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1/16 01:56

그랬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로마를 약탈한 민족들도

약탈에 저항한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기는 했으되

펜과 종이는 약탈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보에티우스 같은 이는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캄캄한 중세 암흑기에도

감옥에는 불이 켜져 있었구나 그래서 그 밑에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을 쓰게 되었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전제군주 짜르 체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시인에게서 펜만은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체르니세프스키 같은 이는 감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도

우리 민족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우리말 우리 성까지 빼앗아간

이민족의 치하에서도

감옥에서 펜과 종이를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이는 여순옥에서

'조선상고사'를 쓰게 되었구나

우리말로 우리 역사를!

 

아 역사를 거꾸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나는 고대 노예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중세 농노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일제치하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펜도 없고 종이도 없는 자유대한에서 그 감옥에서 살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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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6 2010/01/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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