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9

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9/30
    손톱 깎기(3)
    너나나나
  2. 2007/09/30
    아이 셋(3)
    너나나나
  3. 2007/09/27
    양말(2)
    너나나나
  4. 2007/09/27
    추석 때 일하기(2)
    너나나나
  5. 2007/09/20
    미루랑 저녁 시간 보내기(3)
    너나나나
  6. 2007/09/18
    외로움(9)
    너나나나
  7. 2007/09/14
    주선생님 베트남에 가다(9)
    너나나나

손톱 깎기

주선생님이 베트남 갔다 온 직후의 일입니다.

 

미루가 아침부터 보채더니

계속 젖에 매달립니다.

 

한쪽을 빨면 그냥 그쪽에만 집중할 것이지

꼭 다른 쪽 젖꼭지를 만지작 만지작 합니다.

 

"아야! 미루야 엄마 아퍼"

 

더 매달립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미루는

이럴 땐 못 들은 척합니다.

 

주선생님이 잠시 몸을 피해서

소파 위로 올라가면

미루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다른 쪽에 가서 누우면

역시 그쪽에 따라가서 젖을 뭅니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젖을 먹이던

주선생님, 더는 못 참고 좀 크게 소리칩니다

 

"아퍼, 정말로...미루야!!!"

 

"으으아앙~!!!"

이번엔 미루가 확실히

말귀를 알아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정말 너무 아파서

더는 젖을 못 주겠답니다.

 

"으아악악악!!"

 

미루는 아예 바닥에 털퍼덕 앉아서

두 손으로 땅을 치면서 통곡을 합니다.

요즘 들어서 미루가 자주 구사하는 동작입니다.

 

"상구! 나 베트남 가 있을 동안 미루 손톱 안 깎아줬지!"

 

"아니, 깎아줬어"

목소리가 살짝 떨립니다.

 

"근데 손톱이 왜 이렇게 길어. 아파 죽겠잖아"

 

"현숙아, 너 힘들어서 안되겠다. 내가 미루 데리고 밖에 나갈께"

 

외출하기 위해서

동생한테 얻은 추리닝 바지로

급히 갈아 입었습니다.

 

전날 새벽 3시에 빨아 넌 것입니다.

 

"그거 다 말랐어?"

"응, 말랐어."

 

다 안 말랐습니다.

 

기왕 입는 것

추리닝 윗옷도 입었습니다.

 

주선생님 제 모습이 확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이야~한벌 빼 입으니까

동네 아줌마 같애"

 

그 사이에 미루는 울만큼 울었고

주선생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젖을 한번 더 물렸습니다.

 

젖을 문 미루는

조용해지더니 눈을 감았습니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곧바로 미루 손톱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야..."

 

"그러게"

추리닝 윗옷을 벗으면서

호응해줬습니다.

 

"상구..."

 

"응?"

또 아줌마 같다는 얘기 하면

뭔가 응분의 복수를 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손톱 안 깎아줬지?"

 

"......응"

 

"앞으로 자주 깎아줘."

"어..."

 

손톱은 거짓말을 안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이 셋

"미루 에미 이리 와 봐라"

 

추석때 큰 집에 내려갔는데

할아버지께서 주선생님을 부르십니다.

 

"너 베트남 갔을 때

상구 혼자 미루 봤냐?"

 

결국 이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순간 긴장감이 흐릅니다.

 

분명 할아버지는 어떻게 남편한테 애를 맡기고

어딜 갈 수 있느냐는 말씀을 하실 거고

 

주선생님은 억지로 참아가며

죄송하다고 말할 겁니다.

 

저는 옆에서 괜히 안절부절 못하면서

주선생님 눈치를 볼 겁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혼자만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시려는 거였습니다.

 

"너, 둘째는 언제 나을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선생님

순발력 있는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치매기가 있으신

할머니가 덧붙이십니다.

 

"그려, 애는 셋은 있어야 혀. 셋"

둘이 셋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네...헤헤" 하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날 할아버지는 주선생님을 한번 더 불러서

애 셋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셨고

 

주선생님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뜬금없이 "할아버님 건강하세요" 등의 대사를 날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 마다 "왜? 나 건강하면 애 셋 날려고?" 하시면서

끝까지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셨습니다.

