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게젤과 생태주의

칼럼

간 나오토 전 총리가 한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후쿠시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환경문제도 결국은 돈문제다. 간 나오토 총리의 발언 중 한 대목을 살펴보자.

"원전 관련 학자와 기업들이 거대한 돈의 흐름 속에서 기득권을 형성1하고 있고, 그것이 원전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

이런 현실인식은 타당하며 정확하다. 하지만 일반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더 내딛지 못한다. 돈이 문제인 걸 깨달았으면 돈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살펴서 돈을 개혁하면 될 것 아닌가? 도대체 이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단 말인가?
더 많은 이익을 쫓는 사람의 마음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교육·법률·종교는 사람의 마음을 결코 교화하지 못한다.
오직 돈을 사람의 마음에 맞추어 개혁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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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이 만들어내는 기본조건    2:투자의 방향

 

"늙지 않는 돈"은 액면가가 불변하여 정기적으로 이자를 낳는 돈이다. 따라서 위 그림 왼쪽 그래프에서 1과 같이 된다. 이런 돈이 만들어내는 경제질서 안에서 사람들의 충동은 1에서 2로 움직인다. 즉, 단기간에 더 많은 이자(이윤)를 낳는 것이다. 그래프는 점점 기울기 경사가 급해질 것이다. 경제주체들은 그래프 시간축 왼쪽의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대의 이익을 남기려고 발버둥치게 된다. 이미 정해져 있는 이자율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많이! 이것이 사람들의 구호다.


반면에 "늙어가는 돈"은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는 돈이다. 따라서 오른쪽 그래프에서 1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런 돈이 만들어내는 경제질서 안에서 사람들의 충동은 1에서 2로 움직인다. 즉, 장기간에 걸쳐 더 적은 감가상각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프는 점점 기울기 경사가 완만해질 것이다. 경제주체들은 그래프 시간축 오른쪽으로 뻗은 무한의 시간 안에서 더 적은 감가상각을 이루려고 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감가상각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는 것이 사람들의 목표가 된다. 더 적은 감가상각이란 오래 써도 튼튼한 것, 견고한 것, 따라서 자원을 아끼게 되고 환경파괴를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 돈이 가진 속성이 그에 걸맞는 세계를 주조해나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늙지 않는 돈은 단기간에 최대한의 이윤을 뽑기 위해 근시안적 시각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부실공사·부실설계를 하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 늙어가는 돈은 그런 돈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정반대로 모든 것을 개혁해간다. 따라서 돈을 개혁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 인간의 문명 전체를 통째로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일일이 그 하나 하나를 간섭하여 수고롭게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근원적인 요소 하나를 전환함으로써 그것에서 파생된 모든 결과물들을 자연스럽게 개혁하는 것이다. 최소의 노력을 들여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게 실비오 게젤의 개혁이다. 그린피스는 화폐운동을 하는 것이 원전반대시위를 하는 것보다 훨씬 그 목표에 부합할 것이다. 철새 도시락을 챙겨주는 것보다, 멸종위기종을 모아서 대신 길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에콜로지의 목표를 이룰 것이다. 사회운동은 마스터베이션이 아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한다는 자기만족감에 취해서, 또는 병든 세계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오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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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돈이 쌓이기 때문에 돈이 권력이 된다. 그리고 그 권력은 다시 잘못된 질서를 합리화한다.텍스트로 돌아가기
2015/03/18 22:01 2015/03/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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