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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결혼

그가 결혼을 했는데

난 변명을 하고 싶다.

 

그를 떠난

결정적인 이유는

냄새가 싫었기 때문이라고.

 

잔뜩 부풀어오른 육체적 욕망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성취의 욕망

찐득한 땀내 속에 섞여있는 그 욕망의 냄새가

오랜 고민의 시간을 뒤로하고

한치의 후회도 없이

관계의 최후를 선언하게 했다.

 

순수함은 너무 끔직하다.

 

갖고 싶은자가 앞에 있다는 이유로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열정, 그 폭력

 

알잖아?

오랫동안 너만을 바라보고 있었어.

넌 쟁취의 대상, 내 인생 성공의 표적물.

 

알량한 여성주의를

알량한 자유주의를

들이대는 것은

그를,

그의 오랜 기다림을,

기만하는 것일 뿐이었다.

 

결국

그 포장없는 투박함

끔직한 순수함이

욕망의 냄새가 되어

나를 질식시켰다.

 

난 떠났고

테오도란트 그리고 품질좋은 물세제의 냄새에

코를 박아 깊이 위안받으며 

안도의 함숨을 쉬고

세련된 말들의 잔치 속에서 유영한다.

 

그는 며칠 전 결혼했고

난 진심을 다해 축하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변명이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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