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비틀고 싶은가

칼럼

누군가 진리를 말하면 누군가 그 진리를 비틀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제적 진리도 마찬가지다. 실비오 게젤의 근본요법이 한국사회에 상륙하자마자 몇몇 군상들이 이 아이디어가 대중 속으로 침투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변질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1 .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로 검색해보면
한 교수의 칼럼이 검색된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103091701
읽어보니 자유방임을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The Natural Economic Order라는 표현을 "열심히" 오염시키고 있다
이 사람 말대로 경제질서를 방임하면 알아서 버블은 꺼지고 새로운 평형점을 찾아 갈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자기들이 흘려야 할 피를 모두 흘려야 할 것이다.
이런 교수들은 그 피를 자기는 흘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질서를 열심히 옹호한다. 이런 교수들한테 봉급까지 주어가며 대학에 남아있게 할 필요가 있는가?


2.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50312030545480
이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장롱에 쌓인 돈.. 경제 좀먹는다 ‘한은이 푼 돈 시중유통’ 역대 최저… 가계-기업 모두 안쓰고 묻어둬 순환 활력 잃는 ‘돈의 노화’ 심각" 운운한다.
이 기사의 내용은 돈이 쌓여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은 실비오 게젤의 관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 쌓여있는 돈의 상태를 "돈의 노화"로 묘사한다. 필자는 이런 비유가 우연인지, 아니면 실비오 게젤의 아이디어를 왜곡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늙어가는 돈aging money"의 개념을 알고 고의로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면 악의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만일 악의없이 실비오 게젤의 "늙어가는 돈" 개념을 모른 상태에서 이런 기사를 썼다면 그것 또한 대단히 부주의한 것이다. 자기가 다루는 주제와 표현이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확인해야 했다.) 엄밀히 말해 기존의 돈은 늙지 않는다. 돈의 액면가는 불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돈의 순환이 교란된다.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는데 상품과 노동은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돈이 상품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여 돈이 교환에 제공되는 것에 이자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위 표현대로 돈순환의 정체를 '노화'라고 하면 돈순환의 폭증은 '회춘'인가? 그러면 돈은 늙었다 젊어졌다 하는 건가? 하지만 돈이 쌓이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어도 문제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돈은 어느 때는 시장에 너무 많이 범람하고 어느 때는 너무 부족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돈순환은 규칙적이어야 한다.


3.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517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면 다음 뉴스펀딩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공짜돈을 뿌리고 있다"는 주제로 빚에 갇힌 한국경제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공짜돈이 아니다. 이자를 물어야 되는데 어떻게 공짜돈인가? 이자를 물지 않는 진짜 공짜돈은 오직 게젤의 공짜돈Free-Money뿐이며 그것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1번의 경우는 기존의 진부한 개념으로 탁월한 개념의 이름을 오염시키고 있다.
2번과 3번의 경우 그 문제의식은 옳지만 자기들이 쓴 표현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문제를 한 삽도 더 깊이 파고들어가지 못한다. 돈의 순환속도가 떨어지는 문제나 돈이 이자를 낳는 문제는 이미 실비오 게젤에 의하여 충분히 다루어졌던 주제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 과거의 교훈에서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현재 반복되는 문제들 하나하나에 그저 발작적인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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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8 09:41 2015/07/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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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돈을 지역화폐(전자화폐)에 적용하는 방법

칼럼

실비오 게젤의 공짜돈 이론을 지역화폐(전자화폐)에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이용자가 지역화폐국 홈페이지에서 소정의 금액을 내면 그 금액만큼 전자화폐를 스마트폰에 저장되게 하고 그것을 회원들끼리 재화나 용역을 교환할 때 사용한다. 그리고 매주마다 0.25%씩 감가상각되게 만드는 것이다. 감가상각되는 금액은 공동명의 또는 지역화폐국 명의의 계좌에 자동이체되게 하고, 이 감가상각액과 거기에 붙는 이자는 1달마다 각 회원들한테 n분의 1로 자동분배되도록 설정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돈을 감가상각 시점 이후까지 쌓아둔 회원은 손해를 본다. 반면에 돈을 쌓아두지 않고 감가상각 시점 안에 소비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을 뿐 아니라 돈을 쌓아둔 사람한테서 감가상각된 금액을 다함께 나눠갖게 된다. 따라서 돈을 쌓아두는 일이 없어지고 돈순환은 규칙적이 된다. 돈은 철저히 중립적인 교환매개물로 기능하게 된다.

