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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8
    외로움(9)
    너나나나

외로움

일이 끝나자 마자

득달같이 달렸습니다.

 

가정 집을 개조해 만든 놀이집은

현관으로 가기 전에

대형 통유리를 통해 응접실을

볼 수 있습니다.

 

"미루야..."

 

응접실 여기 저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놀던 미루가

저를 발견하더니

양 팔을 흔들면서

유리쪽으로 다가옵니다.

 

내내 웃던 얼굴이었는데

그새 우는 모습이 됩니다.

 

현관에서 만난 미루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로

저에게 안겼습니다.

 

"미루야, 잘 놀았어? ...보고 싶었어"

 

여기까지가

미루가 가장 이쁠 때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미루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어제 너무 고생을 해서

오늘은 옆 동에 있는

후배를 불렀습니다.

 

사람이 와 있으면

미루가 더 잘 놉니다.

 

백숙을 끓여서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후배가 일어나면서 이야기합니다.

 

요새 아이 아빠가 바빠서

주말에도 일을 나간답니다.

 

"근데 그게 참 외로워..."

 

아...듣고 보니까

요 며칠 제가 느끼고 있던 게

이런 거였나 봅니다.

 

"왜 맨날 밤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수다 떨잖아..."

"우리도 그랬는데, 오늘은 미루가 이걸 했고, 저걸 했고..."

 

미루는 안방에서 재우고

작은 방에 조그만 불 켜놓고

주선생님이랑 밤마다 얘기하던 게

참 좋은 재미였나봅니다.

 

꼭 밤늦게까지 얘기하느라고 잠을 충분히 못 자서

다음날 피곤했지만

 

지금은 그걸 안 하니까

많이 외롭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좀 있다 주선생님이 돌아오면

베트남 얘기를 밤새 할 거고

저는 옆에서 분명히 졸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이 그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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