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에서 두 번째 강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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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마을활력소에서 두 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지역화폐에 감가화폐 개념을 도입할 때 어떤 점이 염려되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지역화폐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low: 2년 전 제가 여기 왔을 때 홍동에서 감가화폐를 도입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어떤 점이 염려되어서 못하고 계신지?

활력소: 빵가게 주인은 빵을 팔면서 감가화폐보다는 원화로 받고 싶어할 것 같다.

$low: 빵가게 주인은 안 팔리는 것보다는 감가화폐로라도 팔리길 원할 것이다. 안 팔리면 썩어서 내버려야 하니까. 따라서 그는 감가화폐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돈을 쌓아두지만 않는다면 감가화폐로 받아도 손해는 나지 않는다. 벌어들인 감가화폐로 다른 걸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 이익이다.

활력소: 한 달마다 지역화폐에 우표를 1개씩 붙인다면, 한 달의 마지막 날 감가화폐를 다 들고 와서 그 빵가게 빵을 사 갈 것 같다. 그럼 주인이 싫어할 것 같다. 가격할인을 당한 셈이니까.

$low: 그래도 안 팔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활력소: 한 달의 마지막날에 감가화폐로 지불하면 인격도 감가상각될 것 같다. (어느 분의 조크)

(모두 웃음)

활력소: 감가화폐를 쓰면 그 감가상각되는 비용, 즉 우표 판매비는 어디에 쓰나?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도입 못할 것 같은데..

$low: 모두에게 n분의 1로 돌려준다. 따라서 돈을 쌓아두는 사람은 손해를 볼 것이고 나머지는 이익을 볼 것이다.

활력소: 현재 우리 지역화폐는 감가화폐가 아니다. 발행하면 얼마 안되어 활력소(지역화폐발행처)로 돌아와버린다. 지역화폐 가맹점들이 손님들한테 지역화폐를 받으면 '어디 쓸 데가 없다'고 다시 원화로 바꾸러 온다. 그 가맹점들은 지금도 지역화폐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데 감가까지 도입하면 아예 안쓰려고 하지 않을까?

$low: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지역화폐가 아니다. 언제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셈이다. 그래서 감가화폐를 도입한 다음에는 환전해주면 안된다. 독일의 킴가우어처럼 환전할 때 수수료를 받아서 환전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감가화폐를 받는 게 가맹점들한테도 이익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감가화폐를 받으면 아주 많이 팔 수 있다. 그리고 쌓아두지만 않으면 많이 살 수 있으니 사는 입장으로 봐도 결국 이익이다.

력소: 감가를 지역화폐에 도입하려면 사람들이 1대1로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주말장터나 인터넷장터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촉진자가 필요할 것 같다.

$low: 맞다. 감가화폐를 쓰도록 억지로 설득하기보다는 그런 장터를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활력소: 감가화폐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 인터넷장터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

$low: 감가화폐를 먼저 만드는 게 좋을 듯. 감가를 하면 인터넷장터가 더 쉽게 만들어질 것이다.

활력소: 우표를 붙이는 비용은 뭘로 결제하지? 그것도 감가화폐로? 아니면 원화로? 우표를 붙임으로써 감가화폐 액면가가 유지되려면 원화로 해야 할 것 같다.

$low: 원화로 해야 한다.

활력소: 1달에 한 번이라도 우표 붙이는 건 사용자가 번거로울 것 같은데?

$low: 1달에 한 번 붙여도 되고 분기별로 붙여도 된다. 설계하기 나름.

활력소: 지금 생협은 조합원이 아니라도 매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조합원이 별 이점이 없다. 지역화폐도 그렇다. 지역화폐로 내든 원화로 내든 사는 사람은 마찬가지다. 우리 모임은 좋은 뜻을 갖고 있어서 일부러 지역화폐를 쓰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

$low: 그런 점에서 감가화폐는 다르다. 감가화폐 가맹점은 다른 매장보다 훨씬 더 많이 팔게 된다. 감가화폐는 쌓아둘 수 없으니까. 구매자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판매자나 생산자의 관점에서 보면 감가화폐는 무조건 이익이다. 많이 팔 수 있으니까. 구매자 입장에서도 사실 나쁘지 않다.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많이 팔아야 많이 살 것 아닌가? 많이 팔려면 감가화폐를 써야 한다.

활력소: 감가화폐 발행의 적정규모는?

$low: 작게 시작하시라.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에는 창대하게 될 것이다. 킴가우어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이랑 경제공부하려고 만든 거다. 그런데 지금은 대도시 두 개를 커버할 정도로 성장했다. 회원 각자 1만원씩 거둬서 그걸 담보로 감가화폐를 발행해보시라. 1만원이라도 10번만 순환하면 거래액이 10만원이다. 10명 정도가 참여해도 거래액이 100만원이다. 그게 잘 돌아가면 사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활력소: 사용처가 없는데 감가된다고 하면 대책이 없지 않나?

$low: 감가가 안되니까 사용처가 없는 것 아닌가? 돈을 쌓아둘 수 있으니 사용처가 줄어드는 것이다. 감가되면, 안쓰면 손해 아닌가? 사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소한 농산물은 거래할 수 있도록 미리 세팅해두는 게 좋겠다. 그러면 나머지 거래망은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다.

활력소: 감가화폐가 마을은행에 입금될 때 그 돈도 감가상각하나? 아마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러면 사람들이 감가화폐를 모두 마을은행에 집어넣고 안쓰게 되니까.

$low: 맞다. 그런데 마을은행에 쌓아둘 일이 없을 것이다. 감가화폐는 그 속성상 쌓아둘 수가 없다. 교환매개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리고 은행으로 들어가도 바로 누군가에게 대출될 것이다.

활력소: 지자체랑 같이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지자체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까? 길게 보면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는게 나을 것 같은데.

$low: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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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21:24 2016/12/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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