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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30
    손톱 깎기(3)
    너나나나
  2. 2007/09/30
    아이 셋(3)
    너나나나

손톱 깎기

주선생님이 베트남 갔다 온 직후의 일입니다.

 

미루가 아침부터 보채더니

계속 젖에 매달립니다.

 

한쪽을 빨면 그냥 그쪽에만 집중할 것이지

꼭 다른 쪽 젖꼭지를 만지작 만지작 합니다.

 

"아야! 미루야 엄마 아퍼"

 

더 매달립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미루는

이럴 땐 못 들은 척합니다.

 

주선생님이 잠시 몸을 피해서

소파 위로 올라가면

미루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다른 쪽에 가서 누우면

역시 그쪽에 따라가서 젖을 뭅니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젖을 먹이던

주선생님, 더는 못 참고 좀 크게 소리칩니다

 

"아퍼, 정말로...미루야!!!"

 

"으으아앙~!!!"

이번엔 미루가 확실히

말귀를 알아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정말 너무 아파서

더는 젖을 못 주겠답니다.

 

"으아악악악!!"

 

미루는 아예 바닥에 털퍼덕 앉아서

두 손으로 땅을 치면서 통곡을 합니다.

요즘 들어서 미루가 자주 구사하는 동작입니다.

 

"상구! 나 베트남 가 있을 동안 미루 손톱 안 깎아줬지!"

 

"아니, 깎아줬어"

목소리가 살짝 떨립니다.

 

"근데 손톱이 왜 이렇게 길어. 아파 죽겠잖아"

 

"현숙아, 너 힘들어서 안되겠다. 내가 미루 데리고 밖에 나갈께"

 

외출하기 위해서

동생한테 얻은 추리닝 바지로

급히 갈아 입었습니다.

 

전날 새벽 3시에 빨아 넌 것입니다.

 

"그거 다 말랐어?"

"응, 말랐어."

 

다 안 말랐습니다.

 

기왕 입는 것

추리닝 윗옷도 입었습니다.

 

주선생님 제 모습이 확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이야~한벌 빼 입으니까

동네 아줌마 같애"

 

그 사이에 미루는 울만큼 울었고

주선생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젖을 한번 더 물렸습니다.

 

젖을 문 미루는

조용해지더니 눈을 감았습니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곧바로 미루 손톱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야..."

 

"그러게"

추리닝 윗옷을 벗으면서

호응해줬습니다.

 

"상구..."

 

"응?"

또 아줌마 같다는 얘기 하면

뭔가 응분의 복수를 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손톱 안 깎아줬지?"

 

"......응"

 

"앞으로 자주 깎아줘."

"어..."

 

손톱은 거짓말을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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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미루 에미 이리 와 봐라"

 

추석때 큰 집에 내려갔는데

할아버지께서 주선생님을 부르십니다.

 

"너 베트남 갔을 때

상구 혼자 미루 봤냐?"

 

결국 이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순간 긴장감이 흐릅니다.

 

분명 할아버지는 어떻게 남편한테 애를 맡기고

어딜 갈 수 있느냐는 말씀을 하실 거고

 

주선생님은 억지로 참아가며

죄송하다고 말할 겁니다.

 

저는 옆에서 괜히 안절부절 못하면서

주선생님 눈치를 볼 겁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혼자만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시려는 거였습니다.

 

"너, 둘째는 언제 나을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선생님

순발력 있는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치매기가 있으신

할머니가 덧붙이십니다.

 

"그려, 애는 셋은 있어야 혀. 셋"

둘이 셋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네...헤헤" 하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날 할아버지는 주선생님을 한번 더 불러서

애 셋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셨고

 

주선생님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뜬금없이 "할아버님 건강하세요" 등의 대사를 날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 마다 "왜? 나 건강하면 애 셋 날려고?" 하시면서

끝까지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셨습니다.

 

"상구야...양구 방금 전에 애 낳았다."

 

어제 동생이 애를 낳았습니다.

동생이 낳은 게 아니라

동생과 같이 사는 박슬기씨가 애를 낳았습니다.

 

16시간을 진통을 하다가

제왕절개를 했답니다.

 

덩치도 좋고

이미지도 저랑은 완전 반대인데다

학교 다닐 때 운동선수였고

한번은 학교 근처 조폭들하고 '1:여러명'으로 붙어서

도합 전치 수십주를 선사했던 동생은

 

박슬기씨가 산소호흡기랑 그 밖의 이것저것을

몸에 달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걸 보고

울어버렸답니다.

 

고생했을 박슬기씨에게

엄청난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그 옆에서 같이 고생했을

동생에게도 같은 걸 보냅니다.

 

가까운데 사시는 바람에

병원에서 덤으로 고생하셨을

우리 어머니에게도 역시 같은 걸 보냅니다.

 

이제 우리 삼형제에게 애가 하나씩 생겼으니까

다 합하면 애 셋이 됐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애 셋을 바라셨는데

이제 된 걸로 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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