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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슬픈 나의 운동

0.

이 공간은 가끔 지나치게 오픈되어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본의아니게 자기검열을 해야할

때도 많이 생기고. 그래서 내가 처음 이 공간을 만들면서 다짐했던 것들을 담아내지 못할

때가 생기기도 한다. (운동에 대한 나의 고민들. 내 인생에 있어서의 운동 그런 것들...) 

 

사람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무언가 쓰고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냥 꾹 참았다.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이야기가 오픈되어지는게 싫기도 했고 내 자신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자꾸 안좋은 이야기만 쓰니까 사는게 더 안좋아지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최면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한 번쯤 캔디처럼 웃으며 넘기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내 전생은 지독하게.. 몸쓸 생명체였나보다. 분명히....

 

 

1.

3월 31일. 평택의 촛불을 서울 광화문으로.. 촛불문화제가 있었다. 날씨도 춥지 않았고

좋았다. 래군백기형님을 만나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가짐도 다듬어졌다. 즐거웠다.

래군백기형님의 긴긴 발언을 듣는데. 가족분들이 나왔었다.

 

가족분들을 보면서 망할놈의 국가권력이 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것이 화가 났다.

그래도 나왔으니.. 더 열심히 하란 뜻으로 알겠다던 백기형님 동생분의 말이 머리에 남는다.

가족... 정말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도 있구나. 그냥 래군백기형님을 보면서 '나도 감옥이나

한 번 갔다올까? 그럼 될까?'하는 정말 우스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소박했고 믿음으로 활동가들을 감싸안아주고 있었다. '우와우와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2.

내 가족들은 내가 운동하는 사실을 모른다. 그냥 지금은 안할거라 굳게 믿고 있다.

얌전히 학교를 다니고 주말엔 얌전히 돈을 벌고. 그냥 그런줄 안다.

 

친구들은 내가 운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직업이 학원강사인 친한 친구이다.

그들에겐 병역거부운동도 평택도 관심사가 아니다. 난 그들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만나면 취업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연애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만 한다.

 

그러니까 내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활동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란걸 모른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사실 내 운동은 생각보다 많이 외롭고 슬프다. 물론 같이 활동하는

좋은 친구들이 많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조금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피곤한 날에도.. 난 집에 가면 항상 실없이 놀다온 생각없는 대학생이다

행여 내가 꾸역꾸역 활동하는 것을 들킬까 위축되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의 흔적들을 지우는 이 부질없는 짓들이 자꾸 나를 지치게 한다. 그래서 난 항상 활동을 하면서도 신뢰감을

못쌓는 것도 사실이다. 그냥 지치면 혼자 자꾸 쉬고 사라지곤 하니까. (변명은 아니다^^;;)

 

 

3.

잠을 못잤다. 새벽부터 엄마아빠가 올라오셨다. 그냥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맘 속에서만

삭히고 또 삭힌다. 학원가면 아이들하고 웃으면서 이야기 해야할텐데.. 자꾸 눈물이 난다.

한동안 또 이 끔찍함이 나의 모든 것들을 잠식해버릴 생각에 벌써 숨이 막힌다.  

 

힘들어서 징징거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슬플 뿐이다. 내가 사는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원망스러울 뿐이다. 짜증이 날뿐이다. 나를 눈물짓게 한 사람들이, 숨막히게 하는

사람들이 그냥 지금은 너무너무 밉다. 시간이 우리 모두를 용서해줄까?

 

만약 나에게 누군가를 용서하거나 미워할 자격이 있다면.. 난 용서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들을. 그리고 세상을.  그러니까 세상 너도 날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이번 생애에도 구역질 나는 생명체만은 되지않게 해다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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