이런 앱을 만들어서 전세계에 배포하면 그 사람은 아마도 노벨평화상이나 막사이사이상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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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과 무관심의 원인

칼럼

너무 많은 사회문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하고 지치게 한다. 근본요법이 아니라 대증요법만 쓰니 문제가 문제를 낳는다. 여기서 무관심과 무기력이 퍼져나간다. 사회문제의 급소를 공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땅(토지제도)과 돈(화폐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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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본질

칼럼

혁명의 본질은 무엇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업이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오직 중립적인 교환매개물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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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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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경제질서> 기본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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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서의 돈money as debt>을 보고

칼럼

얼마 전, 게스트 한 분이 <빚으로서의 돈 money as debt>을 얘기한 적이 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보았다. 보고 나서 큰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첫째, 이 동영상이 문제의 본질인 돈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칭찬할만 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돈을 발행해야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돈 액면가가 여전히 불변하다면 사람들이 돈을 쌓아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동영상은 상황을 너무 음모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음모론적이지 않다. 돈이 빚으로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돈 자체를 잘못 설계한 탓이다. 그건 우리들이 무지한 탓이다.

게젤은 이자를 기본이자와 대출이자로 구분하는데, 이 둘은 다르다. 기본이자는 교환과정에서 뽑아내는 것이고 대출이자는 대출과정에서 뽑아진다. 이 가운데 기본이자가 더 중요하다. 기본이자야말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게젤의 텍스트를 참조할 것.)

돈이 재화와 교환될 때 그 답례로 "기본이자"를 뽑아내는 것은,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기 때문이다.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면 돈과 교환되어야 하는 재화나 용역보다 돈이 저축매개물로서 우월한 포지션을 얻게 되고, 따라서 돈은 교환의 조건으로 조공을 요구하게 되고, 바로 그 조공이 기본이자다. 기본이자를 얻지 못하면 돈은 순환하지 못하고 쌓인다. 즉, 돈이 늙지 않는다는 것(돈 액면가가 불변한 것)이 돈이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따라서 스탬프머니처럼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시켜야 한다.

그리고 화폐개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지개혁도 해야 한다. 땅이 낳는 지대 역시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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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의 동력

칼럼

맑스에 따르면, 프롤레타리아가 뚜렷한 계급의식을 가지고 그 계급의식이 유지되어야만 개혁이나 혁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데 기존 경제질서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는 분열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롤레타리아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이해관계도 그렇다. 따라서 모두가 파업이나 시위에 참여하여 경찰들의 곤봉을 맞아가며 같은 고통을 겪고 서로 하나가 되는 경험, 즉 맑스가 공산당선언에서 이야기한 "열정의 순간"을 맛보면서 개혁이나 혁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사회운동은 실제 경제활동과 떨어져서는 안된다. 우리 대부분이 일해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사회운동 따로 경제활동 따로 할 때 사람들은 참여를 기피할 수 있다. 한 사람은 파업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은 그동안 경쟁자보다 앞서나간다면 파업에 참여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은 결정을 하였다고 여길 것이다. 그가 자기 경제활동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자기가 점유한 몫을 동료라고 믿었던 경쟁자한테 빼앗겼다는 걸 알고 후회할 것이다.

게젤은 맑스와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 사람의 이기심을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고, 그 개혁으로 모두가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도입하면 그 때 사람의 본성과 그 경제질서의 상호작용으로 개혁은 저절로 진행된다. http://blog.jinbo.net/silviogesell/97  계속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스스로 개혁을 향하여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끝없는 원천이 된다. 이것은 기존의 사회운동과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사회운동이 된다. 우리가 이익을 쫓으면 그 움직임이 그대로 사회에 유익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따로 사회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기부를 할 필요가 없다. 봉사활동도 할 필요가 없다. 모두의 평범한 일상이 사회운동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런 방법은 가장 작은 공동체에 도입하더라도 전체 사회에 결국 퍼지게 된다. 이익이 되는 방법은 그 자체로 선전이 되고 다시 모방행위를 불러온다.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난 내 돈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길 원하지 않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내 돈을 쌓아두고 싶으니까. 모두가 나처럼 생각한다면 그런 경제질서를 도입할 수 없을 것 아닌가?"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다른 사람도 당신처럼 돈을 쌓아두면 그 미래를 대비할 돈은 애초에 당신한테 흘러들어오지 않을 것 아닌가? 게다가 돈을 쌓아두는 것을 그런 식으로 정당화하면 결국 대부분의 이익을 보는 사람은 대부분의 돈을 가진 자본가 뿐이다. 당신은, 당신이 모은 돈 몇 푼을 쌓아두려고 하다가 당신한테 흘러들게 될 아주 거대한 돈의 흐름을 막게 되는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돈이 아니라 돈순환이 당신을 구할 것이다."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계급의식이 아니라 돈이다. 게젤의 제안에 따라 돈을 개혁하면 돈은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이 되어 모두를 묶을 것이다. 연대는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연대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인드맵: http://okmindmap.com/map/YzJmMTA5ZDctMjA0ZC00ZDMxLWJmMjctNmJjZTg5N2RhYj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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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7 23:09 2015/06/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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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감 댐 역대 최저수위" 뉴스에 대한 단상

