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쓰려다가 실패.

다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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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좀 근본주의자적인 비판을 자주했다. 일종의 결벽증 같은 것(?). 그래서 뭔가 완벽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홍지 님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전체절대' 정도가 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생태적인 평화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지금 당장 서울에 살고 있어서 실천하기 힘든 것들을 마주칠 때 마다 '어차피 지금 그 정도로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정쩡하게 어설픈 모습은 싫어' 이런 생각을 하며 회피하곤했다. 그 중 하나가 채식이었다.

 

채식의 다양한 이유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지지한다. 생명권, 착취구조의 해방, 생태적 삶 등등. 하지만 대도시에서 채식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며, 또 한겨울에 채식하기 위해 제철음식이 아닌 채소를 먹는 것도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인스턴트를 끊고, 소식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것도 완벽주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래서 모든 운동의 귀결지는 결국 귀농이라는 한 선배의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이렇게 서울에 사는 동안엔 그냥 맘 내키는 대로 살자고 생각했다.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다.

 

그런데 왜 채식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들지 못했을까? 음.. 그건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영향이 큰 것 같다. 어떤 생각이냐면, 사람들이 닭장 속의 닭을 보고는 측은한 마음을 가지면서, 논에 자라는 벼를 보고는 넉넉함을 느낀다는 사실. 그런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틀. 인간, 동물, 식물, 무생물로 계층화된 인식구조. 그래서 인간과 가까운 동물들에 대해서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식물, 무생물은 그저 착취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싫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쌀 한톨한톨이 생명의 씨앗인데, 끔찍했다. 어릴 때 할머니가 닭잡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칼로 닭의 목을 치는 장면과 사과를 따기 위해 꼭지를 비트는 장면이 무엇이 다를까? (아.. 내 목이 비틀리는 것 같기도 하다.)토마토가 터진 걸 보고,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소방서에서 일 할 때 머리가 깨져 피 흘리는 사람을 봤는데, 난 토마토 터진 걸 보고 그 만큼 끔찍하게 느꼈던 적이 있다. (이건 좀 오반가?) 암튼 난 인간 위주의 판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논리들이 싫었다. 인간이 싫었고, 내가 인간이라는 것도 싫었다.

 

 

- 오전알바 퇴근시간이네요 ^^ -

언제 마저 쓰게 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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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8 12:40 2008/04/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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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 2008/04/08 13:24
와, 나머지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꼭 마저 써주세요
검은눈썹  | 2008/04/08 14:40
음 저도한때 채식잠깐한적있는데요,,힘들더군요,,몸도 정신도,근데 모든운동의 귀결지가 귀농이래요?좀 생각할문제같네요,,어차피 자본주의 최첨단 도시에서 사람들은 악다구니로 살거고 귀농이란건 결국 더러운것들 싸 피해서 맑은 우리끼리 모여살아여, 라고말하는것 같아서리..아 차목로 저도 올해말에 귀촌 예정입니다. 아예 읍도아니고 리에 들어가 살려구요, 갠적인 건강때문에..맑은공기 에서 살려구요
살림  | 2008/04/09 01:24
su / 아.. 맥이 끊기니.. 다시 쓰기 힘들어졌다는.. ^^; 곧 쓰게 되겠죠..

검은눈썹 / 아! 귀농도 다양한 이유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선배의 말을 저도 얼마나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ㅡ.ㅡ; 그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