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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돈도 못벌어 오면서 맨날 모가 그렇게 바쁘냐??" 는 소리를 거의 매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산다.  처음 들을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두세번 듣다 보니 한쪽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거란 마음이 들어서 그럭저럭 참아 줬다. 그리고 서너번을 넘어 강도가 세져서 튀어 나오는 소리를 들으니 이제는 그냥 무덤덤해 하면서 산다. 마치 지나가는 개가 짖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제는 '돈'이 아니란걸 알았다.  도대체 뭘 하느라고 제 시간에 집에 안들어오고 집안꼴이 돼지우리 보다 더! 지저분하고 반찬 한개 제대로 해 놓은게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돈을 벌어 오라는 소리가 아니라, 일을 하더라도 집안일을 제대로 하라는 얘기.. 근데, 그건 돈 벌어 오라는 소리보다 더 심한 얘기 아닌가!!  어떻게 한사람이 두세가지(밖일, 집안일, 육아, 등등...)를 다 완벽하게 잘할수가 있단 말인가...말도 안돼는 소리 집어치워~! 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지만 참는다.  그래, 돈이라도 벌어 오면 니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지...설상가상으로 아이는 한술 더 뜬다.  앞집 친구는 "'가족끼리!!!" "꽃구경"을 가는데 말야..우리는 이게 모야? 일요일인데 엄마 아빠는 잠만 자고...라는 비난의 아우성! 그 말을 듣는 순간엔 나도 미안한 마음이 쬐끔 들기도해서 그래, 알았어~! 시간내서 가보자...고 했는데, 결국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다시 퍼질러 잠만을 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신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한가지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고, 사건은 끊임 없이 터진다.  거기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보면 안마실래야 안마실 수 없는 '술'때매 더더욱 이성을 잃기 십상인 날들이 반복되고...집안일과 아이는 매번 마지막 순번이 되고 만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데...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집안일이 사실 엄청 피곤하다. 그리고 재미 없고..냉장고에는 음식물이 썩어 난다고 온갖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신경 안쓸때가 한두번 아니고...아이는 먹을 반찬이 없어서 매일 계란프라이에 저녁을 혼자 먹어도 다음날 일정이 있으면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그러고보니 나는 '엄마' 또는 '아내'라는 자리보다 일하는 사람의 위치에 있는 그 자리가 더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집에 가기가 싫어지는것 보면 할말 다한거 아닌가?(그렇다면 가출이라도해야 하나??)  그러니까 꽃구경 정도는 네 친구들하고 가거나, 다른 가족들이 갈때 살짝 꼽사리 껴서 가는건 어떻겠니? 라고 말하면 나쁜 엄마인가?? 조금만 더 공동체적인 사고와 움직임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 내가 못하는걸 남이 채워주면 좋잖아...대신, 나도 너희가 잘 못하는걸 해줄테니까..상부상조의 정신! 그리고 모든 가족주의와 개인주의적인 갇힌 사고방식에서 벗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가 혼자 밥먹는게 마음에 걸려서 부탁했을때 기꺼이 들어 주는 정다운 이웃이라도 있으면 꽃구경좀 같이 못갔다고 마음이 무겁지는 않을텐데...(욕심이 과한가??)

 

   며칠있으면 아이의 생일, "너 생일에 모할거냐?" "생일이 뭐 별건가? 그냥 대충 놀지 뭐..." (헉! 이게 벌써 저런소리를 할줄야...다행이도 빨리 포기했네~)얼마나 엄마 노릇을 못했으면 벌써부터 저렇게 애늙은 소리를 할까...쬐끔 찔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내가 쓴 전술(될수 있으면 빨리 부모 품을 떠나게 하는것)이 들어 먹힌걸지도... 하튼, 난 일주일중 제발 하루만큼은 잠 자는데 모든 시간을 쓰고 싶다.  꽃구경이고 뭐고....빨래고 청소고, 반찬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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