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휴..."
"상구 왜 그래?"
쇼파에 누워있는 주선생님 앞으로
갔습니다.
"이틀 남았다."
"그러게, 상구 진짜 고생 많았다."
"너도"
미루는 자고 있습니다.
"근데 기분이 어때?"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처음 미루를 안고 집에 들어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큰 일을 마치고 나면
보통 시원섭섭하다던데
그런 느낌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그냥 너무 허전하다"
"똥 싼 것처럼?"
...
육아휴직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미루야, 이유식 먹자~인제 당분간 아빠가 이유식 못 주니까..."
"끼약~~~"
"......"
"우바바바"
"......"
"까따까따까따"
"상구~또 울려고 그러지?"
"오늘 아니면 인제 이유식 먹일 날도 없잖아..."
"왜 없어. 일요일도 있고, 휴일도 있고, 저녁에 일찍 와서 먹여도 되구.."
이유식을 다 먹이고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미루야, 이건 진짜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부터는 엄마랑 잘 다녀, 알았지?"
딴 데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던 미루가
저한테 얼굴을 푹 파묻습니다.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너...
졸리는구나"
미루를 맡기고
내일 출근을 위해
머리를 깎았습니다.
미용실에서 나오는데
바로 옆에 중국집이 보입니다.
힘들고, 갈 데는 없을 때
항상 이 근처를 배회했었습니다.
중국집 안에서 주선생님이 짜장면을 먹고 있고
저는 미루를 유모차에 태우고 흔들고 있습니다.
그 옆 창 너머 일식집에선
주선생님과 제가 무슨 날인가를 기념하면서
그 비싼 회를 먹고 있습니다.
건너편 아이스크림 가게를 쳐다봤습니다.
두 사람이 아이스크림 1인분을 시켜서 먹고 있고
유모차 안에서 미루는 잠이 들었습니다.
맞은 편 푸드 코트 구석 의자에선
제가 혼자 메밀국수를 먹습니다.
주선생님은 유모차를 끌고 푸드코트를 한 바퀴 돌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옆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미루 기저귀를 갈고 있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지하 마트랑 떡볶이 코너에 가볼까,
지쳐서 벤취에 앉아 있던 바로 앞 공원에 가볼까 하다가
마음이 너무 지칠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1년이 금세 갔습니다.
그 사이 미루는 훌쩍 컸고
주선생님과 저도 컸습니다.
세 사람이 지난 1년 처럼 꼭 붙어서 지지고 볶을 일이
앞으로는 다시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별 생각없이 적기 시작했던 일기는
오늘로 300개가 됐습니다.
미루 덕에 일기를 쓰게 됐고
일기 덕에 300개의 기억을 갖게 됐습니다.
이 기억들은 미루가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미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참 아름다운 365일을 보내고
저는 내일부터 출근을 합니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복귀 축하 드려요. 엄마와 아빠 미루 모두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하시길 바래요~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상구백/ 수고했어. 참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참 잘했어. 내가 두고두고 이뻐해줄께. 복귀하면 몸 힘들지 않게 잘해봅시다. 미루팀 잘했잖어. 앞으로도 잘할겨. 여튼 덕분에 지난 일년 인간답게 잘지냈어. 그대가 아니었음. 음...아마도 난 늑대의 시간을 보냈을거 같아. 고마워.진경맘/ 저는 아침 시간이 좀 힘들긴 하겠으나 그럭저럭 적응할 듯도 한데 상구백은 한동안 찔끔거리지 싶어요. 아까도 한참을 찔끔거렸다지요. ㅎㅎㅎ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은정씨가 해온 인터뷰 편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안전 공감했습니다. 그러고 많이 배웠습니다. 돼지 한마리 사람으로 변하게 했으니 그 1년 성공한겁니다.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인사드립니다.그동안 미루, 상구(<--언제나 반말로..ㅎ), 주선생님.. 이렇게 세분이 연출하시는 각본없는 드라마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지겠죠? ^^ 가만.. 그러고보니 주선생님은 영상물제작하시는 분인 것 같던데... 언제 한번 이 이야기들을 "각본있는 드라마"로 만드는 것도 재밌겠네요. 이 일기들을 각본 삼아서요. ㅎ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앞으로 더 좋은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집주소는 그대로지?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300개의 일기 덕분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아님 우울했을 1년이었을텐데...보통 아빠들하고 다른 모습 존경스러워요. 미루네 가족 앞으로도 행복 만땅하세요.^^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눈물이 왈칵...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사복귀, 미리 축하드립니다.^^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복귀해도 고생길인데...어쨌거나 존경스런 아빠였음.
정신없어서 이제야 인사함.
6월 1일은 너나나가가 다시 출근하는 날,말걸기는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ㅎㅎㅎ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진짜 진짜 고생 와방!앞으로도 먼길이지만 재미있게 갈 수 있길 바라요~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수고할 날은 앞으로 더 많은데, 미루는 그걸 알까나.형 얼굴은 언제쯤 볼려나. 우연하게 보겠지?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