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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결국 집에 왔다. 비행길 타고 온 동안 너무 힘들었다. 개념없는 네덜란드 애들이 워싱턴까지 괴롭혔고, 200킬로가 넘는 흑인 거구가 내 옆에 앉아 나는 몸을 필 수 도 없이 4시간을 고생스레 왔다. 그래도 도착하니 동네 후배들 둘, 신영감과 김영감이 나와 나를 반갑게 맞았다. 자칫 했으면 워싱턴의 기내에서 잃어버릴 수 있었던 담배 선물을 챙겨 나눠 줬다. 입국 심사 때 쫄았던 내 예상과 달리, 그는 텍사스 풋볼의 쿼터백 이름을 대라는 걸로 끝났다. '빈스 영"을 "랜스 영"이라 오답을 말한 것 말고는 별 무리한 질문은 없었다. 괜시리 "감시" 워크샵에 다녀왔나 할 정도로 이걸 물어보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오히려 암스텔담에서 나오면서 이상한 놈이 심문하는 바람에 기분이 잡치긴 했어도...

 

내일부턴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집에 오니 가족의 가장으로서 내 역할이 있다는 것에 흐뭇하다. 냉장고를 여니 한번도 따지 않은 쥬스가 있길래 쉽게 따서 마셨더니, 내가 없어서 열지 못했다고 경래가 얘기한다. 이럴 때 내 존재가 이 집안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오자마자 승준이는 라이트세이버를 사달라고 해, 그 열나는 몸을 이끌고 승준이는 뭐가 연신 즐거운지 토이지알어스에서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든다. 배터리를 넣어주고, 또 한번 아빠임을 느낀다. 오늘은 학교에서 애들 그레이딩 할 것 챙기고, 경래 복사물 프린트하고, 센츄럴 마켓에서 잠깐 장보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언제 그랬냐는 것 처럼 유럽으로의 여행이 아득하다. 네덜란드에서 결국은 마리화나를 빨지 못했지만, 그 문화만은 친숙하다. 자전거, 핫 워터, 칙칙하고 추운 겨울날씨, 기차 등등... 당분간은 그 여행의 잔상에 취할 것 같다, 내일부터 전쟁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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