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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보적인 화장실..

오늘은 당산동 쪽에 있는 한 대형할인마트를 들렀습니다.

 

IMF 이후에 경쟁 땜에 뭐든지 대형화되는 추세에

대형 할인마트는 동네 슈퍼 잡아 먹는 괴물이 됐죠

 

인구 몇 만명 있는 지방 도시에 할인마트 하나 들어서면

그날로 재래시장, 작은 슈퍼들은 다 망하죠

 

음..근데, 원래 이 얘기를 할려고 했던건 아니고.

 

그런 대형할인마트에서 오늘 굉장히 인상적인, 좀 정확히 말하면

'진보적'인 화장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기존 화장실의 문제점

첫째, 장애인 화장실은 있는데 여자와 남자 화장실이 구분 안되어 있다.

장애인은 성이 없는 존재가 아닌데.

 

둘째, 여자 화장실 변기 숫자가 남자 화장실 변기 숫자랑 대충 비슷하다.

근데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런 일 거의 없는데

여자들은 극장에서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건

하여튼 줄을 일렬로 쭈욱 서서 기다리는 일이 많습니다.

 

셋째, 기타 등등..

 

그럼, 이 '진보적 화장실'은 어땠는가.

 

첫째, 남자 장애인 화장실,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음..놀라웠습니다.

 

둘째, 변기수는? 그건 내가 여자 화장실에 안 들어가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셋째, 사실 이것 때문에 더욱 감동 먹었는데..

아이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 들어가는 문 처럼 옆으로 여는 큰 문을 일부러 열고 안을 들여다 봤습니다.

조그만 변기, 조그만 세면대..

맞아 애들이 그 큰 좌변기에 앉을려고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화장실 설계를 참 생각 많이 해서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넷째, 이것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니,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아..앞으로 내 처지를 정확히 예측한 이 신통함.

애들은 엄마만 데리고 다니는 법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엄마만 데리고 다녀서도 안된다는 사실

이뻐만 하지 말고 아빠도 기저귀도 좀 갈고 그러라는 강력한 주장이 느껴졌습니다.

 

다섯째, 기저귀 교환대를 보면서 놀라고

'혹시?'하는 생각에 몸을 돌려 칸막이 안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는 아기를 잠시 앉혀 놓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아기 시트'

 

음...정말 훌륭한 화장실입니다.

세상도 다 이런 식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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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남을 축하합니다..!!!"

동생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결혼식에 온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물론, 동생의 결혼이었지만

 

그 다음 관심사는 제가 애를 낳은 사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축하해주더군요

 

"득남을 축하해~"

 

"아들 나았다며? 축하한다. 축하해"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얘기했습니다.

 

"이야 한방에 해냈구나.."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 사람은 몇 달 전에 저한테 뱃속에 아기가 딸인지 아들인지 물어봐서, 그냥 모른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얘기 안하길래 딸 인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참고로 이 이야기를 한 사람 역시 '딸'이었습니다.

 

그 전에 딸인지 아들인지 얘기를 안 한 건,

아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주변의 사람들이 보일 과잉반응들이 싫어서였습니다.

 

어쨌든, 오늘 저에게 득남을 축하한다고 얘기했던 사람들 중의 60%는 딸들이었고

나머지 40%는 아들들이었습니다.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딸'들과 '아들'들이 똘똘 뭉쳤더라구요.

딸들 입을 통해서 나오는 '아들이라서 다행이다'류의 말들은 사실 좀 끔찍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존재를 부정하는 의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가 저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아들 낳으니까 좋지?"라고 물어보는 데

마음 속에서는 이런 말이 용솟음쳐 올라왔습니다.

 

"저는 딸이든 아들이든 구분하지 않아요~!

그냥 아이가 태어난 사실이 좋은 거죠!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걸 보니 가부장제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러나 그 옆에는 제가 애를 낳았다고 했을 때, 아들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엄청난 목소리로좋아했던 삼촌이 서 계셨습니다. 

갑자기, 삼촌한테 괜한 상처를 주지 말자는 생각이, 아니 그 보다는 집안에서 괜히 찍히지 말자는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생각이 들더군요.

 

눈치를 보던 저는 결국 "아들 낳으니까 좋지?"란 물음에 염화미소(ㅠㅠ)로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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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고 3주간은 손에 물을 묻히면 안된다

"애 낳고 3주간은 손에 물을 묻히면 안된다" 고 하더라구요

 

애 낳은 엄마 얘기일 겁니다. 애 낳고 30분 있다 손 씻은 내 얘기가 아니고..

