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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이 일하러
베트남에 갔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이것 저것 챙기느라 바빴습니다.
어젯 밤엔 둘이 엎드려서
일주일간 미루 먹일 식단을 짰습니다.
저는 굶더라도 미루는 잘 먹여야 합니다.
오늘 제가 출근한 사이
주선생님은 집도 깨끗이 청소해놓고
닭백숙도 해놓고
냉장고 정리도 했습니다.
남자가 여행 갈 땐 자기 짐도 자기가 안 싸는데
그냥 짐만 챙겨서 가지 꼭 이럽니다.
"미루야~엄마가 어디 갔다가 일주일 있다가 오거든? 그러니까..."
주선생님은 달력을 펴놓고
미루한테 설명을 해줬습니다.
요새 말귀를 정말 잘 알아듣는 미루는
듣기 싫은 말에는 못 들은 체 하거나 딴 짓 하는데
일주일 있다가 온다는 엄마 말에 자꾸 딴 짓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7 일치 포옹 일곱번을 꽉 하고
놀이집으로 가는 미루한테 열심히 손을 흔들고
그러고는 내내 정신 없이 바빴을 주선생님은
가방 세개를 가지고 공항 버스를 탔습니다.
"잘 갔다와. 화이링~"
"미루랑 재미나게 지내, 알았지? 아자, 아자"
배웅하고 돌아오는 마을 버스 안에서
밖을 쳐다 보는데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그 비를 맞고 5살 쯤 돼 보이는 형이
2살 쯤으로 보이는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걸어갑니다.
비가 더 퍼붓습니다.
차 뒷유리로 보니까 형이 동생을 안고 뛰는데
둘이 덩치가 비슷하고, 뛰어봐야 비는 다 맞습니다.
30미터 쯤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려
아이들한테 뛰어갔습니다.
요새 부쩍 걷기 좋아하는 미루 생각이 나서
우산이라도 받쳐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그 사이 8살쯤 된 누나가 온 모양입니다.
5살 형한테 우산을 하나 주고
자기는 2살 동생을 업고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걸어 옵니다.
"꼬마야~ 힘들지? 아저씨가 동생 업어줄까?"
아이들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아니요"
저를 보는 눈이
유괴범을 보는 눈입니다.
예전에도 애들 맛있는 거 사주려고
애들 엄마한테 "애가 너무 이뻐서요"라고 했다가
주선생님이 그건 유괴범 대사라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신뢰가 가는 말을 더 해야 했습니다.
"아까 버스에서 봤는데 비를 많이 맞더라..."
애들은 벌써 저 만큼 가고 있습니다.
내 말은 더 듣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비를 더 안 맞아서 다행입니다.
애들이 내 맘을 몰라줬지만
전 미루랑 놀면 됩니다.
그리고
베트남 잘 다녀오길 바라는 제 맘을
주선생님은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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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다 들켜서 민망했겠다... 그나저나 진짜 궁금한데 그대들은 말걸기네 집주소 물은 이유는 뭐야? 점점 궁금해지네.. 크~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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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물어본거여요. 흨...게을러서리..별거 아닌데 궁금증만 키웠구만유..흨..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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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야 | 바쁘시면 말걸기더러 '언제 어디로 오라'라고 하셔도 되는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