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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 발 세계경제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로 불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듯이 이번 위기는 “반세기에 한번, 아마도 한 세기에 한번 일어날만한 사건”이며 “우리는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신용 쓰나미의 한복판에 있다.”
2006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만 본다면 이번 위기의 파괴력과 이것이 세계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특히 2008년 9월 중순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의 몰락은 세계경제가 파국에 이르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으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혼란과 공포를 야기했다. 더욱이 이 혼란과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실물경제에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나락에 빠지지는 않을까하는 비관적인 전망이 팽팽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 세계경제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향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낙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물위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세계 각 국의 정부가 5조 달러가 넘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입은 은행 등 금융자본이 더 이상 몰락하지 않을 것이고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상승하여 경제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내년 상반기가 되면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접고 경기순환이 U자형을 띠면서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낙관적인 전망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산행을 할 때 산 중턱에서 이미 지친 사람에게 정상이 멀지 않았다고 격려함으로써 정상등정을 완수할 수도 있는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은 불안정한 경제에 대한 잘못된 예측을 낳을 공산이 크다. 다시 비유를 들자면 산 중턱에서 이미 탈진한 사람에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인 희망을 줌으로써 그 사람의 몸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현재의 일시적인 경제안정은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근거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일시적인 안정은 세계 각 국 정부가 헬리콥터에서 화폐를 뿌리듯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나타나는 효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일시적인 착시효과를 바탕으로 현재를 판단하고 이를 미래로 투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도한 낙관적 기대는 경제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도 주가상승과 환율하락,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을 근거로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상승은 정부가 공급가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이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며 환율하락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수출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은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의 회복은 미국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된 이후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의 미국경제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하고 실물경제의 추락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은 때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볼 수는 있지만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봄날은 여전히 멀었다.
장시복(목포대학교 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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