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합법적인 도박장이 되었다. 전국민이 애용하는 도박장이라니! 비트코인 옹호자 중 일부는 비트코인을 실비오 게젤과 엮으려고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실비오 게젤과 관계가 없다. 비트코인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안화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젤의 이론과 연관지으려고 하는데 이론적 배경이 다르다. 게젤의 공짜돈은 중앙에서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것만 봐도 개별적인 채굴이 이루어지는 비트코인과는 거리가 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탈중앙화' 운운하면서 개별적인 채굴을 합리화하는데, 게젤의 탈중앙화는 아무나 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 돈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순환하는 것을 뜻한다. 비트코인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순환하면서 교환을 매개하고 있나? 아니다. 쌓아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그런데 '탈중앙화'란 말을 왜 쓰는가? 여럿이 함께 도박판에 끼여드는 게 '탈중앙화'인가?
무엇보다 개별적으로 채굴을 하면 통화량 조절이 불가능하다. 개개인이 얼마를 만들지 누가 알겠나? 그리고 그 양은 또 어떻게 조절하나? 그러면 공급에 맞는 수요를 어떻게 구현하나? 비트코인은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또 채굴을 하려면 점점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수요를 구현해야 할 때 충분히 돈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돈 찍어내는데 그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야 할 까닭이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종이와 인쇄기 뿐이다. 왜 바보같이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교환매개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건가? 그 에너지 낭비와 환경파괴를 생각하니 에콜로지스트로서 한숨만 나온다. 멍청하게 돈을 만드는 방식 때문에 기후변화는 빨라질 것이다. 이런 방식의 돈공급은 자기가 앉아있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서 얻은 거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가? 그런데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네가 수학문제를 풀든지 국어문제를 풀든지 관심이 없고 그냥 교환매개물이 필요하다고! 교환매개물을 만들려고 수학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비트코인은 화폐 액면가가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지 않으므로 그 역시 교환되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지 않아 돈을 쌓아둘 수 있다. 이것은 비트코인을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원인이다. 그리고 투기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중앙은행에서 통화량을 늘려도 그 돈은 비트코인 등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아무 교환도 매개하지 못하는 곳에 몰릴 것이다. 그 돈은 재화의 교환을 제대로 매개하지 못하고 묶일 것이고 투전판의 재료로 전락할 것이다.이러한 점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사용 금지하도록 유도될 가능성이 높다.
게젤이 주장한 공짜돈(스탬프머니)은 비트코인과 다르다. 스탬프를 붙이는 날마다 그 액면가가 규칙적으로 감가상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비용을 물지 않으려고 돈을 처분한다. 뭘 사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든지 해서. 따라서 쌓아둘 수 없고 투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을 지역화폐로 사용한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기존 국가화폐의 불규칙한 돈순환을 보완할 수 있고, 국가화폐로 쓴다면 국가 전체의 내수경제를 살리면서 외국의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국가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그런 거 없이 종이랑 인쇄기만 있어도 된다. 스탬프머니가 불편하니까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발행연월일이야 발행되는 돈에 모두 똑같이 찍혀있고 1년마다 모든 화폐를 회수해서 갱신하기 때문에 그걸 일일히 확인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스탬프를 제 때 붙인 돈만 돈 액면가 그대로 취급하는 것이니 감가액을 일일히 계산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애초에 '돈순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복잡한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다. 문제의 본질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핑계로 한 폰지게임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면서 도박을 용인받으려고 한다. 이에 정부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차일피일 규제를 미루기만 한다. 워렌버핏은 코인 자체가 어떤 이윤도 창출해내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그렇다고 그것이 재화의 교환을 제대로 매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하는 것은 오직 투기의 수단이 되어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뿐이다. 수년전에 이 도박장을 들어간 사람은 이제 웃으면서 희생자들이 더 들어오길 기다린다. 얼마전에 들어간 사람들도 자기가 산 게 올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나는 돈을 땄으니 너도 한 번 해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에 가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하여 잠도 제대로 못잔다. 이렇게 하여 완벽한 다단계 사기의 구조가 성립한다. 정부가 건드리지 않고 전국민이 참여하는 다단계 사기의 구조,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