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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7
    양말(2)
    너나나나
  2. 2007/09/27
    추석 때 일하기(2)
    너나나나

양말

미루한테 신발을 신겨 놨더니

예식장 주차장을 신나게 걸어다닙니다.

 

시골 저희집이

예식장을 합니다.

 

"삐옥..삐옥..삐옥..삐옥.." 

 

소리나는 신발을 사줬더니

걸을 때마다 신나합니다.

 

그 넓은 주차장을 지나서

옆 건물 당구장 계단을 올라가는 걸

잡아왔습니다.

 

16개월 된 애가 출입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장소입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기차 좌석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미루에게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데

"으어어어~" 소리를 지릅니다.

 

"미루야, 왜?"

"아...미루야, 양말 신고 신발 신자고?"

 

양말과 신발에 관한 한

언제 신고 언제 벗어야 할 지를

미루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근처 식당에 갔습니다.

바로 들어가봐야 집에 밥이 없습니다.

 

"어? 미루야 너 뭐해~~?"

 

식당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자 마자

미루는 양말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미루야, 여긴 집이 아니니까..."

 

"괜찮아, 미루야. 그냥 벗어"

 

제 말을 막으면서 주선생님이 말합니다.

미루는 끝을 잡아 당겨서 양말을 벗었습니다.

 

맨발의 미루는 쌀국수를 실컷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다시 양말을 신겼더니

좋아라 합니다.

 

택시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

명절의 피로를 풀고 이제 푹 쉬고 싶습니다.

 

미루도 기차 타고 다니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피곤하지만 기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미루는

양말을 벗고 있었습니다.

 

택시 안도

실내는 실내입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미루를 말렸습니다.

 

20분쯤이 지나고

우리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주선생님이 힘차게 외쳤습니다.

 

"미루야~인제 진짜 양말 벗어도 된다~!!!!"

 

올해에도 이렇게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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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일하기

추석 때 고향가는 길이 기쁜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며느리들은

그 길이 기쁠 리가 없습니다.

 

자기 고향도 아니고

자기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 있는 내내 죽도록 일만 하는데

좋을 턱이 없습니다.

 

"추석을 맞아 벌써 마음은 고향에 가 있는 귀성객" 어쩌고 저쩌고는

사실 순전히 남자의 시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의 고향에 내려간 주선생님이

별로 투덜거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저는 미루를 봤지만

어른들이 많이 봐줘서 전혀 힘들지 않았고

고생은 순전히 주선생님이 했습니다.

 

"어머니 마무리는 제가 할테니까

집에 가셔서 좀 쉬세요"

 

이랬답니다.

 

주선생님은 혼자 남아서

전 부치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차롓상에 올라갈 생선을 구웠답니다.

 

"근데 있잖아. 어머니는 생선을 살짝만 익히시더라구..

나는 생선을 후라이팬에 올려놨다가 다른 일도 하면서~"

 

생선이 푹 익었답니다.

 

꼬리를 잡고 생선을 드는데

꼬리가 툭 떨어져나갔답니다. 

 

"그래서 소쿠리에 생선 올려놓고 꼬리를 살짝 붙여놓고 도망왔어...

근데 어머니는 아마 이쑤시개로라도 꼬리를 이어놓지 않을까? 히히"

 

우리는 생선꼬리 떨어진 게

안 걸리길 기도하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어머니는 꼬리 떨어진 생선을

기어코 발견하더니 이러셨습니다.

 

"현숙이 너 왜 이랬니?"

 

전혀 망설임 없는 지적에

주선생님 역시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몰라요. 이게 왜 이러지?"

 

비겁한 발뺌입니다.

 

"근데 어머니...이거 이쑤시개로 이을까요?"

 

어머니는 주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냥 저 옆으로 치워놔"라고 하셨습니다.

 

주선생님과 어머니의 빛나는 노동으로

이번 추석은 마쳤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음식 장만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밥을 먹고

음식을 챙겨서 떠났습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습니다.

무턱대고 부엌으로 뛰어드는 일은

예전에 실패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추석 대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아예 문서로 써서

제안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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