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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9
    [독서]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겨울철쭉

[독서]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그라나다의 처형은 자유로운 인간이라면 누구나 총부리 앞에 세워질 수 있는 시대, 시인이 총살당하는 시대가 왔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1936년, 프랑코 파시스트 쿠데타군에 의해서 살해당한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살해되는 순간, 이 열전의 첫번째 인물에 대한 글의 한 구절이다. "시인이 총살당하는 시대", 20세기에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하지만 의외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도 많다. 서경식 선생이 일본에서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니 내가 들어보지 못한 일본인들은 등장할 수 있다고 쳐도, 로르카부터도 그렇지만 잭 시라이, 파블로 카잘스, 에른스트 톨로.. 이런 삶들을 내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아주 역설적으로, 이 책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 기억되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어떤 잘 알려진 위인들보다도 위대한 삶을 살다가, 위대하게 죽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그리고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더 그럴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면 부끄러워지는 일이다.

이 책에 소개된 49명은 대부분, 파시스트 독재나 전쟁에 대항해서 투쟁하고, 또 상당수는 그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이다. 살아남은 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이들은 모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앞에서도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살해한 자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존엄한 파시스트"란 존재할 수 없는 말, 형용모순이다.)

한명 한명의 삶과 죽음이 가지는 무게 때문에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에 책장 하나하나를 쉽게 넘기기 힘들다.  그 중에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인물은 잭 시라이.

일본에서 고아로 자라서, 항구에서 노동자로 일했고, 미국에 밀항하여 식당노동자가 되었다. 스페인 내전, 국제여단에 참전한 그는 파시스트의 총탄에 1937년7월11일 사망한다. 일본인으로 미국노동자가 되어 스페인에서 공산주의자로 죽었다.

시라이의 죽음에 대해 뉴욕주재 일본영사관은 "있을 수 없는 비국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가 되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바로 그런 "있을 수 없는 비국민"이 아닌가!

20세기는, 그런 "비국민"들을 "있을 수 없게"하기 위해서 살해하고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겨우' 기억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마찬가지.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오늘, 우리는 언제, 떠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될까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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