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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어제 주선생님하고 의논을 했습니다.
"나..낮에 2시간이나 3시간쯤
서점엘 좀 갔으면 좋겠는데..."
"내일 마사지 시간 있잖아...그때 갔다와..
마사지는 나 혼자 갈께~~"
이 말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오늘 마사지가 마지막 시간인걸 알면서
나한테 빠지라는 소리를
주선생님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그 동안 쌓인 정이 있지
마지막 시간인데, 서로들 애 잘 키우라는 얘기는 하고 헤어져야지...'
속으로만 이렇게 얘기하고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10시가 다 돼서
허겁지겁 주선생님은 병원으로
저는 마을 버스를 타고 근처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서운함이 전혀 가시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쌓여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햄버거 큰 걸 하나 사서
길거리에서 막 씹어 먹었습니다.
높은 건물 사이로
바람이 휭~하고 불었습니다.
길 건너에 엄마 하나가 아기띠를 메고
건물앞 화단에 앉아 있습니다.
왼손에는 가방이 오른손에도 가방이 들려 있습니다.
괜히 가서 말 걸고 싶은 데 참았습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가고
주선생님이 왔습니다.
"누구 왔었어? 현선이 엄마 왔어?"
"아니.."
"어, 오늘 마지막 날인데 왜 안 오셨지?
"몰라...애가 어디 아픈가?"
"나 왜 안 왔냐고 물어보는 사람 없었어?"
"선생님이 물어보셨어.."
"응~그래~?"
"지윤 엄마는 왔어?"
"응..왔더라.."
"걷기 운동 잘 하시냐고 물어봐야 되는데...나도 갈 걸 그랬다..."
"나, 마사지 끝나고 엄마들 두명이랑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다 왔다~"
"어..그래? 나도 가서 얘기 했어야 되는데..."
"너 있었으면 얘기 안 하지..."
안 그래도 서운한데 속을 긁습니다.
"왜 얘기 안해..내가 같이 수다 떨면 다 얘기 하지..."
"근데, 선아 엄마는?"
"선아 엄마? 지난 번에 얘기한 그 책 샀대..
그리고 니가 얘기해 준 대로 애 일찍 재워봤는데..안 잘 줄 알았는데 잘 자서 너무 좋대..."
항상 얼굴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애가 잘 잔다니 다행이었습니다.
"근데..있잖아.."
"뭐?"
"다른 사람들은 나 왜 안 왔냐고 안 물어봐?"
"선생님이 물어봤어.."
"아니, 선생님 말고..."
"음...생각해보니까 선아 엄마가 물어봤다..지호 엄마도 물어보고.."
"그래?"
약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육아 스트레스는
아이키우는 아빠한테도 똑같습니다.
아빠도 비슷한 사람들이랑 수다 떨고
같이, 미운 사람 욕도 좀 해줘야 정신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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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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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님 육아잡담이 안 올라오면, 아주아주 궁금해하고 기다리는 블로거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삼~ '약간' 기분 풀어지실라나? ㅎ부가 정보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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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 이상한 짓을 했어요. 지하철에서 아기띠 메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습관처럼 다가가서 "몇개월이에요?" "몇키로에요?" 물어보다가 "아기띠 메고 있는데 안자려나?" 그랬더니... 그 엄마가 갑자기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는 거에요. "안자요! 안자!" 그래서 같이 내려서 제가 알고 있는 잠재우기 노하우 다 얘기해주고... 그랬더니 그 엄마가 "사실은... 제가 쌍둥이 엄마에요! 재울때 한놈은 앞에 안고 또 한놈은 업어서 재워요!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고백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이걸 어째!" 그랬더니 그 엄마가 이어받아서 "이유식도 안 먹어요! 안먹어요!" 또 하소연... 그래서 또 제가 알고 있는 이유식 노하우 다 얘기해주고... 그렇게 제 갈길도 잊고 몇년지기 친구처럼 한참을 얘기하다가 헤어졌어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는데 그 엄마는 저를 붙잡으면서 "이 동네 사세요?"하고 간절히 물어보더이다... 정말 전화번호라도 교환하고 싶은 심정이었삼...부가 정보
너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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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 저는 얼마전에 인도나 스리랑카 쪽 사람으로 보이는 부부가 2달된 애 안고 가는데...어찌나 말을 걸고 싶은지... 애가 참 이쁘더라구요. 정말 정말로..^^부가 정보
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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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 전 얼마전에 공원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엄마를 봤어요. 아기는 옆에 유모차에 있고요. 그 엄마 모습이 제발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냥 지나가려다가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말을 걸었더니 아기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등등을 이야기하는 데 눈물이 글썽. 안쓰러워 혼났어요. 그래도 이야기를 조금 하고 나더니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어요. 아기 키우는 사람은 같이 이야기할 사람만 옆에 있어도 힘이 나는 거 같아요. 헝헝..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