칼럼

소양강 댐이 역대 최저수위를 기록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95262.html 동시에 중부지방은 심각한 가뭄상태. 가뭄에 대비하려고 댐을 만든다. 하지만 댐에 가둬둔 물도 줄고... 어쩌면 댐이나 보를 만들어서 더 가문 게 아닐까? 정상적인 물의 순환을 억제함으로써 수질만 악화되는 게 아니라 수량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다음의 자료를 발견했다. http://www.internationalrivers.org/resources/how-dams-can-bring-about-rainfalls-and-drought-3398

이 자료에 따르면, 댐과 보는 가뭄을 유도한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습지에 있는 물이 증발해서 비를 뿌린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대량의 물을 가두면 댐 아래쪽으로 물이 너무 적게 흘러서 습지가 파괴되고 따라서 증발하여 비를 뿌릴 물이 사라진다는 것.

서아프리카 니제르강 삼각주는 9월에 30000제곱킬러미터로 넓어져서 많은 지역에 골고루 비를 뿌리는데 댐을 만드는 바람에 이 삼각주로 흘러드는 수량이 10~15%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댐으로 전기발전을 하게 되면 33%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영국의 생태학 수문학 센터에 있는 크리스토퍼 타일러는 이렇게 경고한다.

"그런 변화는 습지가 비를 뿌릴 수 있는 계절적인 순환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자들도 양쯔강의 Three Georges 댐을 만들기 전후 강수 데이터를 분석한 다음 댐의 북쪽 강수량은 늘고 남쪽은 줄었음을 발견하였다. 본래 장마철에 양쯔강은 범람해서 동칭호와 포양호까지 이른다. (동칭호와 포양호는 양쯔 하류의 분지라고 한다.) 그런데 댐을 만들면서 이 두 분지로 흘러가는 수량이 크게 줄었고, 이 호수는 진흙바닥으로 변해서 몇 개의 웅덩이만 남았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올해(2011년) 5월 댐 책임자는 방류량을 늘리면서 그 댐 계획이 가뭄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정직하지 않다. 댐이 없었다면 더 많은 물이 분지를 자연적으로 채웠을 테니까."

즉, 댐으로 물순환을 통제하여 하류의 습지가 말라붙었고 그 때문에 강수량이 줄어서 가뭄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이런 기상이변은 점점 심해져서 댐으로 가둔 물마저 줄어들고 있다. 단장커우 저수지의 수위는 너무 떨어져서 중국 북부에 물도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상황과도 일치한다.

글쓴이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620억불을 들인 프로젝트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다양화된 에너지 소스와 분산화된 물 저장이 덩치크고 둔한 댐보다 국가경제를 기후변화에 대해 더 복원력이 있게 만들 것이다."

분산화된 물저장은 물의 순환을 전제로 한다. 영민한 독자는 필자가 이 사례를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이유를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돈문제와 물문제에서 우리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자연의 되먹임, 인간본성의 되먹임 둘 다에 대하여 우리는 무지하다.

댐을 만들어서 물을 쌓아두니까 물이 흐르지 않는다. 흐르지 않으니까 부족해진다. 부족하니까 더 많은 댐을 만든다. 댐이 많아지니까 물은 더 부족해진다.

돈을 쌓아두니까 돈이 흐르지 않는다. 흐르지 않으니까 부족해진다. 부족하니까 더 쌓아두려고 한다. 더 쌓아두니까 더 부족해진다.