3주 간은 일하지 말고 푹 쉬어라..그런 뜻이죠.

 

..

 

뜻은 좋은데..

왜 하필이면 '물을 묻히면 안된다'고 했는지.

사실, 표현은 좀 맘에 안 듭니다.

 

여자들이 하는 대표적인 일이

물로 쌀 씻고, 밥하고 설거지 하고 그런 거라서

물 묻히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요

 

"애 낳고 3주간은 일하지 마라"라는 명쾌한 말이 있는데

꼭 저런 식으로 해서 얘기하다니 짜증 지대로네요.

 

..

 

사실, 짜증 나는 건 이것 뿐이 아니예요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자 넘쳐나기 시작하는 각종의 '파란색' 물건들

무슨 한나라당도 아니고, 베냇저고리든 겉싸개든, 속싸개든 다 파란색이네요

 

역시 여자와 남자는 사회가 만든다는 걸 실감합니다.

우선, 색깔부터 구분하잖아요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예쁜 아기 옷을 사 온 후배가 말합니다.

"파란 색 이쁜 옷이 없더라구..그래서 녹색 중에 사 왔지. 분홍색은 이쁜 것 많던데.."

 

 

...그냥 분홍색 사오지.. 

 

 

그래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건 역시 '아들'에 대한 일부의 반응이죠. 이때 '일부'는 주로 가족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반응: "나 애 낳았어~~" "오홋~! 추카추카, 산모는 건강하고?"

 

일부의 반응: "나 애 낳았어요~~" "어..그래? 아들이야 딸이야?" "아들이요." "오홋~~!! 잘 했어~~역시~!!"

 

아..끝에 "역시~!!" 는 뭐란 말입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의 0.1초쯤 후에 드는 생각

'딸이었으면 뜻뜨미지근한 반응이 나왔겠군..흠흠..'

아마, 그랬으면 제가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죠.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

우리 애기가 차이를 잘 인정하면서 다른 이들하고 제대로 연대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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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사람을 하나 낳다

같이 살던 분께서 드디어 애를 낳았습니다.

 

애를 낳기 전날, "18시간 걸렸다", "54시간 동안 죽을 뻔했다"는 등

분만이 고난의 행군이 될 거라는 증언들을 듣고 상당히 긴장 상태였는데...

 

그야말로 놀라운 속도로 낳아버렸습니다.

 

2시 00분 "어..몸에서 뭐가 흘렀어.."

             "애기 나올려는 거 아냐?"

             "음...설마, 몇일 남았는데..괜찮지 않을까?"

             "괜찮겠지?" "그냥 자자.."

 

 

2시 13분 "어! 배가 아파~!"

             "느낌이 좀 이상한데? 시간 체크할까?" 

             "내일 아침 11시쯤 병원 가기로 했는데, 좀 더 일찍 가서 검사받아야겠다"

             "그러자.." "같이 갈 수 있어?" "그럼! 같이 가야지.."

 

 

2시 15분 "이슬이 비치는데..애가 나올려나?"(이슬은 산모들만 쓰는 전문 용어입니다)

             "글쎄..좀 걱정 되는데?"

 

 

2시 17분 "배가 또 아퍼..."

             "어, 안 되겠다~! 시간 재자..."

 

 

통증이 오는 간격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라마즈 분만법 교육시간에 배운대로라면 최소한 10분 정도 간격으로 통증이 와야 하는데..

곧바로 3, 4분 간격으로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

 

우리는

 

...전날 사다 놓은 등심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몇 시간 갈 거니까 힘을 비축해야 해. 등심 먹자. "

 

그 와중에도 등심은 참 맛있더군요.

진통이 오는 배를 움켜쥐고 등심을 먹는 모습에 경탄하며

저는 짐을 챙기려했으나..

 

우리의 주현숙. 저 보다도 한발 앞서

짐도 다 챙겨놨더라구요.

 

3~5분 사이 진통이 오기 시작한 후 1~2시간 쯤 지나서 병원으로 출발하면 적당하다고 해서

새벽 4시에 출발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딱 보아하니 4시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었습니다.

 

3시 30분 집에서 출발

3시 50분 병원 도착

4시 00분 분만실 입실

 

그리고

.

.

 

출산 4시 07분

 

정말 놀라운 속도였습니다.

4시 3분 쯤에 제가 분만실에 들어갔는데..

 

우리의 주현숙 딱 힘 다섯번 줬는데

애기 울음 소리가 들리더군요

정말 대단한 순간이었습니다.

 

엄청난 일을 해내신 주현숙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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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아..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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