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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와 주선생님을 놔두고 외출하는 마음은
항상 걱정이 반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게 긴 외출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어디 가서 놀다오는 건 아니고
그냥 아주 예전에 약속했던 일이 있어서
낮에 7시간 가량 집을 비워야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제가 없는 티가 너무 나면 안되겠다 싶어서
요새 좀 슬슬 했던 밥 차리기를
오늘은 제대로 해야 겠다 맘 먹었습니다.
사골국물이 있긴 했는데
콩나물국을 끓였습니다.
삶은 콩나물 중 일부는 건져내서 콩나물 무침을 만들고
어제 사다 놓은 느타리 버섯으로 버섯볶음을 하고
조기도 두 마리 구웠습니다.
계란을 삶아서, 배추속 잘라 놓은 거랑 섞어 이상한 샐러드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김치, 오이피클...
이 정도면 저 없는 동안 주선생님 식사는 걱정 없습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온 저는
매일매일 외출하는 게 아니라서
바깥 사람들의 말이 유난히 쏙쏙 귀에 들어옵니다.
수원 가는 기차 안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모여서 웃고 떠듭니다.
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묻습니다.
"내가 퀴즈 하나 낼께.. 손이 세개인 사람은 누구게?"
여학생, 설마 이게 답일까 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대답합니다.
"삼...손"
남학생,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오~맞았어..정말 놀라운 센스~!!"
참, 어처구니가 없는 남학생입니다.
그 건너편 의자에 앉아 있는 여학생이
자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남학생에게 문제를 냅니다.
단체로 어디들 가는 모양인데
다들 의자를 돌려서 4명씩 얼굴보고 앉아서
서로 문제 내기에 바쁩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과일이 뭐게?"
퀴즈의 성격을 이해 못 한 남학생이
"에이~뜨거운 과일이 어딨어?"라고 했다가 바보 취급을 당하고 퀴즈는 계속 진행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답을 맞추지 못하자, 여학생이 그냥 답을 말해줍니다.
"천도 복숭아"
이건 좀 괜찮은 유모어다 싶어 꼭꼭 기억을 해뒀습니다.
7시간의 외출을 끝내고,
열심히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한테는 이런 날씨가 어울린다는 듯이 비가 내립니다.
집 문을 열자
주선생님은 항상 그렇듯이
미루를 안고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이야~아빠 왔다~"
하루 동안 아빠 없이 고군분투했을 두 사람..진짜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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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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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하는 건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참...그래도 나 장하지?!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