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1/16 01:55

그들의 시를 읽고 

 

희한한 일이다 그들의 시를 읽다 보면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 많이 있다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뿌리가 닮았다고나 할까
소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맛이 닮았다고나 할까
빛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둠을 밀어내는 그 모양이 닮았다고나 할까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시에는 영락없이 쌍둥이 같은 데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흙이 타고 밤이 타는 냄새와도 같다
그것은 노동의 대지가 파괴되는 천둥 소리와도 같다
그것은 투쟁의 나무가 흘리는 피의 맛과도 같다
한마디로 말하자 그들의 시에는
인간이 있는 것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있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원수지게 하기도 하고 동지이게 하기도 하는
물질이 있는 것이다 그 깊이와 역사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꽃이 있고 이슬이 있고 바람의 숲이 있되
인간 없는 자연 따위는 없다 거기에는
인간이 있되 계급 없는 인간 일반 따위는 없다 거기에는
관념이 조작해낸 천상의 화해도 없다
그들 시에서 십자가와 성경은 하나의 재앙이었다
적어도 가난뱅이들에게는
보라 하이네를
보라 마야코프스키를
보라 네루다를
보라 브레히트를
보라 아라공을
사람마저도 그들에게는 물질적이다 전투적이다 유물론적이다
그들은 소네트에서 천사를 노래했으되
유방 없는 천사를 노래하지 않았다
그들은 연애시에서 비너스를 노래했으되
궁둥이 없는 비너스를 노래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래했다 꿀맛처럼 달콤한 입술을
술맛처럼 쏘는 입맞춤의 공동묘지를
그들은 노래했다 박꽃처럼 하얀 허벅지를 그 부근에서 
은밀하게 장미향을 피워내며 끊임없이 흐르는 갈증의 샘을
나는 자신한다 감히 다른 것은 자신 못해도
밤으로 낮으로 형이상학적으로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며
육체의 허무를 탄식하는 도덕군자들도 그들의 시를 읽으면
느끼게 될 것이다 빳빳하게 일어서는 아랫도리의 물질로
나는 자신한다 감히 다른 것은 자신 못해도
플라토닉 러브 어쩌고저쩌고 하는 순수여류시인들도
그 시를 읽고 감격해 마지않는 신사숙녀 여러분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시를 읽으면
자기들도 관념이 조작해놓은 위선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축축하게 젖어드는 아랫도리의 물질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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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5 2010/01/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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