물순환장애가 기상이변을 만들어내듯이 돈순환장애는 경제위기를 불러온다. 댐을 만들지 않았다면, 물이 순환하게 두었다면 물은 지류까지 흘러서 농경지를 비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물은 정상적인 순환과정에 따라 증발한 다음 다시 비를 뿌렸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이 순환되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된다면 돈은 모든 경제주체로 흘러들어가서 정상적인 순환과정을 통해 교환을 매개하고 골고루 부를 늘려줄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는 사라지고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또다른 "경제적 댐"을 건설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댐과 보를 건설하여 기상이변을 초래할 때 우리는 수자원을 "역동적인 순환흐름"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저장해둘 수 있는 고정적인 실체"로 간주했다. 우리가 경제정책에서 실패할 때 우리는 돈을 돈순환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쌓아두기 편리한 저축매개물"로 간주했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자원은 물이 아니라 "물의 순환"이며 경제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의 순환"이 아닐까?

4대강 녹조라떼는 올해 보름이나 빨리 출시됐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95153.html

우리는 너무도 분명한 해답을 놔두고 아주 멀리 돌아가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댐과 보를 무너뜨려서 물의 순환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돈의 액면가를 규칙적으로 감가상각시켜서 돈의 순환을 회복시켜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마인드맵: http://okmindmap.com/map/NmU5ZjgzYzMtNThmZi00NTBmLWFlOTgtNGI5N2I2ZThjMT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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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7:12 2015/06/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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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게젤과 케인즈

칼럼

 

 

"그들은 내 백성의 상처를 피상적으로 고쳐 주었다. '평안하다, 평안하다'라고 말하나 평안이 없다." 

예레미야 8:11

 

사회유기체 치료를 한 사람의 환자 치료에 비유해보자. 환자의 초기증상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았고, 대증요법을 더해서 그 증상은 다른 형태로 변형되고 악화되었다. 이 때 치료의 순서는 마땅히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첫째, 대증요법을 배제한다.
둘째, 근본요법을 적용한다.
셋째, 경과를 관찰한다.
 
 
 
대증요법을 떼어내기 전까지는 근본요법을 적용할 틈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우선 대증요법을 배제해야 한다. 그 대증요법의 핵심이 바로 케인즈 요법이다.
 
어빙 피셔는 게젤의 진가를 정확히 꿰뚫어보았고 스스로를 '게젤의 충복'이라고 낮출 만큼 게젤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게젤이 제안한 방법을 도입하려고 동분서주했다. 반면 케인즈는 브레튼우즈 협정에서 국제청산연맹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면서 그것이 게젤의 국제통화협회를 베낀 것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유효수요이론을 발표하여 게젤이 예견한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이 사기는 1936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이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동안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케인즈 요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나서야 우리들은 그 요법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게젤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Ⅲ. 공짜돈 (돈은 어떠한가) 13. 지폐발행 개혁에서 예견한 그 요법의 대강은 이렇다.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므로 돈이 저축매개물로 사용되고 그 결과 수요가 부족해져 경기가 침체된다. 그러면 그 부족한 수요를 메우려고 정부가 돈을 발행한다. 그 돈으로 경제가 다시 돌아가지만 그 돈이 투자되어 만들어내는 실물자본의 양이 늘어날수록 실물자본이 낳는 이자는 줄어든다. 실물자본의 이자율이 돈이자율에 미치지 못하면 돈은 교환에 제공되지 않으므로 중앙은행은 돈이자율을 점점 낮춘다. 하지만 돈이자율이 어느 수준 밑으로 낮아지면 저축자들은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직접 가지고 있게 된다. 그 돈은 본래 은행을 통해 사업가들한테 대출되어야 하는데 쌓여있기만 하니까 그것을 대체하려고 정부는 다시 돈을 찍어내어 앞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쌓여가는 돈은 막대하게 늘어난다. 이 여분의 돈은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정부는 이 돈을 회수할 수 없다. 게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종류의 개혁은 단기간만 유효하고 인류한테 여태껏 행해졌던 것 중 가장 거대한 사기를 치는 일이 될 거야. 그런 개혁을 시도한 다음에 사람들은 예전처럼 금본위가 자기들을 구해줄 거라고 믿고 금본위를 다시 도입하자고 떠들어댈 거야.”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이 바로 게젤이 예견한 사기를 합리화하는 이론이다. 게젤이 우려한 병적인 징후를 케인즈는 하나의 요법으로 삼았다. 정말이지 케인즈의 죄는 크고도 깊다. 기존 경제시스템의 결함을 바로잡지 않고 남겨둘 때 초래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게젤이 예언한 것을 케인즈는 자기 손으로 실현해버렸다. 아마도 케인즈한테는 변명이 필요했던 것 같다. 케인즈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23장 중상주의·고리대금방지법·스탬프머니·과소소비설에 대한 단상

[...]

