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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바쳐 놀아주기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내내

미루는 활력이 넘칩니다.

 

아침에 감기 걸려서

놀이집에 보내놨는데

 

찾을 때쯤 되니까

쌩쌩합니다.

 

"헉헉헉"

 

미루가 숨을 헐떡이면서

엄마한테 한번 갔다가

아빠한테 한번 왔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은 쇼파에 앉아서

새로 산 동요CD에 맞춰서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혼자 율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루는 그 옆에 서서

푸우 인형을 껴안고

덩달아 춤을 춥니다.

 

"우와~방금 내가 한 율동이 책에 나와 있는 거랑 거의 똑같애~역시!!"

 

노래마다 '따라해봅시다'라고 해서

율동이 그려져 있는데

그걸 안 보고 그냥 혼자서 한 게 책에 있는 거랑 똑같답니다.

 

확인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귀찮아서 응접실 구석에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미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시 저한테로 옵니다.

 

뛰듯이 달려온 미루는

제 두 다리 사이로 들어와서

배쪽으로 몸을 날립니다.

 

"헉!"

 

기합을 줘야

장파열이 안 일어납니다.

 

미루가 활짝 웃습니다.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다리 쪽으로 갑니다.

 

한번 더 몸을 날립니다.

 

"헉!"

 

또 다시 다리 쪽으로 갑니다.

이번엔 몸을 날리지 않고

냅다 걸어옵니다.

 

"으허억!!!!!!"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평생 이런 건 처음입니다.

 

미루가 급소를 아주 제대로 밟았습니다.

 

주선생님은 멀리서

어깨를 들썩였다

손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율동 중입니다.

 

얼굴은, 이마쪽은 고정시킨 채로

턱만 왔다 갔다하는 시계추 동작 중입니다.

 

미루는 제 위에서 활짝 웃고 있습니다.

 

"아학..후..후.."

 

신음소리도 제대로 못 내자

주선생님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율동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상구 괜찮아?"

 

"으...죽을 것 같애..."

 

사태가 아주 심각했습니다.

저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방바닥을 느리게 뒹굴었습니다.

 

미루도 심각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다가

자기 엄마한테 달려 갑니다.

 

주선생님이 매우

그럴 듯한 처방을 내놨습니다.

 

"보호대 사줄까?"

 

동요CD를 확 꺼야 합니다.

 

조금씩 몸이 나아질 쯤

주선생님이 외칩니다.

 

"미루 간다~~. 조심해!!"

 

다시 몸을 웅크리고

방어 자세를 취했습니다.

 

미루는 신난 얼굴로

아까랑 똑같이 몸을 날렸습니다.

 

"흐억"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

버텼습니다.

 

미루는 만족스러운 듯

다시 주선생님에게로 가고

저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마아이 아프나?"

 

서울 출신이

사람을 위로할 때

강원도 억양을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진정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구, 진짜 아파 보인다. 눈도 퀭하고..."

 

뭐, 이 정도 위로면 됐습니다.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문득, 혹시 육아용품 중에

보호대를 정말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은 전혀 제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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