 

"상구야...양구 방금 전에 애 낳았다."

 

어제 동생이 애를 낳았습니다.

동생이 낳은 게 아니라

동생과 같이 사는 박슬기씨가 애를 낳았습니다.

 

16시간을 진통을 하다가

제왕절개를 했답니다.

 

덩치도 좋고

이미지도 저랑은 완전 반대인데다

학교 다닐 때 운동선수였고

한번은 학교 근처 조폭들하고 '1:여러명'으로 붙어서

도합 전치 수십주를 선사했던 동생은

 

박슬기씨가 산소호흡기랑 그 밖의 이것저것을

몸에 달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걸 보고

울어버렸답니다.

 

고생했을 박슬기씨에게

엄청난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그 옆에서 같이 고생했을

동생에게도 같은 걸 보냅니다.

 

가까운데 사시는 바람에

병원에서 덤으로 고생하셨을

우리 어머니에게도 역시 같은 걸 보냅니다.

 

이제 우리 삼형제에게 애가 하나씩 생겼으니까

다 합하면 애 셋이 됐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애 셋을 바라셨는데

이제 된 걸로 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양말

미루한테 신발을 신겨 놨더니

예식장 주차장을 신나게 걸어다닙니다.

 

시골 저희집이

예식장을 합니다.

 

"삐옥..삐옥..삐옥..삐옥.." 

 

소리나는 신발을 사줬더니

걸을 때마다 신나합니다.

 

그 넓은 주차장을 지나서

옆 건물 당구장 계단을 올라가는 걸

잡아왔습니다.

 

16개월 된 애가 출입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장소입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기차 좌석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미루에게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데

"으어어어~" 소리를 지릅니다.

 

"미루야, 왜?"

"아...미루야, 양말 신고 신발 신자고?"

 

양말과 신발에 관한 한

언제 신고 언제 벗어야 할 지를

미루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근처 식당에 갔습니다.

바로 들어가봐야 집에 밥이 없습니다.

 

"어? 미루야 너 뭐해~~?"

 

식당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자 마자

미루는 양말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미루야, 여긴 집이 아니니까..."

 

"괜찮아, 미루야. 그냥 벗어"

 

제 말을 막으면서 주선생님이 말합니다.

미루는 끝을 잡아 당겨서 양말을 벗었습니다.

 

맨발의 미루는 쌀국수를 실컷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다시 양말을 신겼더니

좋아라 합니다.

 

택시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

명절의 피로를 풀고 이제 푹 쉬고 싶습니다.

 

미루도 기차 타고 다니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피곤하지만 기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미루는

양말을 벗고 있었습니다.

 

택시 안도

실내는 실내입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미루를 말렸습니다.

 

20분쯤이 지나고

우리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주선생님이 힘차게 외쳤습니다.

 

"미루야~인제 진짜 양말 벗어도 된다~!!!!"

 

올해에도 이렇게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추석 때 일하기

추석 때 고향가는 길이 기쁜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며느리들은

그 길이 기쁠 리가 없습니다.

 

자기 고향도 아니고

자기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 있는 내내 죽도록 일만 하는데

좋을 턱이 없습니다.

 

"추석을 맞아 벌써 마음은 고향에 가 있는 귀성객" 어쩌고 저쩌고는

사실 순전히 남자의 시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의 고향에 내려간 주선생님이

별로 투덜거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저는 미루를 봤지만

어른들이 많이 봐줘서 전혀 힘들지 않았고

고생은 순전히 주선생님이 했습니다.

 

"어머니 마무리는 제가 할테니까

집에 가셔서 좀 쉬세요"

 

이랬답니다.

 

주선생님은 혼자 남아서

전 부치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차롓상에 올라갈 생선을 구웠답니다.

 

"근데 있잖아. 어머니는 생선을 살짝만 익히시더라구..

나는 생선을 후라이팬에 올려놨다가 다른 일도 하면서~"

 

생선이 푹 익었답니다.

 

꼬리를 잡고 생선을 드는데

꼬리가 툭 떨어져나갔답니다. 