VI

이쯤에서 낯설고 또 지나치게 무시되고 있는 예언자 실비오 게젤(1862-1930)에 대해 말해두는 게 좋겠어. 실비오 게젤의 작품은 깊은 통찰력의 빛줄기를 담고 있지만 게젤은 문제의 본질에 이르지 못했어. 전후 수년 동안 게젤의 제자들이 게젤의 작품을 가지고 내게 맹공을 퍼부었지. 하지만 그 주장에 어떤 분명한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 주장의 장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 불완전하게 분석된 직관을 가진 케이스가 흔히 그렇듯이, 게젤의 주장이 가진 중요함은 내가 내 방법으로 나 자신의 결론에 이른 다음에야 명백해졌어. 그동안 학계의 다른 경제학자들처럼 난 게젤의 심오하고 독창적인 노력을 괴짜의 작품보다 더 나을 게 없는 것처럼 다루었어. 그 책을 읽은 사람 가운데 거의 아무도 게젤의 중요함을 잘 알지 못해. 그래서 난 그 사람들과 달리 게젤한테 불균형적인 지면을 할애할거야. 게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성공한 독일인 장사꾼이었어. 게젤은 지난 80년대 경제위기를 보고 돈문제를 연구하게 됐지. 그 경제위기는 아르헨티나에서 특히 심각했어. 게젤의 첫번째 작품 Die Reformation im Münzwesen als Brücke zum socialen Staat189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판됐어. 돈에 관한 게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같은 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Nervus rerum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됐어. 그리고 많은 책들과 팜플릿이 뒤따랐지. 그리고 나서 게젤은 1906년 은퇴해서 스위스로 돌아왔어. 게젤은 그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생계를 꾸려갈 필요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작업 두 가지, 즉 저작활동과 실험농법에 여생을 바칠 수 있었지.

게젤의 잘 알려진 작품의 첫번째 부분은 1906년 스위스 Les Hauts Geneveys에서 출판됐어. Die Verwirklichung des Rechtes auf den vollen Arbeitsertrag라는 제목을 달았어. 두번째 부분은 1911년 베를린에서 Die neue Lehre vom Zins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어. 그 작품 둘은 합쳐져서 베를린 스위스에서 전쟁 중 출판됐어. 그리고 6번째 판이 게젤의 생애 중에 Die natürliche Wirtschaftsordnung durch Freiland und Freigeld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 이것의 영문판(필립파이가 번역한) The Natural Economic Order. 19194, 게젤은 단명했던 바에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에 재무부장관으로 합류했다가 군법회의에 회부됐어. 그리고 여생을 베를린과 스위스에서 보내면서 자기 이론을 널리 알리는 것에 힘썼지. 게젤은 자신을 조금 종교적인 열정으로 끌고 가면서 전세계에 제자 수천명을 둔 예언자로 추앙받게 됐어. 첫 번째 국제회의를 스위스·독일의 공짜땅 공짜돈 연맹이 열었고 여러 나라에 있는 그와 비슷한 조직들이 바젤에서 1923년 국제회의를 열었어. 1930년 게젤이 죽은 다음 게젤의 가르침과 같은 것들이 흥분시킬 수 있었던 독특한 타입의 열정들은 대부분 (내 의견으로는 게젤보다 못한) 다른 예언자들한테 방향을 틀었어. 부치 박사는 영국에서 그 운동의 리더야. 하지만 그 운동의 저작물은 텍사스 산 안토니오에서 나왔고 그 책의 주된 영향력은 오늘날 미국까지 퍼졌어. 미국 학계에서 어빙 피셔 교수만 그 저작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봤어. 게젤의 제자들이 미화했던 그 예언적인 표현들에도 불구하고 게젤의 주된 책은 차분하고 과학적인 언어로 씌여졌어. 그 책이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과학자로서 적당하지 않은, 사회정의에 대한 감정적인 헌신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말이야. 헨리조지한테 끌어낸 부분은 그 운동이 가진 힘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중요한 원천이라고 해도 전적으로 두번째 관심사야. 그 책의 목적은 전체적으로는 반맑스주의를 세우는 거라고 그려낼 수 있어. 즉 맑스와는 전혀 다른 기초 위에서 자유방임에 맞서는 작용을 만들어가는 거지. 고전적인 가설을 받아들이는 대신 거부하고 경쟁을 폐지하는 대신 경쟁의 족쇄를 풀어버리는 거야. 미래세대는 맑스보다 게젤의 정신에서 많이 배울 거라고 난 믿어. The Natural Economic Order 서문은 독자들한테 게젤이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려줄거야. 독자들이 그런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말이야. 내 생각이지만 맑스주의에 대한 해답은 이 서문과 같은 선상에서 발견될거야.

