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정부가 손을 쓰지 못하는 초현실적 상황의 도래를 전제하여 '정부나 금융기관을 배제한 화폐 제도'를 구상한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가상화폐는 전혀 그런 교환매개물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붐은 가상화폐가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정부나 금융기관 배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초기에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매개로 추격매수자들이 열심히 갖다바치는 돈을 빨아들이고 은행으로 현금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금은 쌓여 있다.
즉 가상화폐는 전혀 교환매개물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폰지사기의 효율적인 도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에 의도한 대로 하려면 어떻게 화폐를 설계해야 할까?
화폐의 액면가가 시간흐름에 따라 정기적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면 된다. 예를 들어 처음 액면가를 1만원이라고 하면 한 달마다 1000원씩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화폐 소지자들은 그 돈을 액면가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처분하게 된다. 즉 그 돈은 순환하여 재화 및 서비스의 교환을 매개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할 일이 적어진다. 돈은 은행에 쌓여있지 않고 계속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구매할 것이 없는데 그 액면가의 손실을 회피하고 싶다면 그 돈을 남에게 빌려주게 된다. 그러면 나는 그 손실을 회피하고 돈을 빌린 사람도 바로 무엇인가를 구매할 것이기에 그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미래 은행의 업무는 이 둘을 연결하는 것으로 바뀌며, 다른 업무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모델이 사토시가 의도했던 것에 가장 근접하다. 이런 화폐는 그 누구도 감히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교환매개물로만 작동한다. 저축은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으로만 가능하며(액면가 손실을 피해야 하므로) 이것이 상호호혜를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1
우리가 쓰는 정부 통화는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그 역시 투기의 공격에 늘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통화안정, 환율안정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이것은 (IMF외환위기가 보여준 것처럼 )불완전하지만 화폐를 매개로 한 국가경제가 미쳐돌아가지 않게 보호하는 최소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보라. 여기에서는 통화안정을 위한 노력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다. 여러 사람이 돈을 공급(채굴)하니까 더 안전하다고?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가상화폐 거래소를 봐라. 거의 수초단위로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거린다. 여기에 통화안정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냐?
거래소에 들어가서 너희들이 하는 짓거리라고는 그냥 투전판을 벌리는 게 아니냐? 그런데 청와대에 가서 한다는 소리가 꿈을 꾸게 해달라고? 니들이 말하는 꿈은 도박해서 한몫 잡는 꿈을 말하는 거냐?
너희들 가운데 이렇게 말하는 자가 있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하여 너희들을 가난하게 한다고. 그래서 이러한 음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국가통화와 싸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해야 한다고. 오! 너희들은 큰 피해망상에 젖어 살고 있다. 정부가 서서히 인플레를 유도하는 것은 가격이 올라야 너희들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서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야 경제가 돌아가고 너희들이 먹고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인 인플레는 필요악이었다. 그리고 이런 필요악이 필요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기존 화폐의 결함 때문이었다. 액면가가 불변하여 저축매개물로서 너희들이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그래서 물가가 조금씩 올라주어야 너희는 충분히 서로의 재화를 구매할 것이고 경제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화폐의 결함을 보상하기 위해 점진적 물가상승이 불가피했다.
너희는 지금 경제상황을 불평하면서 오히려 너희를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다. 너희가 참여하는 폰지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 것 같으냐? 그 게임을 만들었거나 초기에 진입한 자들 뿐이다. (그 둘은 같을 때도 많다) 네가 너보다 멍청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도 딱 너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그런 바보들의 의도를 이미 앞질러 간다. 그 게임의 끝에는 돈을 차지한 극소수와 빈털터리가 된 대다수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빈털터리가 된 자들은 이제 서로의 재화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다시 경기를 침체시키고 너희를 벼랑으로 몰고 갈 것이다.
너희가 이제부터 살고 싶으면 두 가지를 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능한 빨리 그 게임에서 나오라 (손절매도 감수하라)
둘째, 기존 화폐를 어떤 식으로 개혁해야 하는지 실비오 게젤한테 배워라.
너 혼자 이 게임에서 이겨서 혼자 잘먹고 잘살면 좋겠지만 니 능력을 잘 살펴보고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으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돈순환을 규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화폐의 조건에 대하여 실비오 게젤한테 배우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눠라. 그런 형태의 지역화폐를 만들어서 서로 구매를 촉진하라.
너희 머리 속에 남아있는 한 가지 너절한 희망을 부수어주는 것에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어떤 이는 가상화폐가 '디지털 골드'라고 하면서 기존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해지면서 그 자리를 가상화폐가 차지할 거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놈들은 경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일 뿐이다. 달러가 무너져도 금본위로 회귀할 일은 없을 것이며, 특히 통화안정의 기본도 안되어 있는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지금 현재도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종류가 생겨나고 있다. 그 누구도 그 양을 통제할 수 없다. 통화안정은 물 건너간 것이다. 너라면 매일 지진이 나는 곳 위에 집을 지을 수 있겠나? 또한 금본위로도 회귀할 수 없을 것이다. 금의 채굴도 임의적이긴 마찬가지여서 경제주체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하고 정확하게 수요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본위에서 종이돈으로 갈아탄 이유나 곰곰히 생각해보라.
속히 부하려는 자, 올무에 걸리기 쉽나니 -디모데전서 6:9
- 또한 이런 식으로는 설계할 때는 굳이 전자화폐의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다. 종이와 인쇄기만 있으면 된다, 이런 감가화폐는 낮은 수준의 테크놀로지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보급하거나 운용할 수 없는 가난한 국가나 공동체들이 쉽게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정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유는 돈수요에 맞는 돈공급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물가가 끝없이 변동한다. (지역화폐로 설계할 때는 적은 양을 발행하면서 거래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관찰해보고 통화 발행량을 서서히 증가시키면 된다. 그리고 감가화폐는 가상화폐와 달리 정부의 통화정책을 교란하지 않고 보완할 수 있다. 감가화폐는 돈의 순환속도를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시스템에서 돈이 잘 돌지 않는 곳에 딱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도록 설계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