 

"그래서 소쿠리에 생선 올려놓고 꼬리를 살짝 붙여놓고 도망왔어...

근데 어머니는 아마 이쑤시개로라도 꼬리를 이어놓지 않을까? 히히"

 

우리는 생선꼬리 떨어진 게

안 걸리길 기도하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어머니는 꼬리 떨어진 생선을

기어코 발견하더니 이러셨습니다.

 

"현숙이 너 왜 이랬니?"

 

전혀 망설임 없는 지적에

주선생님 역시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몰라요. 이게 왜 이러지?"

 

비겁한 발뺌입니다.

 

"근데 어머니...이거 이쑤시개로 이을까요?"

 

어머니는 주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냥 저 옆으로 치워놔"라고 하셨습니다.

 

주선생님과 어머니의 빛나는 노동으로

이번 추석은 마쳤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음식 장만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밥을 먹고

음식을 챙겨서 떠났습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습니다.

무턱대고 부엌으로 뛰어드는 일은

예전에 실패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추석 대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아예 문서로 써서

제안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루랑 저녁 시간 보내기

6시 30분이 넘어서

미루를 찾으러 갔습니다.

 

"으아앙~~~"

 

미루가

현관으로 나오더니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웁니다.

 

3분 전에 다른 아이 엄마가 왔었는데

자기 아빠가 아닌 걸 알고는

미루가 놀이집 응접실에 엎드려서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나타난 걸 보고

감정이 북받쳤나 봅니다.

 

"미루가 평소엔 안 그러는데, 오늘 유난히..."

"야아아~어어.."

 

얼른 안아줬더니

선생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폈습니다.

 

"미루야~토마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토마토를 하나 주면

미루는 그걸 쭉쭉 빨아 먹느라고

조용해집니다.

 

이 때 옷도 갈아입고

미루 먹일 밥 준비도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닭 백숙을 끓였습니다.

 

사실 특별한 건 아닙니다.

지난 일주일간 세번째 입니다.

 

"어~어~어~~"

 

전체적으로 밥이 늦어지자

미루 얼굴이 좀 까매졌습니다.

 

"미루야~미루 자리로 올라가..."

 

탁자에 있는 의자 하나를

미루 자리로 정했더니

미루는 배가 고프면 그 자리에 가서 앉아 있습니다.

 

닭국물에 밥을 말고

백숙을 잘게 찢어서 같이 먹였습니다.

 

얼마나 배고팠던지 삼키지도 않고

막 넘깁니다.

 

"미루 니가 먹어볼래?"

 

자기 숟가락이 있는데

꼭 어른 숟가락을 듭니다.

 

밥과 고기를 푹 푸더니

입으로 가져갑니다.

가져가는 도중에 숟가락이 90도가 되면서

밥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전에 숟가락이 입에 닿으면 밥을 먹는 거고

안 그러면 흘립니다.

 

밥 그릇에 있는 밥과

탁자 위에 흘린 밥 양이 거의 똑같아졌습니다.

 

"밥 다 먹었으면 씻자"

 

온 몸이 닭국물로 범벅이 되어 놓고

안아 달랍니다.

 

대충 안아서 욕실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씻고 나와선

또 한참을 놀아줬습니다.

 

지난 며칠이 똑같습니다.

열심히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면서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낮에 일하는 것 보다

밤에 미루랑 있는게 더 힘이 듭니다.

 

미루가 좀 일찍 자면 좋겠는데

그건 잘 안됩니다.

 

이걸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내일

한국에 들어옵니다.

 

인제 살았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로움

일이 끝나자 마자

득달같이 달렸습니다.

 

가정 집을 개조해 만든 놀이집은

현관으로 가기 전에

대형 통유리를 통해 응접실을

볼 수 있습니다.

 

"미루야..."

 

응접실 여기 저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놀던 미루가

저를 발견하더니

양 팔을 흔들면서

유리쪽으로 다가옵니다.

 

내내 웃던 얼굴이었는데

그새 우는 모습이 됩니다.

 

현관에서 만난 미루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로

저에게 안겼습니다.

