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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너무 오래 방치 하는구나...5월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고, 메이데이의 서글펐던 감정은 여전히 그대로인데...시간은 총알처럼 흐른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들 앞에서 이제 서서히 나도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들고...어차피 삶과 죽음은 한몸이라고 하니까 죽음이라는 단어에 너무 생소해 하지는 말자는 생각...

  

   특별한 기술도 없고, 무작정 활동한다고 뛰어든 이곳, 어떻게든 조직은 움직여야겠고, 움직일 수 방편이 꼭 돈은 아닌데도....살아남기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작태가 때론 너무나 비굴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비영리민간단체라도 등록해서 프로젝트 하나라도 따보자고.  근데, 이 작업이 만만한게 아니다. 정관, 회칙은 물론이거니와 전년도 사업평가를 비롯해서 갖추어야 할 서류가 한두가지가 아니고, 회원 100명은 기본으로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 회원 100명쯤이야 뭐가 어려운 일이겠냐마는 그 사람들의 생년월일이며 주소, 전화번호까지 알아내야 하는 작업은 발로 뛰면서 진행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그것들을 알아내어 목적을 달성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 실제로 그 한명한명이 우리 사랑방을 움직이는 동력인데,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무조건 단체등록만 하는게 다냐? 고 따지는 대표.  맞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길~! 도대체 그렇게 맨날 입바른 소리만 하는 너는 성인군자라도 되냐? 나는 항상 니 옆에 있으면 초라하고 속물적인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단 말이다.  이러면서 맨날 티격태격...

 

  이제 얼마 안남았다. 회원100명의 생일및 주소 알아내어 시청에 서류 접수하기까지...오늘 몇시간만 고생하면 등록하는 작업은 끝날거야.  벌써 3주째 이 고생을 하고 있느라, 다른 일은 엄두도 못내고...비만 오면 낮부터 술먹자고 찾아 오는 회원들과 어울리느라 작업은 지연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어쩌랴...그러면서 일하는 보람을 찾는거겠지...



   우리 단체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찾아온 대표의 지인이 그가 받는 모금 전문가 교육에서 프로젝트 수행과정중 기부금을 전달할 단체를 찾는데, 바로 우리 단체가 선정되었다는 것. 거기엔 나도 한몫을 했다. 사랑방에서 하는 일과 급한 살림살이를 적어 내라고 하여, 솔직하게 써 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했는지 같이 공부하는 팀 사람들이 사랑방을 방문하기까지 했고, 토론후에 결국 사랑방을 돕기로 했다고 한다. 기부금의 내용은 자그마치 CMS 200구좌와 업소용 냉장고,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몇개월 밖에 지원되지 않는 기부금이지만 우리 사랑방에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분이 참 좋았다.  대표도 기분이 좋았는지 막걸리를 쏜다고 하여 불려나가 필름이 끊기도록 마셔댔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서러움(활동비 제대로 못받는건 그렇다치고 전기세 못내서 전기를 끊겠다고 한전에서 나오기까지 한 일, 쌓여가는 신문값 지로용지, 끊기기 일보전인 인터넷 등등...근데, 용케도 밥은 굶지 않는다는거...그건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하다..ㅋ)까지 다 뱉어내고 있는 욕, 없는 욕까지 퍼부어대고...ㅎㅎ

 

   활동시작한지 불과 5개월을 조금 넘는 이 싯점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기도 했고, 나는 정신을 못차리면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그만둘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3년동안 터질일이 3개월 동안 다 터져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그렇지만, 나는 너무나 많은걸 얻었고 배우기도 했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인간에 대한 사랑'과 '나를 낮추는 법', 그리고 '혼자서는 법'...아직도 과정중에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베이스 위에서 내가 설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하게도 '행복함' 이라는 거...처음엔 정말 무섭고 언제 저 사람들이랑 정붙이고 지내나 싶었는데 이제는 스스럼 없이 "형"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로 변했다.  내가 지은 밥을 맛있게 먹고,  술먹고 꼬장 부려도 다 받아주고 다음날 집에 잘 갔냐고 물어주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하는 이 활동은 굳이 거창하게 '운동'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아도 삶으로부터 녹아 있는 따뜻한 애정이기 때문에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더 벌어질지 모르지만 대표의 말대로 초심을 잃지 않으면 못할것이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모내기를 준비하고 논둑을 새로 만드는 건강한 농부, 한 개인 보다는 만인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쪽방촌 주민들과 반갑게 만나고 인사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것은 역시 든든한 나의 백그라운드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트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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