돈과 이자에 관한 이론에 게젤이 특별히 기여한 부분은 다음과 같아. 우선 게젤은 이자율과 자본의 한계효율을 뚜렷하게 구별했어. 그리고 실물자본 성장률 한계를 정하는 건 이자율이라고 했지. 그 다음으로, 이자율은 순수하게 돈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했어. 그리고 돈이자율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흘러가게 되는 돈의 특별한 점은, 부를 저장하는 도구로 돈을 소유하는 것이 그 소지자한테 무시할만한 제비용을 초래하고 품재고 같은 부의 형태는 제비용을 초래하며 사실 돈에 의해 정해진 기준 때문에 수익을 산출한다는 사실에 있어. 수세기 동안 이자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것은 이자율이 순수하게 물질적인 속성에 의존하는 건 아니라는 증거라고 게젤은 말해. 물질적인 속성의 변동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가면서 이자율에서 관찰되는 변화보다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게 틀림없으니까. (내 용어로는) 이자율은 변함없는 심리적 속성에 의존하여 안정적으로 남았어. 반면에 폭넓게 변동하는 속성은 주로 자본의 한계효율의 스케줄을 결정하며, 이자율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많든지 적든지간에) 주어진 이자율이 실물자본 양이 성장하도록 허락하는 비율을 결정해. 하지만 게젤의 이론에는 큰 결함이 있어. 게젤은 상품을 건네주고 산출물을 얻게 하는 돈이자율의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 보여줘로빈슨크루소와 낯선 이의 대화는 이 요점을 드러내는 가장 뛰어난 경제적 비유야. 지금까지 씌여진 그런 종류의 어떤 비유와도 맞먹을 만큼 훌륭하지. 하지만 게젤은 돈이자율이 다른 품의 이자율과 달리 마이너스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주면서 돈이자율이 왜 플러스인지 설명할 필요를 완전히 간과했어. 그리고 돈이자율이 왜 (고전학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산자본의 산출물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지 설명하지 못했어. 이것은 유동성선호라는 개념이 게젤을 비껴갔기 때문이야. 게젤은 이자율 이론의 절반만 세웠어.

게젤 이론의 불완전함은 게젤의 작품이 학계에서 왜 무시받았는지 의심할 여지없는 설명을 줘. 그런데도 게젤은 자기 이론을 실제 경제에 적용하라고 권하기까지 했어. 그 이론은 그 안에 필요한 것의 핵심을 담고 있을지도 몰라. 게젤이 제안한 형태 그대로 실현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야. 게젤은 주장했어. 실물자본의 성장은 돈이자율에 의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장애물을 제거하면 실물자본은 현대의 세계에서 아주 빠르게 성장하여 돈이자율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0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가장 필요한 건 돈이자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게젤은 이렇게 되려면 돈이 다른 상품들처럼 제비용을 유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해. 이것이 게젤을 그 유명한 '스탬프'머니라는 처방으로 이끌지. 게젤의 이름은 주로 스탬프머니와 연관되어 오르내리고 어빙 피셔 교수한테 인정받은 것도 스탬프머니 때문이야.

이 제안에 따르면 (적어도 은행화폐의 어떤 형태에도 역시 적용할 필요가 있겠지만) 통화권이 그 가치를 유지하려면 매달 스탬프를 붙여야 해. 보험증서처럼 말이야. 스탬프는 우체국에서 구입하게 돼. 스탬프 비용은 물론 적당한 금액으로 고정할 수 있을 거야. 내 이론에 따르면, 스탬프 비용은 (스탬프 비용을 제외한) 돈의 이자율이, 완전고용을 이룰만한 신규 투자에 상응하는 자본의 한계효율을 넘는 만큼과 거의 같아져야 해. 게젤이 제안한 실제 비용은 1주에 1000분의 1, 1년에 5.2%와 같아. 이건 기존 조건에서 너무 높겠지만 정확한 숫자야. 그 숫자는 이따금 바꿔야 할 거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말이야.