 

"미루야, 잘 놀았어? ...보고 싶었어"

 

여기까지가

미루가 가장 이쁠 때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미루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어제 너무 고생을 해서

오늘은 옆 동에 있는

후배를 불렀습니다.

 

사람이 와 있으면

미루가 더 잘 놉니다.

 

백숙을 끓여서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후배가 일어나면서 이야기합니다.

 

요새 아이 아빠가 바빠서

주말에도 일을 나간답니다.

 

"근데 그게 참 외로워..."

 

아...듣고 보니까

요 며칠 제가 느끼고 있던 게

이런 거였나 봅니다.

 

"왜 맨날 밤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수다 떨잖아..."

"우리도 그랬는데, 오늘은 미루가 이걸 했고, 저걸 했고..."

 

미루는 안방에서 재우고

작은 방에 조그만 불 켜놓고

주선생님이랑 밤마다 얘기하던 게

참 좋은 재미였나봅니다.

 

꼭 밤늦게까지 얘기하느라고 잠을 충분히 못 자서

다음날 피곤했지만

 

지금은 그걸 안 하니까

많이 외롭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좀 있다 주선생님이 돌아오면

베트남 얘기를 밤새 할 거고

저는 옆에서 분명히 졸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이 그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선생님 베트남에 가다

주선생님이 일하러

베트남에 갔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이것 저것 챙기느라 바빴습니다.

 

어젯 밤엔 둘이 엎드려서

일주일간 미루 먹일 식단을 짰습니다.

저는 굶더라도 미루는 잘 먹여야 합니다.

 

오늘 제가 출근한 사이

주선생님은 집도 깨끗이 청소해놓고

닭백숙도 해놓고

냉장고 정리도 했습니다.

 

남자가 여행 갈 땐 자기 짐도 자기가 안 싸는데

그냥 짐만 챙겨서 가지 꼭 이럽니다.

 

"미루야~엄마가 어디 갔다가 일주일 있다가 오거든? 그러니까..."

 

주선생님은 달력을 펴놓고

미루한테 설명을 해줬습니다.

 

요새 말귀를 정말 잘 알아듣는 미루는

듣기 싫은 말에는 못 들은 체 하거나 딴 짓 하는데

일주일 있다가 온다는 엄마 말에 자꾸 딴 짓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7 일치 포옹 일곱번을 꽉 하고

놀이집으로 가는 미루한테 열심히 손을 흔들고

그러고는 내내 정신 없이 바빴을 주선생님은

가방 세개를 가지고 공항 버스를 탔습니다.

 

"잘 갔다와. 화이링~"

"미루랑 재미나게 지내, 알았지? 아자, 아자"

 

배웅하고 돌아오는 마을 버스 안에서

밖을 쳐다 보는데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그 비를 맞고 5살 쯤 돼 보이는 형이

2살 쯤으로 보이는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걸어갑니다.

 

비가 더 퍼붓습니다.

차 뒷유리로 보니까 형이 동생을 안고 뛰는데

둘이 덩치가 비슷하고, 뛰어봐야 비는 다 맞습니다.

 

30미터 쯤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려

아이들한테 뛰어갔습니다.

 

요새 부쩍 걷기 좋아하는 미루 생각이 나서

우산이라도 받쳐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그 사이 8살쯤 된 누나가 온 모양입니다.

 

5살 형한테 우산을 하나 주고

자기는 2살 동생을 업고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걸어 옵니다.

 

"꼬마야~ 힘들지? 아저씨가 동생 업어줄까?"

 

아이들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아니요"

 

저를 보는 눈이

유괴범을 보는 눈입니다.

 

예전에도 애들 맛있는 거 사주려고

애들 엄마한테 "애가 너무 이뻐서요"라고 했다가

주선생님이 그건 유괴범 대사라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신뢰가 가는 말을 더 해야 했습니다.

 

"아까 버스에서 봤는데 비를 많이 맞더라..."

 

애들은 벌써 저 만큼 가고 있습니다.

내 말은 더 듣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비를 더 안 맞아서 다행입니다.

애들이 내 맘을 몰라줬지만

전 미루랑 놀면 됩니다.

 

그리고

베트남 잘 다녀오길 바라는 제 맘을

주선생님은 잘 압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