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12/03/01 00:01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이 문장에서 '한정된'과 '특별한'이라는 용어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 반대라고 믿고 싶어도, 보편적 사랑이나 종 전체의 번영과 같은 겉은 진화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이기적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는 것에 덧붙여 말하자면, 유전되는 형질이 고정된 것이어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오류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나, 우리가 전 생애 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이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된다.'

 

'..그러나 암컷보다도 수컷이 자식을 돌보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 동물도 있다. 이와 같이 아비가 자식에 헌신하는 예는 새와 포유류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어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도대체 왜일까? 최근 칼라일 T.R. Carlisle이 그 해답을 가르쳐주었다... 교미 후 육상 동물의 암컷은 얼마 동안 체내에 배아를 가지고 있다. 만일 암컷이 교미 직후에 수정란을 낳아 버린다고 해도, 수컷에게는 도망쳐서 암컷을 트리버스의 '가혹한 구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수컷에게는 암컷의 선택을 봉쇄하고 먼저 도망칠 결단을 내릴 기회가 필연적으로 제공된다. 아이를 내버려 확실히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 곁에 남아 돌볼 것인가의 결단은 모두 암컷의 몫이다. 그러므로 육상 동물에서는 아비가 자식을 돌보는 경우보다 어미가 자식을 돌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 동물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수컷이 암컷의 체내에 정자를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암컷이 '자식을 품은' 채 혼자 남을 필요가 없다. 수정이 막 끝난 알을 상대에게 맡기고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 암수 모두에게 가능하다. ..따라서 물고기의 암컷은 먼저 산란하는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있다. 반면 물고기의 수컷은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수컷이 서둘러 정자를 바울해 버리면 암컷이 준비되기 전에 정자가 흩어져 버릴 것이고, 그러면 암컷은 난자를 방출할 가치가 없으므로 산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확산 문제 때문에 수컷은 우선 암컷이 난자를 방출하기를 기다렸다가 정자를 뿌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덕분에 암컷은 실로 귀중한 몇 초를 얻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사라짐으로써 난자를 수컷에게 떠맡겨 수컷을 트리버스의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이론은 수컷의 자식 돌보기가 왜 물속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건조한 육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인지를 깔끔하게 설명한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중에서

 

 

 

.......................................................................................................................................................................................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닐까' 종종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그동안 꿈꾸었던 세상이 적어도 내 생이 끝나기 전엔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확고해지는 듯하다.  4년 동안 매일매일 직장에서 만나는 숱한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통해 더욱 그렇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 진화론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가능해지지만 그만큼 회의감도 깊어진다..내게 필요한 건 변화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모색, 그치만 잘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3/01 00:01 2012/03/01 00:01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