스탬프머니 뒤에 있는 생각은 건전해. 정말이지 그걸 적당한 규모로 실현하는 수단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게젤이 못 본 많은 어려움이 있어. 특히 게젤은, 유동성프리미엄이 붙는 건 돈의 특별함이 아니라 다른 물건들과 어느 정도 다를 뿐이고 돈이 다른 어떤 물건보다 유동성프리미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중요하다는 걸 몰랐어. 그래서 스탬프머니 시스템으로 통화권에서 유동성프리미엄을 제거하면 긴 대체물의 행렬이 나타날 거야. 은행화폐, 즉시채무, 외화, 보석귀금속 등과 같은 것 말이야.1 내가 위에서 말해두었듯이 땅산출물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땅소유권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지. 그 열망은 이자율을 유지하는데 봉사했어. 게젤 시스템에서는 땅국유화로 이런 가능성이 제거되겠지만 말이야.

 

케인즈는 게젤한테 유동성선호의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관찰력이 예민한 독자라면, 여기서 케인즈가 사용한 유동성(liquidity)이라는 말이 그 표현과는 꽤 어울리지 않는 무엇을 담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유동성이라는 말 자체는 '(액체처럼) 흘러간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케인즈의 맥락에서 이 용어는 “돈이 쌓여있을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언제라도 손실 없이 다른 재화와 교환될 수 있다”는 말 뒤에 숨은 속뜻은 “교환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손실을 입지 않고 쌓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은 그렇게 손실 없이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재화로 갈아탈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케인즈는 아주 교묘하게 언어를 조작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유동성'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돈이 흐르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것의 본질은 돈을 쌓아둘 수 있게 만드는 성질이다.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의 언어를 빌려서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사람들에게 혼동을 줄 때가 있는데, 케인즈의 '유동성' 역시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이 쌓여있다가 돈소지자의 임의로 돈의 순환이 결정되면 수요가 불규칙하게 구현되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낳고 그 결과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로 유도하게 된다. 따라서 이 상태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다. 돈을 손실 없이 쌓아둘 수 있는 것은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도하려면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것처럼 돈의 액면가가 반드시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어야 한다. 재화가 종속되어 있는 소멸성을 돈에 부여해야만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케인즈는 돈에서 유동성프리미엄을 없애면 대체물이 나타날 거라고 했지만, 그 대체물은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역주를 참조할 것) 따라서 돈의 유동성은 케인즈가 생각한 것처럼 어찌할 수 없는 요소, 되어진 대로 적응해야만 하는 요소가 아니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요소다. 그런데 왜 그대로 놔둔단 말인가?
 
케인즈는 “병든 경제”를 기준으로 “건강한 경제”의 이론을 폄훼하였다. “돈이 쌓여있는 상태”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케인즈는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았고, 돈의 결함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 위에서 자기 이론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케인즈의 지성이 부족했거나, 자본주의 질서의 근본적인 결함을 바로잡지 않고 넘어가려는 꼼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케인즈는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맑스주의에 맞설 훌륭한 논리와 돈이자율을 낮추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에 그쳤고, 게젤의 이자이론 가운데 일부만 따와서 기존 자본주의 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그것을 적용하였다. 케인즈가 고안한 '유동성프리미엄'이란 개념은 이후의 경제학자들이 진리를 보지 못하도록 막는 장막이 되어 병든 자본주의 질서를 지켜냈다. 아무도 돈을 문제 삼지 않았다. '유동성프리미엄'이란 감옥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돈이자율을 내리거나 돈을 더 발행하는 것 뿐이었다. 그 결과 투기자본은 제 몸집을 거대하게 불렸고, 물가와 환율은 불안해졌고, 전 인류는 돈의 노예로 전락하였다. 오,,케인즈가 만들어낸 지옥을 보라!
 
역자가 케인즈에 대해 결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은 케인즈의<일반이론이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이후에 나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나왔다면 기존 경제질서의 결함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이론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이후에 나왔고 케인즈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읽었다. 그래서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케인즈는 어리석거나 사악했다. 미필적 고의일 수도 있지만 그는 전 인류를 기망하였다. 마치 유다가 은전 서른 닢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긴 것처럼, 케인즈는 게젤이 발견한 진리를 왜곡하여 기존의 병든 경제질서를 합리화한 다음 경제학계의 대제사장들에게 팔아넘겼다.
 
