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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4
    주선생님 베트남에 가다(9)
    너나나나

주선생님 베트남에 가다

주선생님이 일하러

베트남에 갔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이것 저것 챙기느라 바빴습니다.

 

어젯 밤엔 둘이 엎드려서

일주일간 미루 먹일 식단을 짰습니다.

저는 굶더라도 미루는 잘 먹여야 합니다.

 

오늘 제가 출근한 사이

주선생님은 집도 깨끗이 청소해놓고

닭백숙도 해놓고

냉장고 정리도 했습니다.

 

남자가 여행 갈 땐 자기 짐도 자기가 안 싸는데

그냥 짐만 챙겨서 가지 꼭 이럽니다.

 

"미루야~엄마가 어디 갔다가 일주일 있다가 오거든? 그러니까..."

 

주선생님은 달력을 펴놓고

미루한테 설명을 해줬습니다.

 

요새 말귀를 정말 잘 알아듣는 미루는

듣기 싫은 말에는 못 들은 체 하거나 딴 짓 하는데

일주일 있다가 온다는 엄마 말에 자꾸 딴 짓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7 일치 포옹 일곱번을 꽉 하고

놀이집으로 가는 미루한테 열심히 손을 흔들고

그러고는 내내 정신 없이 바빴을 주선생님은

가방 세개를 가지고 공항 버스를 탔습니다.

 

"잘 갔다와. 화이링~"

"미루랑 재미나게 지내, 알았지? 아자, 아자"

 

배웅하고 돌아오는 마을 버스 안에서

밖을 쳐다 보는데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그 비를 맞고 5살 쯤 돼 보이는 형이

2살 쯤으로 보이는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걸어갑니다.

 

비가 더 퍼붓습니다.

차 뒷유리로 보니까 형이 동생을 안고 뛰는데

둘이 덩치가 비슷하고, 뛰어봐야 비는 다 맞습니다.

 

30미터 쯤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려

아이들한테 뛰어갔습니다.

 

요새 부쩍 걷기 좋아하는 미루 생각이 나서

우산이라도 받쳐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그 사이 8살쯤 된 누나가 온 모양입니다.

 

5살 형한테 우산을 하나 주고

자기는 2살 동생을 업고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걸어 옵니다.

 

"꼬마야~ 힘들지? 아저씨가 동생 업어줄까?"

 

아이들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아니요"

 

저를 보는 눈이

유괴범을 보는 눈입니다.

 

예전에도 애들 맛있는 거 사주려고

애들 엄마한테 "애가 너무 이뻐서요"라고 했다가

주선생님이 그건 유괴범 대사라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신뢰가 가는 말을 더 해야 했습니다.

 

"아까 버스에서 봤는데 비를 많이 맞더라..."

 

애들은 벌써 저 만큼 가고 있습니다.

내 말은 더 듣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비를 더 안 맞아서 다행입니다.

애들이 내 맘을 몰라줬지만

전 미루랑 놀면 됩니다.

 

그리고

베트남 잘 다녀오길 바라는 제 맘을

주선생님은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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