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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와 여성주의

0.

내가 병역거부운동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은 단연!!!

"왜 병역거부운동 하세여? 여호와의 증인이세요? 남자친구가 병역거부 했어요? " (@.@)

이 질문을 들으면 우선은 상당히 난감했고 뭐라 대답을 하는게 좋을까 싶었다.

사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난 왜 여성이 병역거부운동을 하는게 왜 궁금한지 모른다.

사람들이 날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난 사람들의 궁금증이 신기하다. 뭐가 이상하지?

 

한동안 이 질문을 안들었었다. 그래서 나도 잊고 있었나보다.

얼마 전.. 이 질문이 조그만 유행(?)을 탔나보다. 정말 조그마한 유행.

그래서 다시 이 질문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첫 느낌은 대략 난감이고 다음은 약간불쾌다.

 

1. 대략난감!!!!

 

병역거부운동이 단순히 군대에 안가겠단 사람들 감옥 안보내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역거부 인정되면 단체해산이냐 끝나면 뭐할거냐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뭘 하긴...

할 일이 태산인데.. 평화운동에서 병역거부 운동은 한 부분이고 과정일뿐이다.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거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한 부분이고 선택이듯이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적어도 이 부분은 알텐데 말이다.

병역거부운동이 가지는 의미가 단순히 입영거부가 아니라는 것을.

군사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것을. 전쟁이 아닌 평화가 길이라는 울림이라는 것을.

총을 들고 누군가를 짓누르는 안보가 아니라 더불어 서로를 돕고 지키는 안보라는 것을.

이게 남성들만의 영역인가? 남성들만의 문제인가? 세상 살아가는 누구나의 이야기이다.

 

여성의 생리문제. 여성의 출산문제. 같이 머리 싸매고 찾고 주장하고 쟁취하고.

세상에 남성만의 문제, 여성만의 문제. 왜 구분해 생각해야 하지?

어려운 '~주의' '~계급'으로 한줌도 안되는 인간들 나누고 또 나누는 것도 머리 아픈데

남성이고 여성이고 또 나누어서 생각하는거 왜 해야하는지 난 사실 잘 모르겠다. 

(앗!! 물론 여성주의가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병역거부 문제를

'여성주의'라는 이름으로 평가하고 이야기 하는게 좀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다.)

 

 

2. 약간불쾌

 

물론 이 문제제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병역거부운동에서 여성이 배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잘해보자고 했을 것이라 믿는다. 베리베리 땡큐다.

그리고 나도 항상 병역거부운동에서 여성이 후원인의 역할에 머물게 되는 것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잘 못하긴 하지만..ㅎ)

 

그런데 내가 불쾌했던 이유는!!! 질문에서 느껴지는 의도된 전제다.

'병역거부운동에서 여성은 후원인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라는 전제와 잣대를 가지고

다가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느낌의 근거는 적어도 이 질문의 이전에 지금의 병역거부운동

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평가나 분위기가 존재했느냐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병역거부운동을 해오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때도 물론 있었지만

부딪히는 장벽들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다들 의식적으로 노력해왔다

가끔은 긴장감을 가지게 이런 문제제기가 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지만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론만으로 접근해오는 방법은 사실 별로 달갑지는 않다.

 

분명 운동이 가져온 시간과 내용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충분히 살피고 그 다음에 이론을

끌고 들어와 문제제기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병역거부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인데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라는 별로 맘에 안드는

이론(?)의 틀을 가지고 "자! 너희는 어떻지? 어떤지 좀 보자.."라는 느낌으로 지금의 운동을

평가하려는 접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3. 과민반응

 

난 이 질문에 정말 조금 발끈했다. 과민반응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좋은 기회였다

내 자신에게 병역거부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또 한번 단단하게 마음을 다지게 되었으니.

 

그런데 누군가 현실을 배제하고 이론만으로 무언가를 평가하려는건 기분이 매우 안좋다.

현실과 이론이 서로 딴 세상에서 놀고 있다면 그 이론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걸까?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의문이 생겨 조그마한 붐이 되어 나에게까지 전해진 이 질문은

사실 나에겐 조금은 현실을 배제한 막연한 지적 호기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감사한 마음

 

안일하게 조금은 관성적으로 일을 하려 했던 나에게 감사한 촉매제 역할이 되었다.

안보를 이야기하고, 군대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 하는데 여성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불리하고 어려운 조건에 놓여져 있는 것인지 느끼고 또 느끼고 새겨놓는다.

가열차게!!!!!!! ㅋㅋㅋ 알아가고 실천해 가야하나보다. 내가 너무 뒤로 뺏나보다. 반성!!!!!!

  

병역거부운동에서, 평화운동에서 여성이 배제되어선 안된다. 여성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배제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헛점이 보이거나 실수가 보일 땐 항상 지적받고 싶다.

그런데 '~주의'의 이해도 안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이론으로 자꾸 날세우고 평가하려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나 같이 무식한 인간들에겐 '~주의' 어렵고 머리에 쥐난다.

(무식함을 핑계삼아 비판(?)을 벗어나고 싶은건 아니다. 비난이 아닌 비판은 땡큐다!!) 

 

하지만 운동의 촉매제나 좋은 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문제제기가 아닌 무엇이든 배운걸로

그저 실험해보고 싶고 평가해 머리의 만족을 얻고싶은 거라면 정말!!!!!! 노땡큐다~~~

 

 

5. 사족

 

이 글만은 정말 잘쓰고 싶었다. 설득하고 싶었다. 정말 답답해 환장하겠다. ㅠ.ㅠ

다듬고 또 다듬고.... 또 이 질문을 듣게 되면 정말 잘 대답해야지....

....

 

 

....

병역거부운동은 남성만의 운동도 아니고 전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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