역자는 자연스런 경제질서를 출판한 다음에 한 독자분한테서 중요한 자료를 건네받았다. 이 자료는 <ON THE ART OF INNUENDO: J. M. KEYNES’ PLAGIARISM OF SILVIO GESELL’S MONETARY ECONOMICS>라는 논문으로 Guido G. Preparata라는 분이 쓴 것인데,그 내용은 케인즈가 게젤의 이론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 논문은 경제학계의 비하인드 스토리, 경제학계의 유다가 어떻게 진리를 팔아먹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공개한다.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면 돈은 중립적인 교환매개물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수요가 불규칙하게 구현될 수 밖에 없다. 이 때 근본치료는 이 결함을 바로잡는 것, 곧 돈의 액면가를 규칙적으로 감가상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인즈는 그 결함을 남겨둔 채 임의적으로 수요를 만들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그 방법은 일시적으로 유효할 뿐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케인즈는 보지 않았다. 우리들은 "기존 자본주의에 결함이 있으므로 케인즈 요법과 같은 공적개입으로 그 결함이 만들어낸 얼룩을 닦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것은 일종의 도그마요, 경제학의 신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경제질서에 결함이 있다면 그 결함을 바로잡는 것이 정답 아닌가? 그러면 임의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어질 것 아닌가? 사회유기체는 이제 근본요법을 요구한다.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만이 그 근본요법의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관련된 글:  케인지언에게 보내는 편지 

마인드맵    실비오 게젤과 케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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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주장은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는 적용될 수 없다. 첫째, 게젤의 경제질서에서는 은행화폐가 사라진다. 기존 경제질서에서는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여 돈순환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할 도구로 은행화폐가 필요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Ⅳ. 공짜돈 (돈은 어떠해야 하는가) 5. 공짜돈은 어떻게 판단될까 B.현금출납원"을 참조할 것. 둘째, 즉시채무도 사라진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돈이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므로 사람들은 남는 돈을 다른 사람한테 기꺼이 빌려주려고 한다. 자기가 쌓아두면 감가상각으로 인한 손실을 입고, 빌려주면 이자는 못 받지만 원금을 보호하니까. 즉, 대출을 하면 감가상각 손실을 돈을 빌린 사람한테 떠넘길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 돈을 써버리기 때문에 감가상각 손실을 입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영역에서 돈의 순환은 유지된다. 이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대출기간을 가능한 길게 잡으려고 한다. 대출금을 회수하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의 손실을 입기 시작하고 반대로 대출기간을 길게 할수록 그 손실을 입지 않고 원금을 오랫동안 보호하기 때문이다. 셋째, 외화로 갈아탈 수도 없다. 게젤의 경제질서에서는 국제통화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나라 돈이 다른 나라 돈으로 직접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화폐로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건 마치 우리 몸에서 각 세포가 세포막으로 보호되는 동시에 안전하게 다른 세포와 교류하는 것과 같다. 넷째, 보석·귀금속을 새로운 돈으로 쓸 까닭도 없다. 그 귀금속을 사고 팔 때마다 그 사람은 무게·순도를 테스트해야 하고 누가 자기한테 그 귀금속을 살지 찾아내야 한다. 정부는 돈을 개혁한 다음에 금화의 무게·순도를 보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것이 말썽 많고 비싸고 번거로운 수단이라는 걸 체감하고 결국 정부가 만들어낸 공짜돈으로 갈아탈 것이다. 귀금속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교환매개물로 쓰기가 너무 불편하다. 누가 "금은 내재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게젤이 가치이론을 부정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경제학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가격이다. 따라서 금은 가치가 아니라 가격이 있을 뿐이며,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고, 공짜돈처럼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돈이 공급된다면 화폐로서 금에 대한 수요는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레샴의 법칙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 나라 안에서 금화와 종이돈이 싸우면 늘 종이돈이 이긴다. 금화는 쫓겨난다. 마찬가지로 “늙지 않는 종이돈"과 “늙어가는 종이돈"이 싸우면 “늙어가는 종이돈”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뵈르글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게젤의 경제질서에서는 수요를 공급에 맞출 수 있으므로 잉여금으로 인한 가수요가 발생할 수 없다. 즉 투기가 불가능하다. 화폐로서 금의 가격이 떨어지고 다시 올라갈 수 없다고 할 때, 그래도 여전히 금이 돈을 대체할 거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이 은행화폐, 즉시채무, 외화, 보석과 귀금속이 돈 노릇을 하는 것은 돈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케인즈의 분석은 기존 돈의 결함이 만들어내는 효과 안에 갇혀 있다. 케인즈는 자신이 열거한 대체물들과 돈의 속성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케인즈의 비판은 아무 근거가 없고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텍스트로 돌아가기
2015/05/30 15:27 2015/05/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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