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3/18 22:54

 탄생의 싸움  - 오철수

 

우리의 싸움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밝히는 싸움이다
그것도 누구로부터 불을 노획하여 밝히는 것이 아니라
불이 되는 싸움, 저마다의 몸에서
환희의 인간이 걸어나오는
탄생의 싸움

 

그러니 왜 고통이 없겠는가
생살이 찢어지는데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나도 피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태어날 나의 부모
대체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일그러진 얼굴을 물려줄 수 있으랴
하여 나는 아무것도 피할 수 없다
끊임없이 나는, 우리는, 세계는
탄생할 때 사는 것

 

이제 시선을 거두어라
앞자리를 다투는 무리들로부터
이제 커다랗게 웃어라
쩌렁쩌렁 몸을 울리는 그 웃음소리가 만든
가장 가벼운 알몸뚱이로 걷자
우리는 고지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미래로부터 오는 나의 탄생을 위해
오늘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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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22:54 2007/03/1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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