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에서 온 고기를 식물성 음식으로 대체한다.
·구할 수만 있다면 공장식 농장에서 온 계란을 방사한 닭의 계란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계란을 먹지 말라.
·우유와 치즈를 두유, 두부, 또는 다른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라. 하지만 유제품이 들어 있는 모든 음식을 피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알아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내가 여기서 지지하는 지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사실상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대중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동물 해방 운동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러한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가급적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불매운동을 확산하여 대중들의 관심을 획득하는 것이다.
..동물 복리 단체가 가장 중요한 형태의 잔혹한 처우에 반대하여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 한 가지 이유는 역사적인 것이다. 창립 당시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와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는 과격한 집단들로, 그 당시의 일반인들의 생각을 훨씬 앞질러 갔다. 현재와 같이 당시에도 그들은 수많은 극악한 학대의 희생양이었던 가축에 대한 학대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동물 학대에 반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단체들은 재력을 갖고, 회원수가 증가하고,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서서히 자신들의 급진적인 정신을 상실하였으며, ‘체제’(establishment)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관료, 사업가, 과학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그들과의 접촉을 통해 동물의 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을 식용이나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데 근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접촉함으로써 창립자들을 고무했던 동물 착취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의 칼은 무뎌지게 되었다. 협회는 사소한 개혁을 위해 근본 원칙을 수없이 양보하였다. 그들은 조그마한 개선이 아예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에 비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동물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오히려 그 이상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중들을 안심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동물 복리 재단의 재산이 늘어나자 또 다른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동물 복리 협회들은 자선 단체로 등록되어 설립되었다. 이러한 법제상의 지위 때문에 그들은 세금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과 미국에서 정치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 자선 단체로의 등록을 조건으로 그와 같은 혜택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오직 정치 활동만이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규모 단체들은 대부분 자선 단체로서의 지위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행동은 자제하였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잔혹한 처우에 대항하는 조직적인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버리는 대신, 유기견을 거두어들인다든가, 개인의 이유 없는 학대를 고소한다든가 하는 안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인간 아닌 동물들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 그리고 동물들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시사하는 바에 관한 잘못된 추론 또한 우리가 종차별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껏 우리는 흔히 우리들 자신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야만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을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뜻했다. ‘야수 같은’, ‘짐승 같은’이라고 하거나 ‘짐승처럼’ 행동한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잔인하고 거칠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죽일 때 최소한의 이유라도 갖고서 죽이는 동물은 인간 동물(human anima)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우리는 사자나 늑대가 다른 동물들을 죽이기 때문에 야만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이지 않으면 굶주려야 한다. 반면 인간은 운동 삼아,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자신들의 몸을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 그리고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죽인다. 또한 인간은 탐욕이나 권세를 얻기 위해 자기 종의 구성원을 살해한다. 나아가 인간은 단순히 죽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역사를 통틀어 인간은 다른 인간과 동물들을 죽이기 정에 괴롭히고 고문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피터 싱어(1946~), ‘동물 해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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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해방, 여성 해방.. 그리고 이제는 동물 해방?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폭정, 인간의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을 대신해 피터 싱어가 이 책을 쓴 것은 1975년이다. 사회 인식의 차이를 느낄 수가 있는 시차이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가한 듯 보인다. 열렬한 보신탕 소비국가임에도 몇 년간 동물 특히 개 관련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증가했고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게도 몇 가지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작년에 TV동물농장에서 투견 훈련 중 목을 줄로 천정에 매달아 런닝머신을 달리지 않으면 목이 조이게 만드는 장치 때문에 정말 살기 위해 달려야 하는 상처투성이 개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고말았다. 또한 동물 실험을 마치고 일반 가정에 입양된 개의 인간에 대한 공포 역시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몇 달 전엔 일본의 돌고래 포획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했다. 피로 물든 붉은 바다는 선정성과 잔혹함을 뛰어넘어 도살 과정에 대한 문제와 고래 뿐만 아니라 육식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에게 돌려주자는 수준의 프로그램과 사회적 인식,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다. 멧돼지와 철새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농민,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 소 값이 떨어지고 사료값만 오르니 굶기며 시위하는 축산민과 사료를 보내주는 동물보호단체, 지구 위에서 인간의 삶은 참 여러가지 모양새로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착취 즉 '동물 실험', '공장식 축산' , '학대' 등등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피터 싱어는 '종차별주의'와 '동물해방운동'이라고 규정한다. 인간이 동물에 속해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표현이다. 그리고 해방 운동이란 '인종'이나 '성'과 같은 자의적인 특징에 기초한 편견과 차별과 편견을 종식시키기 위한 요구이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진화론적 인식 속에서 계급과 계층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억압과 착취에 반대한다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흔한 수법인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성적 논리로 접근하고 설득해가는 이 책은 그래서 내겐 시원시원하고 매력적이다. 물론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도 충분히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실천방식'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웰빙이다 머다 해서 채식의 중요성은 폭넓게 인식되어 왔고 주변에서도 종종 채식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의 실천방식으로서가 아니라 먹을거리에서부터 오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아마 나 자신의 육식에 대한 강한 욕구와 현실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잘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ㅠㅠ 하지만 아쉬운 것은 개인 실천 의지를 강조하기보다는 조직화된 운동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모색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 해방 운동의 역사는 내용은 다를지라도 여타 다른 운동과 비슷한 큰 줄기의 성장과 변화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운동의 패턴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의 참신함과 혁신적 취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고,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적 저변을 확대해가면서 오히려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된다. 뒤잇는 새롭고 급진적인 단체의 등장이 필요해진다. 감히 말하자면 어딜 가든 어떤 분야에서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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