 안타깝게도 학교가 버리는 것도 모자라 같은 대추 즉, 학생회 사회에서도 재미없는 이름에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나'를 따돌리고 버린다. 그래도 같은 대추라고 얘기는 꼬박 꼬박 들어준다. 결국 버리지만...

 

 그러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추 한 알이 그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결실을 맺는 것 처럼. 나도 이렇게 버티다보면 결실을 이룰 때가 오겠지. 꼭 붉게 익지 않더라도 푸르스름한채 풍파에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이제 곧 설이다. 진짜 한 살 더먹는다. 나이를 먹는 만큼 내 머리색깔과 점퍼색깔처럼 붉게 익어가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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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평가와 쌍차 2차 포위의 날 [붉은몫소리 후기]

 

지난 13일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있었죠. 평가도 평가였지만 작은 꽃 동지를 뵐수 있어서 더욱 반가운 토론회였습니다.

 

이날 붉은몫소리에서는 현아, 희영, 주영, 재현 그리고 제 후배인 현식이 함께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작은 꽃 동지에 추천으로 특혜를 받아 붉은몫소리에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은 싸움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나는 자신감 넘치고 언제나 당당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공식적으로 '환자'라고 명명받아야만 이길 수있었던 싸움, 내가 '성희롱' '피해자' 였다는 사실을 하루에도 수 백번 반복해서 말하고 알려내야만 이길 수 있었던 싸움. 그 안에서 힘들고 우울해 하셨던 지치셨던 작은 꽃 동지를 보며 우리들 모두에게 커다란 깨우침을 주었던 싸움이었습니다.

 

토론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보자면

- 국가인권위, 여성가족부, 고용 노동부, 현대차 그 어느 곳에서도 이 문제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의 싸움을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 되지 않고서는 노동자가 어떤 부당함을 당해도 싸울 수 없다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할 수 있는 싸움이었다는 평가.

 

- 그동안 벌여졌던 성폭력, 성희롱에 대응하는 싸움은 개개인 가해자 처벌을 중심에 두고 싸웠다면 이번 작은 꽃 투쟁은 큰 원칙을 이야기하고 현대차 자본에 대응하는 싸움을 통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던 싸움이었다.

 

- 직장내 성폭력, 성희롱문제도 그렇지만 꼭 현장이 아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억압받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일상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고민을 갖게 되었다.

 

- 노동조합이 중심이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대책위라고 하는 자발적인 연대체의 힘으로 승리했던 이번 싸움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투쟁을 할 때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천들을 벌여나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 이번 싸움을 조직적 차원에서 책임지지 못하고 그 어떠한 계획도 제출하지 못했던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앞으로 현장에서 자본의 권력 앞에 가장 약자 일 수 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 더 이상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조직적 차원에 계획과 전망을 제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싸움을 통해 우리 사회 여성 노동자가 그 어떠한 형태의 부당함이든 이를 말하고 사회화해서 '원래 다 그런거지'가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또한 이를 여성만에 문제가 아닌 노동자 전체에 문제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고민으로 받아 안을 수 있는 자세와 노력 무엇보다 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나 또한 붉은몫소리를 통해 여성 노동자가 아니 사회적 소수자, 약자로써 억압받고 고통받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이를 함께 만들어날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주제를 바꿔서 쌍차에서는 제2차 포위의 날을 맞아 집회와 문화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현아, 지수, 나래, 재현, 현식이 함께했습니다. 함께했다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모호했지만 그래도 함께했습니다 ^^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노찾사와 최도은 동지의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도 그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또한 12시 넘은 시간에 '김진숙' 동지가 쌍차에 오셔서 힘찬 연대사를 해주셨는데요. 글도 워낙 잘 쓰시지만 말씀도 역시나!!!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실텐데도 불구하고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힘과 그 아우라는 ^^

 

후기를 쓰다보니 희망텐트에서 몸소 싸움을 하고 있으신 쌍차 동지들과 한 마디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이상 쌍차 동지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투쟁하고 승리할 수 있는 그래서 지금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여러 동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쌍차 투쟁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번엔 더 많은 붉은몫소리 구성원들이 함께 쌍차에가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연대의 힘과 정을 팍팍 불어넣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후기담 치고 제가 봐도 너무 재미없네요... 불가능하겠지만 다음번엔 조금 더 참신하고 유쾌한 후기담을 쓰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 날이 엄청 따뜻하네요. 전국에서 농성하고 계신 동지들이 조금이나마 움추렸던 어깨를 피실 수 있겠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자는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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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

 

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절은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 장의 푸르름

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

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가루, 기름칠한 피로

새벽 1시의 병원의 불빛이 새오나오는 시

반지하 연립의 스태드 켠 한 숨처럼

하늘로 오르지도 땅으로 꺼지지도 못해

그래서 그만큼 더 아찔하게 버티고 서 있는

 

하느님, 부처님

썩지도 않을 고상한 이름이 아니라

먼지 날리는 책갈피가 아니라

지친 몸에서 몸으로 거듭나는

아픈 입에서 입으로 깊어지는 노래

절간 뒷간의 면벽한 허무가 아니라

지하철 광고 카피의 한 문장을 똑 떨어지는 슴슴한 고독이 아니라

사람 사는 밑구녁 후미진 골목마다

범벅한 사연들 끌어안고 버리고 달인 시

비평가 하나 녹이지 못해도

늙은 작부 뜨듯한 눈시울 적셔주는 시

구르고 구르다 어쩌다 당신 발 끝에 채이면

쩔렁! 하고 가끔씩 소리내어 울 수 있는

 

나는 내 시가

동전처럼 닳아 질겨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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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쓴다

나는 시를 쓴다

 

 

                                                    최영미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 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시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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