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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이유식 첫날의 후유증이 깁니다.
사실 어제 아침에 이유식 준비를 하기 전에
이미 전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놀던 미루가
똥을 푸지게 쌌습니다.
"너, 새벽에도 싸더니 또 싸네..."
한 손으로 미루 다리를 들고,
또 한 손으로 엉덩이를 닦아줬습니다.
"뿌지지직..."
이럴수가! 미루가 또 쌉니다.
댐보수공사 중에 홍수가 났습니다.
급히 물티슈로 막았지만, 이미 둑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넘쳐흐릅니다. 이대로 놔두면 요까지 버릴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전 뛰어난 순발력으로
그대로 미루를 요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미루를 끌어내는 중에 똥은 제 손을 넘쳐 흘렀고, 요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미루가 지나갔습니다.
"으악...현숙아~~~~"
미루의 해맑은 웃음 뒤로 머리부터 등까지
황토색 페인트가 칠해졌습니다. 끔찍했습니다.
아침부터 미루 목욕 시키고,
요 커버 빨고, 옷 빨고, 저도 목욕을 했습니다.
이미 지친 상황.
투혼을 발휘해서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
"상구 미루 잠들었으니까, 잠깐 눈 붙여...난 사무실 나갈께.."
너무 힘들었습니다.
좀 쉬어야 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거실 바닥에 벌렁 누웠습니다.
'따르릉...'
"상구, 있잖아..미루 보험 때문에 그러는데.."
5분만 더 있다 전화하지, 한참 꿀잠 자는 데 주선생님이 깨웠습니다.
시간을 보니까 미루가 잠든지 50분이 지났습니다.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미루도 곧 깨겠네.."
그 짧은 시간에
전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꿨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옆으로는 꽃도 날아다녔습니다.
작은 사이렌 소리도 들렸습니다.
어디서 불이 난 모양입니다.
불조심 해야지, 이런 좋은 세상에 불이 나면 안되지..요새 날이 건조해서 그래..
근데 사이렌 소리 정말 오래도 울린다..
...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잠은 안 깼는데, 막 뛰어가는 제 다리가 보입니다.
방문을 퍽 열었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미루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서 울고 있습니다. 아까 그 사이렌 소리입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은 벌겋고 눈두덩은 탱탱 부었습니다.
데려와 안아주고, 달래주고, 젖 먹여서 겨우 달랬습니다.
시간을 보니까, 아까 다시 잠들고 나서 거의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이고, 미쳤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배를 뚫고 나올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까
코딱지가 볼 여기저기에 짖이겨져서 말라붙어 있습니다.
괴로워서 침대에 얼굴을 막 비볐나 봅니다.
자느라고 애를 방치하다니
아무래도 이유식 준비의 후유증입니다.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엔 쌀가루를 믹서로 20분 넘게 갈아서
바람에 날릴 정도로 만들어 놓고는
엎었습니다.
바닥에 뿌려진 쌀가루 중 일부를
티스푼으로 퍼서 오늘치 이유식을 했습니다.
미루는 그것도 모르고
오늘도 이유식을 잘 받아먹었습니다.
댓글 목록
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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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혼자서 아기 보면서 이유식 만드는 게 아무래도 무리지. 게다가 아기가 배고파서 먹기 직전에 만드려고 하면 더욱. 차라리 조금 덜 신선한(!) 죽을 먹이더라도 아침에 두 사람 같이 있을 때 만들 거나 이틀치를 한꺼번에 만들어 두면 어때? 쌀 20그램이면 이유식 초기 이틀치 분량으로 충분한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하는 건 좋지만 힘조절 하자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난 역시 내 자식이 아니라 조카라서 그런 걸까, 솔직히 마음의 부담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흑.부가 정보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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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웃었어요. 그런데 엄마들이 다 그래요. "대체 쌀미음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매일 쌀을 갈다니... 쌀가루 상할 수 있다고 너무 겁줬나부다... 쌀 한컵 좀 못되게 갈면 일주일 정도 먹어요. 냉동고에 넣어두면 안전하니까... 쌀가루라도 미리 갈아두시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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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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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보다 잠들기... 그거 참 미안하지... 아주 오래 전에 조카 보다가 잠들었는데... ㅠㅠ 넘 미안터라...부가 정보
행복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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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 고운 아빠세요..^^ 애를 울렸다고 미친아빠라고 자책까지 하시다니...저도 자느라 밤중수유를 못하고 애 굶긴 엄마라고 머리를 쥐어뜯기까지 했는데 그 덕분에 밤중수유를 쉽게 끊었네요..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ㅋㅋ부가 정보
너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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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 앞으로 슬슬 이틀치 미리 만들어 놓을려고요...진경맘/ 일주일치 쌀을 엎은 거예요..ㅠㅠ
말걸기/ 마저마저..엄청 미안하더라구...
행복한 준호/ 감사감사~ㅋㅋ 낮에 잠들어서 굶기면 미루가 앞으로는 좀 덜 먹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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