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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2
    로르카, 강의 백일몽
    겨울철쭉

로르카, 강의 백일몽

로르카는, '시인이 총살 당하는 시대'의 희생자다.
좌파였던 이 시인은 1936년, 스페인에서 프랑코를 두목으로 하는 파시스트들의 쿠데타가 시작된 직후 그라나다에서 총살당한다. 시인이 총살 당하는 시대, 20세기는 오래 지속되고 있다.

번역된 시집을 읽으면 그는 너무나 아름다운 서정시인이다. 서정시인을 죽이는 시대.

로르카를 읽으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예민한 영혼을 가진 시인도 헤어지고 영혼에 칼로 벤 상처를 받아도, 여전히 또 시를 썼다는 것,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시를 중단시킬 수 있었던 것은 파시스트의 총탄 뿐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파시스트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 아마도 훨씬 마음이 무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적어도 시를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강의 백일몽
(헤닐 강)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그 영상들을 남긴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우리에게 바람을 남겨 놓는다.

태양 아래 모든 것에
바람은 수의를 입힌다.

   (얼마나 슬프고 짧은
    시간인가!)

그러나 그건 우리에게 그 메아리를 남긴다.
강 위에 떠도는 그걸.

반딧불들이 세계가
내 생각에 엄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그리고 작아진 심장이
내 손가락들에 꽃핀다.

(정현종 옮김, 표현은 조금 바꿈)


하나만 더. (너무 많이 옮기면 시집을 사보지 않을테니 ^^;)
번역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시들은 소리내어 리듬을 읽어야한다. 혹은 시를 옮겨 적는 타이핑의 경쾌한 키보드의 리듬도 어울린다.


어떤 영혼들은...
1920년 2월 8일

   어떤 영혼들은
푸른 별을 갖고 있다.
시간의 갈피에
끼워놓은 아침들을,
그리고 꿈과
노스텔지어의 옛 도란거림
이 있는
정결한 구석들을.

   또 다른 영혼들은
열정의 환영들
로 괴로워한다. 벌레먹은
과일들. 그림자의
흐름과도 같이
멀리서
오는
타버린 목소리의
메아리, 슬픔이 없는
기억들.
키스의 부스러기들.

   내 영혼은
오래 익어왔다 : 그건 시든다.
불가사의로 어두운 채.
환각에 침식당한
어린 돌들은
내 생각의
물 위에 떨어진다.
모든 돌은 말한다 :
"신(神)은 멀리 계시다!"


===
아래는 로르카의 시집


강의 백일몽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정현종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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