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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1(북한산)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산은 특별히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특히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산에 오르라고 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이 오르는 것보다는 산 아래나 중턱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난 우연한 기회로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중3 때 졸업 사진 촬영을 겸해서 소풍으로 북한산에 처음 갔었다. 그전에는 동네 앞산 정도에만 가보아서 산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북한산에 올라가서 본 서울의 풍경을 정말 장관이었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스모그가 낀 서울이 보이는 게 아니었기에 놀라운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이래서 사람들이 산에 가고, 산에서 넓은 마음을 만드는 거구나 싶었다. 내가 사는 곳은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작은 곳에서 십여년을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산에 한 번 오르고 다시 산에 자주 가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처음에 등산을 하는 주요한 목표는 어떻게든 더 높은 산에 올라가고, 정상을 정복하여 등산의 기쁨을 맘껏 누리는 것이었다. 힘이 들어도 끝까지 참고 올라가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체력도 밑받침이 되었었다. 정상에 올라가서 땀을 닦아내며 먹던 음식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 중에서 가고 싶은 산들을 손에 꼽으며 여기, 저기 다 가보겠노라고 마음 속에 다짐을 해 놓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부터는 산을 오르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산 중의 하나인 북한산으로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자주 올랐다. 두서너명씩 같이 가거나 둘이 가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생활나누기였다. 서로가 살아왔던 과정이며, 어떻게 대학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 등에 대해 정말 편하게 이야기나누었었다. 물론 가방에는 점점 술을 챙겨가는 일이 많아졌고, 술의 양도 늘어났다.

 

북한산은 보통 우이동에서 올라갔는데 한 번은 산을 좋아하는 선배가 국민대쪽으로 가면 입장료도 안내고 아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하여 쫓아갔다.(국민대 출신 선배라 믿었었다) 아니 그런데 올라가기는 잘 가고 내려갈 때 계속해서 "이 길이 아닌갑다"하며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해는 지려고 하는데, 내려가는 길을 찾지를 못하여 참으로 황당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따라갔었지만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그냥 아무데로나 내려가면 안되냐고 애원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우기던 선배는 결국 국민대 앞으로 내려와서 잘 알던 가게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동동주와 파전을 사주었다.

 

북한산에 후배랑 둘이서 올라가다가 쉬면서 강냉이를 먹는데, 올라오는 사람들마다 바람결에 강냉이 냄새가 그렇게 좋다며 말을 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거의 다 나누어 주었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나누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생각보다는 즐겁게 나누어주는 행복이었다. 요즘은 생활하다보면 사심없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언제 북한산에 갔었는 지 이제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래도 즐거운 일은 친구 한 명이 이번에 결혼을 하면서 북한산 자락에 집을 얻은 것이다. 나랑 좀 비슷하여 산 밑을 선호하더니 진짜 교통은 포기할 정도의 곳에 정착을 하였다. 그래서 그 친구네 놀러가면서 북한산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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