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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부피

혹독했던 지난 겨울을 보낸 후

나에게 찾아 온 큰 변화는

내 삶에서 연애의 부피가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로 그 달콤 쌉싸름한 연애를 하지 않겠다거나

내가 꿈꾸는 어떤 질의 연애를 포기했다는 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부피가 줄었다는 이야기이다.

 

20대 이후,

아니 옆반 친구와 연애편지질을 시작했던 초등학교 6학년 이후,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연애 사건의 연대기순으로 구성해도 무리가 없을 터였고,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연애에 투영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나를 괴롭혔었는지 긴 한 숨이 나올 지경이다.

한때는 연애를 담배로 비유하며, 그저 중독과 습관일 뿐이라는 장문의 글을 쓰며, 연애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는 나를 은폐하려고도 했었지만, 얼마 전 소설가 공지영이 대학 새내기들을 위한 강의에서 20대에는 연애와 사랑에 흠뻑 취할 것을 열렬히 호소했다는 기사를 보고나니, 문득 연애질로 점철됬던 내 20대가 쓸대없이 보낸 시간에서 열정의 순간순간으로 급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그 사연 많고 고민 많았던 연애의 부피가 어느 날 확 줄어들자, 새로운 변화가 나에게 찾아왔다.

내 마음이 나릇나릇해 지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삶을 나누고, 따뜻하게 포옹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 진 것이다.

연애하듯 그렇게 만남을 갖고 살아가는 건 참 행복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오늘,

보스턴의 조에게서 이메일을 받고는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참 '다행이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갑자기 충만함이 밀려왔다.

그녀가 그녀라는 이유로, 내가 나라는 이유로,

절대적 지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연애의 거품이 빠진 그 자리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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