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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태

오늘은 퇴근하고

제가 미루를 봤습니다.

 

"미루야~밥 먹자~"

 

미루가

밥을 통 안 먹습니다.

 

요새 혀에 물집이 막 잡혔다가

나아가고 있는 중인데

그것 때문에 뭘 먹기가 힘든가 봅니다.

 

어금니가 나는 것도

꽤 아파보입니다.

 

어금니 머리가 세군데에서

올라오는데, 이게 어금니 하나입니다.

으...좀 무섭습니다.

 

"미루야 이거 버섯 볶은 건데 좀 먹어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듭니다.

 

"그럼, 바나나 먹자"

 

역시 고개를 흔듭니다.

 

제가 밥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해서

미루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쩝쩝..쭈웁"

"미루야, 너 그게 뭐야? 어휴...."

 

식탁 위에 유축기로 유축할 때 쓰는

깔대기랑, 아주 얇고 동그란 고무막 같은 부속물이 있었는데

미루가 그 고무막을 입속에 넣고 오물오물 거립니다.

 

밥은 안 먹고

그런 것만 자꾸 입에 넣습니다.

 

미루가 안 먹으면

저라도 밥 먹어야지

같이 굶었다가 나중에 컨디션 나빠지면

미루한테 화만 냅니다.

 

밥을 먹었습니다.

기왕 먹는 거 열심히 먹었습니다.

 

"켁..케엑"

"미루야!! 너 왜 그래? 미루야~!!"

"커~억"

"미루야! 미루야!"

 

미루 얼굴이 금세 빨개 지더니

숨을 못 쉽니다.

고무막을 삼킨 겁니다.

 

등을 퍽퍽 때려주고, 뒤로 번쩍 안아 올려서

먹은 걸 토하게 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자기 밥 먹느라고

애가 뭘 삼키는 데 그걸 몰랐습니다.

 

계속 등을 쳤습니다.

미루는 고개를 숙이고 켁켁 거립니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고무막을 완전히 먹어버렸습니다.

 

"미루야...물 마셔..."

 

안쓰러워서 쳐다 볼 수가 없어서

미루를 꼭 안아줬습니다.

 

"미안해 미루야..."

 

...

 

10시 조금 넘어서

주선생님이 들어왔습니다.

 

"아까, 진짜 대형사태가 났었어"

 

자초지종을 얘기하는데

주선생님 얼굴이 점점 굳어집니다.

 

"게다가 밥은 하나도 안 먹었어"

 

제 설명을 다 듣더니

주선생님은 화도 안 내고

"많이 놀랐겠다" 합니다.

 

"똥으로 나올거야"

"그렇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 가서 물어보자"

"응"

 

밥을 하나도 안 먹어서

배가 쑥 들어갔던 미루는

주선생님한테 매달려서 젖을 먹었습니다.

겨우 안정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근데 뱃속에 고무가 들어 있는 상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려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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