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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노동시간에 화장실에 갈 때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가라고 한다. 물론 급할 때에는 보고 없이 가도 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원칙은 보고다. 그 이유는 화재 등 사고 발생 때 인원 파악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노동 규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거주지 외곽에 주로 있고, 버스를 투입해 수많은 노동자를 일터로 나른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이 꽤 걸린다. 나의 경우에는 교통 상황에 따라서 적게는 50분, 많게는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막히면 버스 탑승시간만 4시간 이상인 셈이다.) 게다가 새벽에는 버스를 타는 곳까지 대중 교통이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50분 정도 걸어 통근 버스가 서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나의 경우는 지하철역 앞에서 통근 버스를 타는데 신기하게도 아침 6시 정각이 되면 배변 욕구가 생기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이를 해결하게 되었다. 노동을 하면서 화장실 갈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몸이 알아서 시간에 맞춰 내보내는 것이다. 다른 일을 할 때에는 이러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화장실에 갈 때 보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보고에 대한 부담이 배변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 노동의 핵심 중의 하나는 규율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은 이 핵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통근 버스를 타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한다. 정해진 방식으로 단순한 노동을 반복한다. 노동이 끝나면 정해진 시간에 통근 버스를 타고 퇴근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을 하면 사적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출퇴근 시간과 노동시간, 수면시간,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위치상 출퇴근 시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출퇴근에 노동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은 사실상 최저임금 이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쿠팡 물류센터에서 기간제 사원으로 일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논술강사, 인터넷 신문 기자, 공무원 등 정신노동과 가까운 일을 했다. 따라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은 육체노동으로는 처음이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발 4번째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쿠팡 물류센터 현장에는 보안과 도난,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물품 반입을 대부분 금지한다. 만보기를 차고 일을 하는 동안 얼마나 걷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만보기 같은 물건도 쿠팡에서 팔고 있으므로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 가기 전에 사적인 물품들은 사물함에 넣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핸드폰 반입 금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지게차, 자키, 카트 등을 이용한 물품 이동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므로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휴대폰 반입을 금지한다는 쿠팡의 설명이 설득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휴대폰 반입을 허용하면 공정에 따라 마음 먹기에 따라 구석진 곳에서 계속 휴대폰 사용이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고,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내부 보안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점 등도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즉,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통제와 관리가 없으면 도둑질을 하고, 농땡이를 치고, 사고를 일으키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할 것이다.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과 가까운 임금을 받고 대부분 노동자가 일용직 또는 계약직인 상황에서 주인 의식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쿠팡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다. 계속 물류센터를 늘리고 있으므로 노동자의 고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 등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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