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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을 지나 끝에 다다르면 한 순간 눈부심으로 세상이 안 보인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투쟁으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줬다. 연대가 무엇인지? 노동자의 투쟁은 어떻게 발전하는지?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새롭게 봐라보고 있다.
77일 투쟁이 남긴 과제도 많다. 운동의 과제는 이후로 넘기고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보자.
첫째는 노동조합의 정상화다. 노동조합 투쟁 단일사건으로 66명 구속은 최대다. 지부 임원과 실장, 상집, 대의원들이 공장에서 감옥으로 옮겨졌다. 유치장에서 임원실장회의를 하는 초유의 탄압이 일어나고 있다.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조직을 추스르는 동안 또 한 명의 조합원이 연이은 소환조사와 정신적 압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정신과 치료를 위해 받은 2주일치 21봉지 약을 한꺼번에 삼켰다. 이틀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간신히 살아났다.
둘째는 투쟁대오의 재정비다. 쌍용자동차지부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민주노총 평택지구협 사무실을 임시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농성대오 조합원들은 여전히 투쟁의 후유증을 안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하루에도 20~30명의 조합원들을 소환하여 조사하고 있다. 아침에 불러서 조사했다가 귀가시키고 다시 저녁에 불러들이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신종탄압이다. 농성조합원들중 상당수는 공황장애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악몽, 대인기피현상이 발생했다. 지금도 정신과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조합원이 존재한다.
회사는 철저히 투쟁대오를 고립시키고 있다. 소위 살아남은 ‘비해고자’들에 대해서도 90여명이 대기발령상태이다. 일부는 8월말로 만료되지만 70여명은 3개월간 철저히 교육시킨후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셋째는 현장과의 소통이다. 농성대오가 나오고 현장이 돌아가고 있다. 2,646명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100명이 대기발령으로 나와 있다. 사내하청은 파업전과 비교하면 1/3로 줄었다. 그런데 공장은 돌아간다. 평택공장 가동되는 두 개 생산라인 중 주력라인인 3라인은 파업 전 17잡(잡(job)은 쌍용자동차에서 사용하는 1시간당 생산대수를 말한다. 17잡은 1시간에 17대를 생산한다는 뜻이다.)에서 22잡으로 생산속도가 높아졌다. 인원은 그대로이다. 아니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이제 노동조합이 들어왔으면 한다”는 얘기를 한다. 휴식시간 외에 담배를 피워도 경고다. 관리인이 “빨간 조끼가 나간 뒤 생산성이 두 배로 높아졌다”고 말하듯이 현장은 철저히 바뀌고 있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듯이 쌍용자동차의 투쟁은 치열했던 만큼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 과제는 쌍용자동차 동지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노동운동이 함께 넘어야 할 과제이다. 쌍차 이유일 관리인은 “쌍용자동차만이 아니라 이후 구조조정사업장 문제 때문에라도 구조조정은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본의 연대는 저렇게 강력한데 우리의 연대는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김인식 | 금속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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