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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5
    [애니]파프리카Paprika(6)
    겨울철쭉

[애니]파프리카Paprika


파프리카 (Paprika, 2006) , 콘 사토시 감독

줄거리나 설정은 검색엔진에 찾아보면 나올 테니 생략.
다른 사람의 꿈에 개입해들어갈 수 있는 DC mini라는 기계가 만들어지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놀라운 설정과 상상력의 산물. 프로이트를 애니메이션에 초대해서 '노는' 셈인데, 흥미롭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1.

다른 사람의 꿈에 개입한다는 것은, 무의식에 들어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것은 우리 세계에서는 정신분석가, 혹은 정신과의사들의 일일텐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들이 우리 무의식에 접속하거나 들어오는 과정은 항상 불충분하다. 그러니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기계를 상상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영화에서처럼 직접 '접속'할 수 있다면 좋을까? 그것은 확신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정신분석이나 정신과치료의 과정에서, 피분석자 혹은 환자는 '이야기하기'를 통해서 자신을 인식하고 치유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직접 무의식을 투명하게 보고, 개입한다고 되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의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저항'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할 때가 있다.)
게다가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것은 전이-역전이를 너무나 위험하게 만들 것같다.
 
2.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John Lennon의 부인인 Yoko Ono가 한 잘 알려진 말.

그런데 영화는,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되긴 하는데, 그런데,
그 꿈이 악몽이면 어쩌지? 라고 묻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거대한 집단적인 꿈을 꾼다. 그것은 온갖 상징들, 욕망들이 뒤엉켜 혼란스럽고 기괴한 모습이다. (위에 포스터에서, "This is your brain on anime."라는 말, 파프리카 안에 있는 이미지들이 그것들이다.)

집단이 혹은 대중이 함께 꾸는 꿈은, 그래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지만, 그것은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파시즘의 대중심리'라는 하나의 집단적인 꿈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가 반역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우리가 집단적인 꿈을 모두 기각할 필요는 없다. 감독은 오히려 집단적인 꿈 자체를 의문에 부치는 느낌이지만 말이다.(그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그 경고는 하찮은 것이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의식적인-지적인 요소와 결합하고 반성하지 않는, 날 것 자체의 무의식과 욕망은 현실이 될 때 끔찍할 수 있다.
 
3.

(꿈 공간의) 파프리카는 (현실 세계의) 아츠코 치바의 또 하나의 주체. 파프리카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꿈의 세계에서 치바 대신 나타난다.

지나가는 대사이지만, 매우 인상적인 것이 있는데, 이 장면. (그림은 파프리카)
대사를 그대로 옮겨보자.


(치바) : 멋대로 앞서가지 마, 파프리카
(파프리카) : 항상 너만 옳은 건 아니잖아
..
(치바)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파프리카) 아츠코(치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봐?
(치바) : 내 말을 들어
(파프리카) : 모든 사람이 자기 멋대로 되리라는 생각은 어느 대머리 아저씨랑 똑같은 것 같은데?

(참고로, 여기서 '어느 대머리 아저씨'는 모든 사람의 꿈을 지배하려는 노인네를 지칭한다.)
의식-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주체인 파프리카가 오히려 의식-주체인 치바에게 네 멋대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주체로서 우리는 항상 무의식에 이런 저런 것을 강제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무의식이 항변한다.. 그럴 때 신경증이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나나 다른 사람들도 그것 때문에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장면.
파프리카는, 치바의 말처럼 '멋대로 앞서'간다. 주체가 어쩔 수 없이..


정신분석책에나 나올 개념들을, 스토리로 구성해서 영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후반부에는 이야기를 수습하는 데 약간 무리하는 것같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상력과 사고력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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