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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춘" 마라톤이야기

4월 22일 춘천호반마라톤대회가 열렸었다. 이번 마라톤은 정말 "상춘" 마라톤이라^^ 오시는 봄을 맞으러 나는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봄을 맞으러 버선발로 나가지는 못해도, 새로 준비한 운동화에 챙달린 모자하나를 쓰고 종합운동장에 들어섰다.

 

이제 나도 참 뻔뻔해졌다. 예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일이다. 예행연습을 단 한번도 안해보고, 어쩌면 이렇게 풀코스를 뛰려고 나왔단 말인가? 그래도 꾸준히 수영을 매일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이번에는 세번째줄정도에 서서 출발신호가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마라톤은 출발점에서 실수를 좀 해도 괜찮다는게 나에게는 또하나의 위안이다. 만약 100m 달리기를 하는데서 출발점에서 넘어지면 그런 낭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반환점 (21km)정도까지는 여유있게 달렸던것 같다. 반환점근방에서 아름답게 피어있는 매화꽃도 보았다. 왠 춘천에 매화꽃? 하지만... 요새는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매화꽃도 있고, 감나무도 잘 자란다고 한다. 물론 도시를 휘감고 도는 소양강기슭에 흐르는 강물따라 다가오는 봄은 정말 아름답다. 이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어디있겠는가? 물론 전국의 산천경계가 모두 봄을 맞는 열기로 가득할 것이다.

 

들판은 며칠전 하루동안 비가오는 그 시각에 촌각을 다투며 점점 푸르러가더니, 어느새 이파리들이 하나하나 돋아난 모습이 수채화나 유화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아니, 낭만파들이 이 대자연을 보고 그림을 그렸었지^^

 

어느 책에서 20-30km까지를 잘 뛰라는 말에 정말 천천히 그리고 잘 뛰려고 노력했다.. 처음에 왼쪽 바깥 무릎부위의 통증을 느꼈으나,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통증이 점차 없어지면서 오늘은 끝까지는 뛰겠군.... 하는 느낌이 들자 좀 여유가 생겼다..

 

2003년도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때에는 여성주자도 많았으나, 오늘은 풀코스에는 단 8명이 참가했다보다... 급수대를 지날때마다 "7등입니다" 라고 격려해준다.. "으이구.. 8등은 과연 다 뛰고 있나? 아니면 기권을 했을까?"  그것에 따라 내가 꼴찌인지 아닌지가 결정이 되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ㅠㅠ

 

시험보면서 시험공부 못한 것을 탓하듯이, 마라톤을 뛰면서 연습 못한것을 탓해본것도 정말 징하다......

 

30-40km까지는 처음 뛰어본다는 어느 아저씨와 발을 맞추어서 뛰고 있었다. 이때 진행요원인듯 한 분이 한분 지나면서 "여자 6등이 없어서 시상식이 안되고 있는데, 빨리 뛰지 뭐해요?" 하면서 나보고 빨리 뛰란다. "아 그러면 내가 6등, 시상식을?" 나는 화들짝 놀라서 그 순간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뛰던 아저씨를 까맣게 잊고는 "걸음아 나좀 살려줘라" 하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운동장에 다달아서는 고의는 절대 아니었는데, 약 200m를 지름길로 달려서 오기도 했다.. 당황스러워서 다시 돌아가려니까 진행요원이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막 운동장에 들어서서 마지막 한바퀴를 뛰려는 순간 시상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여자 1등... 2등....3등.... 6등까지 불려졌다.. 여자 6등은 나보다 약 20-30분 먼저 왔나보다...... 그 진행요원은 여자6등이 들어오는 것을 보지못했나보다......

 

나는 속으로 운동도 안했으면서 욕심을 너무 부렸다고 자책을 하면서 골인점에 들어왔다. 아무도 안봐줄것 같았는데, 그래도 마지막 도착점에서 사람들이 서 있다가 환호를 해준다.......

 

이렇게, 나의 올해 "상춘"은 엉겹결에 마무리되었다.

 

며칠 후면 메이데이가 돌아온다. 매년 힘들게 올라가서 시청앞에서 앉아있다가 내려오는 마치 정해져버린 반복적인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나는 또 가야한다. 화살처럼 쏘아 날라가는 시간을 쫒아가지 못하는 탓에 동지들의 얼굴을 잊을까 염려가 되어 나는 가야겠다.

 

그 면면들을 다시한번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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