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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불가능한 무기력증

 

기쁘지도 않고, 반갑지도 않고, 고맙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밉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요즘 나의 상태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렇다.

 

누군가 그런 것처럼 어떤 우울증보다도 무서운 것이 무기력증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싫지도 않은데 무슨 약이 있으며 좋지도 않은데 무슨 약이 있겠냐...

그냥 모든게 귀찮아질 뿐이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먹는 것도.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슬픈 소식을 들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무기력증이 싫지 않다. 그냥 달관한듯한 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건 아마 당사자에겐 큰 어려움은 아닐게다.

주위 사람들이 좀 힘들기는 하겠다만....

 

그래서 몇일 내내 <여자 정혜> 영화가 머리에서 맴돈다.

그냥 요즘 나의 일상이 정혜의 일상같다.

습관처럼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습관처럼 잠을 자고 습관처럼 밥을 먹는다.

그냥 아무런 표정없이. 그냥 아무런 느낌없이. 그냥 아무런 말없이.

 

그래도.... 정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오라 하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 새로운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저녁을 먹자 말할 수 있겠지.

 

 

그냥... 난 나의 무기력증이 싫지 않다.

그 무기력증이 자의적이 아니었고 타의적이었다는게 짜증이 날 뿐이다.

그리고 그 무기력증때문에 밉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리고.... 난 지금의 무기력증을 벗어나고싶지 않다. 그래서 극복불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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